석유강국 사우디, 韓 재생에너지에 러브콜…왜?

에너지전환 서둘러…신재생에너지 발전 속도에 관심

"사우디에서 앞으로 10년 동안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는 등 에너지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선도하는 한국 기업들의 참여를 환영한다."(술탄 모프티 SAGIA 부청장)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에너지전환을 강조하며 태양광·풍력 등 국내 재생에너지 업계의 현지 진출을 권유했다. 이에 국내 에너지업계의 중동 지역 진출에 청신호가 켜질지 주목된다.

술탄 모프티 사우디 투자청(SAGIA) 부청장은 26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진행된 사우디-한국 다자간 양해각서(MOU) 체결식에서 "사우디에서 태양열 발전을 비롯한 재생에너지가 60기가와트(GW) 설치될 것"이라며 이같은 취지로 말했다.

이번 협약은 사우디의 실권자로 알려져있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부총리 방한에 맞춰 마련됐다. 협약은 에너지·도시개발 분야를 포함해 금융·미디어·제조·석유화학 등 국내 기업의 사우디 현지 민간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추진됐다.

26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부총리. (사진제공=뉴스1)

이는 사우디가 최근 공들이는 산업 분야와도 결이 맞닿아 있다. 사우디는 지난 2016년 국가 기간산업인 석유산업에서 정보통신기술(ICT)과 신재생에너지 등 첨단 산업분야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40년까지 30~35%까지 높이는 우리의 에너지계획에도 관심을 보였다"며 "재생에너지 산업에서 한국이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내부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사우디 정부는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지난 1분기에 7%를 넘어선 점과,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17년 1분기 5.0% ▲지난해 1분기 5.5% ▲올해 1분기 7.5%로 매년 신기록을 경신 중이다.

사우디 역시 오는 2030년까지 58.7GW의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해 관련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2023년까지 9.5GW의 태양광·풍력 발전시설을 건립하겠다는 게 이 정부의 목표다. 사우디는 올해 일본에서 열린 'G20 에너지 장관회의'의 내년 개최국이기도 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풍력발전단지. (사진=AJJ)

사우디가 앞으로 현지에 투자하는 업체들에 대규모 인센티브를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국내 에너지업계 진출을 촉진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SAGIA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현지 산업부지 임차와 대출, 근로자 교육비 등 다양한 방안의 인센티브를 고려 중이다.

현재 사우디에서 활동하는 한국기업 118곳 가운데 현지 비즈니스 라이선스를 부여받은 국내 기업은 신재생에너지 기업 메센아이피씨 등 2곳 뿐이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기술 기업으로 알려진 메센아이피씨는 사우디에서 플랜트 사업을 운영 중이다.

업계는 이번 협약 이후 메센아이피씨 외에도 현지 비즈니스 라이선스를 부여받는 국내 재생에너지 기업이 더 늘어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석유로 대표되는 전통 에너지 강국 사우디를 포함해 중동 지역에 재생에너지 바람이 불고 있다"며 "태양광·풍력 발전 설비를 구축키 위해 에너지 선도국들로의 투자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