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모바일 세계에서 '구글의 승리' 인정

"MS가 안드로이드가 되지 않게 만든 건 내 실수"

컴퓨팅입력 :2019/06/25 07:28    수정: 2019/06/25 08:59

윈도 운영체제(OS)로 PC 세계를 장악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가 모바일 플랫폼 전쟁에서 구글의 승리를 인정했다. MS가 스마트폰 시대 흐름을 놓치게 만든 것이 자신의 큰 실수였다고 언급하면서다.

애플이 스마트폰 대중화 시대를 열 무렵 iOS의 대체재가 될 수 있었던 여러 OS가 등장했다. 이 '비 애플 플랫폼' 세계를 평정한 게 구글의 안드로이드다. 현재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모바일 OS 세계를 양분하고 있다. MS는 윈도로 PC OS 시장을 평정했지만, 그 성공을 모바일 영역으로 이어가지 못했다. 초기 기업용 모바일 플랫폼 영역에선 약간 활약했지만, 소비자 시장으로 확대된 OS 전쟁에선 밀려났다.

미국 지디넷은 24일(현지시간) 빌 게이츠가 최근 미국의 벤처캐피탈업체 빌리지글로벌의 행사에 참석해 자신의 최대 실수는 '안드로이드를 만들지 않은 것'이었다고 언급한 사실을 보도했다. 승자독식의 소프트웨어 세계에서 모바일 영역의 승리를 구글이 차지했다고 봤다는 내용이다.

VC업체 빌리지글로벌 행사에 참석한 빌 게이츠. [사진=빌리지글로벌 유튜브 영상 캡처]

게이츠는 "소프트웨어 세계에서 플랫폼 분야는 승자독식 시장"이라며 "내가 관여했던 잘못된 일처리 중 최대 실수는, MS가 안드로이드라는 것이 아니게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드로이드는 비 애플 플랫폼으로서 표준 (스마트)폰 플랫폼"이라며 "그건 MS가 차지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글은 10년전 안드로이드를 내놨고 이제 월간 실사용자(MAU) 20억명 이상을 보유한 OS다. 이는 MS의 최신 OS인 '윈도10' 사용자수 대비 두 배 이상이고, MS가 지난해 10월말 전체 윈도 사용자 수로 제시한 '15억명'보다도 많다.

모바일 세계에서 구글이 안드로이드로 해낸 일은 결국 PC 세계에서 MS가 윈도로 먼저 해낸 일의 재현이다.

보도는 MS가 과거 PC 영역에서 비 애플 OS로서 윈도를 갖고 애플을 압도했지만, 모두 알고 있듯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MS는 모바일 영역으로 진출할 기회를 놓쳤다고 평했다. 스티브 발머 MS 전 최고경영자는 당시 아이폰을 두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폰인데다 키보드가 없어 기업 사용자에게 매력적이지 않다"고 혹평했다.

보도에 인용된 게이츠의 다른 발언에 반독점소송 관련 언급이 이어진다. 한국어로 일부 옮기면 아래와 같다. 보도는 게이츠가 1990년대 MS의 윈도 반독점 문제 대처 방식이 어느 정도는 구글의 모바일 진출을 허용하는 역할을 했음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만일 여러분이 (플랫폼 제공자로서) 절반이나 90% 규모의 많은 앱을 갖고 있다면 (경쟁 플랫폼의) 운명을 끝장내는 길에 서 있는 거다. 비 애플 OS를 위한 자리는 딱 하나뿐이다. 그 가치는 얼마나 될까? G 모 회사(구글)에서 M 모 회사(마이크로소프트)로 이체될 4천억달러다. 놀라운 점은 내가 역대 큰 실수 중 하나를 만들었고, 반독점 소송과 다른 자산, 윈도와 오피스같은 건 여전히 강력하다는 점이다. 그러니 우리는 선도 기업이다."

1990년대 초부터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MS의 PC OS시장 독점 혐의를 조사하고 있었는데, MS의 반독점 소송은 1990년대 후반 회사가 핵심 전략을 '인터넷'으로 전환하고 인터넷익스플로러(IE)를 윈도 OS에 선탑재해, 당시 업계 선두였던 '넷스케이프' 브라우저를 밀어내고 시장을 장악한 것을 계기로 본격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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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미국 연방정부와 20개주 법무장관이 윈도98에 IE를 끼워넣은 건 공정경쟁을 저해한다며 MS를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 1997년말 MS의 'IE 끼워팔기' 중단을 명령했던 토머스 펜필드 잭슨 판사가 재판부를 맡아 2000년 MS의 반독점법 위반 판결과 기업분할 명령을 내렸다.

온라인IT미디어 아스테크니카는 게이츠가 빌리지글로벌 행사의 인터뷰 자리에서 스마트폰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했다고 묘사했다. 하지만 보도는 동시에 "첫 아이폰은 2007년 등장했고 첫 안드로이드 기기는 2008년 나왔는데, 게이츠는 2006년 이미 (MS 회장 역할보다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MS를 지휘한 인물은 스티브 발머 CEO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