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별세한 폴 앨런을 평생 괴롭힌 것은 암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 폴 앨런이 처음 암 진단을 받은 것은 1982년이었다. IBM에 MS도스를 공급한 뒤 막 회사가 커 나가던 무렵이었다.
그 무렵 그를 휘감은 것은 암의 일종인 호지킨스 림프종이었다. 갓 서른인 젊은 기업가에겐 견디기 힘든 시련이었다.
그가 1983년 MS를 떠난 것은 암 발병이 결정타였다.
하지만 그를 괴롭힌 것은 암 뿐만이 아니었다. 고등학교 동창이자 사업 동반자였던 빌 게이츠와의 갈등 역시 그 무렵 폴 앨런을 힘들게 만들었다.
폴 앨런은 지난 2011년 출간한 자서전 ‘아이디어 맨’을 통해 빌 게이츠를 ‘돈 밖에 모르는 파렴치한’으로 묘사해 한바탕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 책엔 빌 게이츠가 자신을 몰아내려고 뒤에서 공작을 벌이는 일화가 여럿 포함돼 있다. 미국 경제 매체 쿼츠는 이 중 두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 암보다 더 컸던 충격은 빌 게이츠와의 갈등
첫 번째 갈등은 스티브 발머 영입 건이었다. 빌 게이츠가 하버드대학 동창인 스티브 발머를 영입할 당시 폴 앨런은 ‘지분 5% 이내 라면 OK’란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빌 게이츠가 발머에게 지분 8.75%를 제안한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
결국 나중에 빌 게이츠가 자기 지분에서 떼어주는 선에서 무마했지만, 둘은 이미 회복하기 힘든 갈등의 불씨를 떠안게 됐다.
발머가 MS에 입사한 뒤 폴 앨런은 둘로부터 소외됐다. 빌 게이츠가 고교 동창인 폴 앨런보다 대학동창 스티브 발머와 더 긴밀한 사이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특히 1982년 겨울,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는 폴 앨런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방책들을 논의하다가 폴 앨런에게 들키게 된다.
앨런의 지분을 낮추기 위해 자신들과 다른 주주들에게 스톡옵션을 더 발행하는 방안을 논의했던 것. 격분한 폴 앨런은 둘에게 고함을 치면서 격하게 분노를 표현했다.
이 일이 있은 후 2개월 뒤에 폴 앨런은 MS를 떠난다. 그가 두고 두고 사업 파트너였던 빌 게이츠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 건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빌 게이츠와의 갈등은 암 투병 중이던 폴 앨런을 자유로운 삶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했다. 그가 첫 암 진단을 받은 후 36년이나 더 삶을 영위할 수 있었던 건 그 무렵 스트레스가 심했던 MS로 돌아가지 않은 덕분이다.
관련기사
- 아듀 폴 앨런…"PC혁명 불 지핀 위대한 공상가"2018.10.16
-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 폴 앨런 별세2018.10.16
- '저널리즘 혁신' 진수 보여준 WP의 팩트체크2018.10.16
- 기술 변곡점 2007년…그 때 '뉴스혁명'이 시작됐다2018.10.16
이후 폴 앨런은 평소 좋아했던 스포츠와 음악 활동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했다. 또 막대한 자산을 활용해 기부와 자선 활동에 적극 나서면서 새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
폴 앨런에게 크나큰 배신감을 안겨줬던 '냉혹한 자본가' 빌 게이츠는 2000년대 들어서야 '회개한 자선사업가'로 거듭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