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제국주의에 끝까지 버티고 저항한 회사로 남았으면 좋겠다. 저항해서 쓰러졌다는 새드엔딩이 아니고, 저항해서 끝까지 살아남은 회사로 남고 싶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5년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사회학회와 한국경영학회가 18일 마련한 심포지엄에 창립 20주년을 맞은 네이버의 창업 스토리와 성장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참석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이해진 GIO는 자신의 경영철학과 목표, 그동안 기업을 이끌어온 소회 등을 아낌없이 쏟아냈다. 약 70분동안 국민대학교 김도현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대담은 진지했고, 때론 유쾌했으며 많은 여운을 남겼다.
이해진 GIO는 네이버가 거대 자본을 갖고 있는 미국과 중국 기업들 사이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은 기업으로 남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한글에 대한 자부심과 검색 포털을 통해 우리문화를 지켜나가고 싶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그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거침없이 쏟아냈지만,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에 매우 조심스러워했다. 창업이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대담 전문이다.
김도현 국민대학교 교수(이하 김도현) : 한국과 러시아 정도만 자국 포털을 갖고 있다. 네이버가 독점사업자라는 얘기도 나오지만, 글로벌로 봤을 때 네이버는 작은 회사다. 한국이라는 범위 안에서 사업을 획정하면서 독점사업자로 지칭되고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네이버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런 네이버를 만든 배경에는 이해진 GIO가 있다. 매우 어렵게 모셨다. 먼저 GIO가 어떤 일을 하는지 묻고 싶다.
이해진 네이버 GIO(이하 이해진) :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오피서라는 뜻이다. 저는 회사를 하면서 직함이 여러번 바뀌었다. CEO, CSO 등. 회사가 어떤 일이 필요한데, 그 일을 할 사람이 없을 때 그 역할을 내가 했었다. 일본 사업을 할 때만 해도 제가 주력사업을 맡았었지만, 지금은 좋은 후배가 많이 나타나서 (경영에서)한 발 물러서 있다. 회사가 이제는 투자를 잘 해야 될 때가 된 것 같다. 중국과 미국이 어마어마한 자본과 조직으로 투자하고 있는데, 네이버는 작은 자본이지만 어떻게 투자할지 보고 있고, 유럽에서 기회를 보는게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김도현 : 하필이면 왜 유럽인가?
이해진 : 한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등이 중요한 시장이다. 주력 서비스인 웹툰, 스노우가 좋은 퍼포먼스 올리고 있다. 유럽에서는 저희가 주력 서비스를 하기에 좋은 곳이 맞는지 탐색하고 있다. 유럽은 미국이나 중국의 몇개 회사가 전세계 인터넷 서비스를 장악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미국 회사 서비스를 쓰면서 데이터를 뺏긴다는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자국서비스가 없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투자하는 것에 대해)신기해 하고 새로운 대안이라고 생각해 줘서 네이버에 호응을 많이 해주고 있다. 프랑스에 가 있는데, 그곳 대학생들이 예전엔 졸업 하고 공무원을 꿈꾸다가 최근엔 졸업생 58%가 스타트업을 만들겠다고 한다. 펀드도 만들어지고 있고, 유럽에서 회사를 만들려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재미있게 열심히 하고 있다.
김도현 : 네이버가 동남아와 일본으로 뻗어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나?
이해진 : 생각 못했다. 그 당시 영어에는 좋은 검색 엔진이 있었지만, 한국엔 없었다. 어떤 언어가 잘 검색되지 않는다면, 잘 사용될 수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을까도 생각했다. 한글을 지켜가려면 검색도 잘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도현 : 다양성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프로젝트 꽃이나 소상공인 관련 지원도 하고. GIO의 철학과 관련이 있나?
이해진 : 다양성과 통일성 각자 다 의미있는거라 생각한다. 많은 것들이 통일됐을 때 발전되는 것이 있지만, 전 세계가 다 똑같은 언어나 서비스를 쓰는건 아니지 않나. 검색은 기본적으로 다양성을 중요시 한다. 취향도 다르고 다양성이 검색엔진의 기본 가치.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다양성이 지켜지는 것이 맞다. 다 통일되고 나면 검색이란 서비스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재미없는 사회가 될 수도 있다.
김도현 : 네이버가 다양성을 파괴한다는 의견도 있다. 네이버를 욕하는 댓글을 보면 마음이 어떤가?
이해진 : 지금도 많이 상처받는다. 외부에서 교수님들을 만나면 "저는 구글만 써요"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 구글을 쓰지 말고 네이버 쓰라고 말한 적은 없다. 구글은 구글대로 좋은 검색 결과가 나오고, 네이버에도 좋은 검색이 나올 수 있다. 두 가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크다. 이게 다양성이고 선택의 폭,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자국 사람들이 만든 검색엔진이 있어야 문화적인것이나 정서적인것을 지켜나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구글만 쓴다는 것은 꼭 CNN 뉴스만 본다는 것과 같다(웃음).
김도현 : 네이버에 관심 갖는 이유중 하나는 새로운 사업을 계속 만들어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동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이해진 : 네이버란 검색 회사였는데 라인이란 메신저 회사를 만들고, 스노우도 만들고 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구글도 유튜브 하고, 페이스북도 인스타그램 하지만 다 사들인 것이다. 인하우스에서 성공적인 서비스가 안 나올 수도 있다. 네이버는 그래서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있다. 회사가 수익을 잘 못내면 그거 자체가 생명이 없어지는 것이지만, 새로운 도전 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그런 사람들이 있는지도 중요하다. 수익이 나더라도 과거의 모델로만 수익을 지키고 있으면 생명력이 떨어지는 회사라 생각한다. 회사가 재미있는 회사로 느껴지러면 새로운 서비스를 하려는 직원들을 지원해주고, 단계가 되면 자회사나 독립된 회사로 나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이것이 한 기쁨이기도 하고, 회사가 나아가야할 방향이기도 하다. 네이버 자회사가 네이버보다 더 큰 회사가 되는 게 네이버의 성공사례라 생각한다.
김도현 : 좋은 인재나 지원에 대해 말했다. 회사에서 어떻게 하면 지원을 잘할 수 있나?
이해진 : 탑다운 식으로 한 프로젝트도 있었지만, 웹툰이나 스노우처럼 바텀업으로 만들어진 회사도 있다. 회사가 알맞게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프로젝트를 10년 이상 지원하기는 쉽지 않다. 그만큼 회사가 깊게 서비스 이해를 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잘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에서 검색 서비스는 철저하게 실패했다. 라인이라는 메신저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팀의 힘이다. 10년 동안 고생스러워서 철수하고 싶고, 그만하고 싶었지만 같이 했던 팀들이 열정이 있어서 그만두자는 말을 할 수 없었다. 회사가 잘 되기 위해서는 그런 팀이 얼마나 있느냐다.
김도현 : 오늘의 네이버는 만족스러운가?
이해진 : 주가도 많이 떨어지고 야단맞고 있지만, 5년, 10년 안에 많은 벨류를 만들 수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
김도현 : 지금 주식 사면 되나?
이해진 : 주식은 모르겠다(웃음).
김도현 : 네이버의 지배구조를 보면 강박적일 만큼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게 느껴진다. 이렇게 되면 좋겠다는 기업의 모습이 있나?
이해진 : 기업을 하면서 느낀 것은 결국 사업이 잘돼야 하는 것인데, 사업이 성공할지 말지는 하늘의 뜻이다. 최선을 다하지만 정말 성공하려면 운이 따라야 한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회사를 투명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저희가 책임지고 할 수 있는 일이다. 이 회사를 능력있는 후배들에게 물려줄 때에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모든 의사결정에 최선을 다 했고, 사심을 두지 않았으며, 소신있는 결정을 했다는 것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사업하는 목표다. 전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게 사업해왔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김도현 : 기업의 투명성을 지키기 어렵지 않았나?
이해진 : 회사를 시작했을 때부터 사내벤처로 시작했고, 좋은 인재들과 함께했다. 제 지분이 3%이하이고, 저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만큼 지분을 갖고 있지도 못하다. 내 회사라고 생각은 처음부터 잘 안했다. 늘 의사 결정을 같이 했다. 그래서 논리적으로 얘기할 수 있고, 투명성 높은 쪽으로, 논리적인 쪽으로 의사결정 할 수 있었다. 큰 어려움이 없었다.
김도현 : 동일인 제도도 그렇고, 사회는 이렇게 생각하는 기업인들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해진 :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봐주면 좋겠다. 재벌이나 총수 이런건 과거의 툴로 보지 말고, 새로운 툴로 봐야하지 않을까.
김도현 : 20년 돌아봤을 때 네이버가 우리나라 기업사에서 어떤 키워드로 남았으면 좋겠나?
이해진 : 나도 회사에서 20년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는데, 평가나 시각 중요할 것 같다. 우선은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는 미국, 중국에서 시가 총액이 1천조 되는 회사가 나오는데 제국주의 시대에 끝까지 저항했던 회사로 남고싶다. 저항했다가 결국은 쓰러졌다가 아니라, 저항해서 살아남은 회사였으면 좋겠다. 유럽에서 투자하는 펀드가 코렐리아 캐피탈인데, 스타워즈 영화를 보면 연합군 베이스 캠프가 코렐리아이다. 제국주의와 싸우려면 연합군이 필요한 시기 같다. 유럽에서도 그런 것을 많이 느낀다. 인터넷의 다양성을 끝까지 지켜내고, 지키고 있는 기업이 되고 싶다.
두 번째 바람은 사업을 떠나서 회사 자체가 한국에서 의미있는 모델이었으면 좋겠다. 정답은 아니겠지만 사람들이 보기에 새로운 모델, 규모가 있지만 이런 식의 거버넌스 체계를 가진 의미있는 사례가 됐음 좋겠다.
우리가 우리 손으로 데이터를 갖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500년, 천년이 지났을 때 우리가 문화제를 갖고 있는지 처럼 중요한 문제다. 인프라 잘 지켜내서 후손들이 봤을 때 그 때 네이버가 있어서 데이터가 전달해왔고, 우리가 우리 마음대로 분석할 수 있었다는 얘기 듣고 싶다.
마지막으로 자회사들이 더 커져서 네이버가 잊혀졌으면 좋겠다. 나중에 경영학자가 "이 시작이 네이버였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례가 되면 행복할 것 같다.
김도현 : 많은 혁신가들이 우리나라에서 뭐 하려고 하면 제도 장벽이 있다고 한다.
이해진 : 우리는 아직도 옛날식 프레임에 갇혀 있다. 지금 기업 규모가 5조, 10조 되면 규제 들어가니까. 수십조 수백조 규모 되는 비상장 회사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글로벌 스케일로 보면 5조, 10조가 크다고 생각해서 규제하는게 맞는것인가 생각이 든다. 기업이 크다, 작다를 판단할 때는 글로벌 스케일로 봐야 하는데, 우리나라 안에서만 보면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김도현 : 이 GIO를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들었고, 그걸 좋아한다는 얘기가 있다. 왜 좋아하는가?
이해진 : 네이버는 제조업 회사랑 다르다. 처음부터 같이 일해왔고, 지배구조도 후배들에게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사, 사측, 총수 이런게 개인적으로 속상하다. 어디까지가 사측이라는 건지 모르겠다. 지금도 자회사에 저보다 잘하는 훌륭한 후배들이 많다. 그런 면에서 선배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은 것 같다.
김도현 : 라인 외에 성공한게 없는 것 같다는 질문도 있다.
이해진: 라인 성공 15년 걸렸다. 쉽지 않다. 웹툰 스노우 해외에서 좋은 지표 얻어가고 있다. 잘 말씀드릴 기회 있을 것이다. 비관적이진 않다.
김도현 : 언어장벽이 없어지고 나면 한글 서비스를 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도 있다.
이해진 : 네이버가 기반한다는 것은 언어적뿐만 아니라 문화적인거 사회적인거라 생각한다. 구글만 쓴다는 교수님들이 말씀하시는게 걸그룹을 치면 구글은 걸그룹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네이버는 이상한 블로그만 나온다고 한다. 사람과 키워드에 따라 다른게 나오는 것이다. 본인이 원하는게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정답이 아닌건 아니다. 구글이 전세계 모든 사람들을 맞춰 검색엔진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나라 사람들을 위한 시각을 갖고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 사회적인것과 정서적인것을 다루는게 목표다.
김도현 : 은둔형 경영자라고 불렸다. 오늘 왜 나왔나?
이해진 : 내가 내성적인건 사실이지만 매일 출근하고 직원들과 밥도 같이 먹고 있다. 은둔형은 아니다. 보통 CEO라 생각하면 활발하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아 다른 분들을 CEO로 찾았다.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CEO 스타일이 정해진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싶다. 야구 타자들이 각자 스타일이 다르듯이 외부 활동 안해도 내부에서 활동한다. 저는 절대 은둔형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다른 수식어로 부탁드린다(웃음). 오늘 왜 나왔냐면, 은둔형은 아니고 창립 20년 되고 했으니 한번 쯤은 경험 공유하고 의미있는 자리일것 같아서 나왔다.
김도현 : 해외 진출하는 글로벌 사업자들에게 뭘 고민해야 하는지 말해달라는 질문이 있다.
이해진: 평소 창업자들을 만나는걸 조심스러워 한다. 해외 나가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에 해외로 나가라고 선뜻 이야기 하기가 조심스럽다. 정말 고생을 많이 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분야를 갖고 내수에서만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해외에 진출해야 하긴 한다. 때문에 이스라엘 사례를 연구했으면 좋겠다. 이스라엘은 내수 시장 작으니까 처음부터 내수 생각하지 않고 해외에서 먹힐 수 있는 아이템으로 시작하고, M&A 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생각한다. 한국에서 성공하고, 해외에 나가려고 하는데 한국에서도 성공하기 어렵다. 글로벌 꿈을 꾼다면 회사 타깃을 잘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도현 : 회사가 내꺼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장기간 투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해진 : 투명해진다는 것이 거버넌스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길게보지 않는게 아니고 중장기적인 모습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하는 거버넌스 체계가 있어야 한다.
김도현 : 영감을 주는 무언가가 있나?
이해진 : 지나친 강한 권력, 지나치게 세고 이런건 좀 좀 반대한다. 만화를 많이 좋아하는데, 다윗과 골리앗 싸우는데 다윗입장에서 싸우는 내용을 좋아한다. 스트레스 푸는게 만화보는 것이다. 약한 사람이 힘센 사람과 싸워 이기는 내용을 좋아한다. 확실하게 주인공이 이기는 무협만화를 좋아한다. 열혈강호, 용비불패를 좋아하고, 나루토와 원피스를 좋아한다.
김도현 : 네이버가 우리 사회에 준 의미있는 것은 창업해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준 것이다. 후배 창업자에게도 영감을 주고 있다.
이해진 : 대한민국이 가질 수 있는 것은 좋은 인재, 좋은 기업이다. 누구라도 많이 도전하면 좋겠다. 사업이 정말 힘들다.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외롭고 힘든 일이다. 스타트업을 하고 CEO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이다. 많은 지원도하고 싶다.
김도현 : 가장 두렵고 떨렸던 순간은 언제였나?
이해진 : 마지막 의사결정자라는게 권력처럼 보이지만 정말 고통스러운 것이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일본에서 대지진이 났을 때였다. 사무실 안에 있었는데 고층 빌딩이 휘청거리면서 흔들렸고 원전이 터졌다. 공항으로 직원들을 대피시켰는데, 아이를 안고 있는 직원들도 있었다. 그 상태에서 사업을 계속 해야 하는지, 직원들을 철수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그럼 지금까지 해왔던 것은 실패가 되는 것인데 더 하자고 하면 큰 위험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인데 그 압박감에 펑펑 울었다.
김도현 :자주 우나?
이해진 : 아니다. 그 때 한 번. 울었다기 보단 압도된 책임감에. 나도 너무 힘들고, 성공해서 돈도 못쓰고 죽을뻔한거 아닌가. 그런 상황에서 의사결정해야 하는데 너무 잔인했고 압도했던 경험이 힘들었다. 결국 같이 갔던 팀하고 얘기해서 반은 돌아갔고, 안전에 대한 문제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다 걸린 문제니까. 반은 돌아갔고 반은 남았다. 남은 사람들이 만든게 라인이었다. 드라마틱하고 믿겨지지 않는 결과였다.
김도현 : 나중에 뛰어난 선택을 했다고 미화하기 어려워졌다.
이해진 : 그래서 제가 이런곳에 나오기 싫어하는데 질문하면 대답할 수 밖에 없다(웃음).
김도현 : 네이버가 청년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인터넷에서는 중년 같기도 한다. 시간이 빨리가니까. 지금 네이버가 처해있는 과제, 도전과제가 뭐가 있나?
이해진 : 나도 감도 많이 떨어졌고 핸드폰 글자도 잘 안보인다. 앞서 말씀 드렸듯 나는 한 발 뒤로 물러서고,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기여가 뭔지 생각하고 있다. 후배들이 경영에 나가고 있는 모습을 생각하고 있다. 지금 네이버가 좋은 거름이 돼서 신사업이 터져 나가고, 또 새로운 도전하는 자회사를 지원해주고. 하나의 흐름처럼, 사이클처럼 됐으면 좋겠다. 그렇게 될 수 있는 회사가 됐음 좋겠다. 인터넷이라는 것은, 4차산업혁명에서는 사람밖에 없다. 빈말로 인재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고, 그런 사람이 있으면 회사가 살아나는거고 없으면 생명력이 다하는 것이다.
김도현 : 사업하면서 힘들 때 가장 지지하고 응원해주고 의지가 되는 분은 누구인가?
이해진 :회사를 같이 했던 사람들이다. 일본에서는 같이 폭탄주 먹으면서 견뎠다. 회사가 커지게 되고 노사문제도 생겨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어떻게 그 마음이 어떻게 전달될 수 있을지, 이어갈 수 있을지가 새로운 숙제고 과제다. 의지는 결국 회사사람들이 더 많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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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 대담을 끝날 시간이 됐다. 하고싶은 얘기 해달라.
이해진 : 인터넷, 4차산업혁명에는 국경이 없다. 다 유튜브 쓰고 있고 페이스북 쓰고 있다. 국경 없는 곳에서 경쟁이라서 규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반드시 글로벌하게 바라봐야 한다. 그렇게 보고 생각하지 않으면 경쟁이 너무 어렵다. 인터넷 제국에서 끝까지 저항했었던 기업이 새드엔딩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적어도 전체적인 시각에서 바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