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생산·도시화 도전받는 한계비용 제로 시대 온다”

[특별대담] '비욘드 5G 이동통신'…노준형 전 정통부 장관에 듣는다

방송/통신입력 :2019/06/17 16:17    수정: 2019/06/18 07:03

“5G는 상상 초월한 라이프 스타일 변화 시발점”

“경제·사회 근간 뒤바꾸는 혁명적 변화 예고”

“기득권 뛰어넘는 법·제도 체계 대수술 시급”

“근본적·구체적·적극적 미래준비와 대비책 필요”

마침내 6월 11일 5세대(G) 이동통신 100만명 가입자를 돌파했다. 지난 4월 3일 세계 첫 상용서비스를 시작한지 69일만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연내 500만 가입자 달성도 점쳐진다. 기존 4G 서비스는 출시 81일 만에 100만 가입자를 모았다.

100만 가입자는 이동통신 패러다임 전환의 상징적 수치다. 기대 이상의 가입자 달성 기록이다. 특히 기존 4G 이동통신 서비스와의 차별화 논란, 킬러 앱의 부족, 네트워크 커버리지의 미비 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얻은 성과여서 더욱 그렇다.

일부에서는 보조금·장려금을 등에 업은 과열 마케팅의 단순한 결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세계 첫 상용서비스 타이틀 선점 이후 개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초시대(超時代)’에 대한 기대감도 없지 않다.

그렇다면 세계 첫 5G 이동통신 상용서비스가 갖는 의미는 무엇이고 우리의 삶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과연 초시대라는 미래의 모습은 어떤 것이며 개인과 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혹은 새 시대의 법과 제도는 어떠해야 할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19주년 기념으로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초청, ‘비욘드 5G 이동통신’이란 주제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5G 이동통신 상용서비스의 의미와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 다가올 초시대에 대한 견해를 가감 없이 들어봤다.

대담에서 노 전 장관은 5G는 앞으로 상상 초월한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추동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제까지의 변화보다 앞으로 다가올 변화는 예측이 불가능할 뿐더러 인류 삶의 가장 큰 전환기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경제·사회적으로도 대량생산 체제와 도시화가 도전받는 ‘한계비용 제로 사회’가 도래할 것이며, 지금까지 예측하지 못한 수많은 신산업이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 전 장관은 특히 이러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기득권을 뛰어넘는 법과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고, 미래 사회의 출현에 대한 보다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준비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담은 박승정 지디넷코리아 편집국장이 진행했다.

지디넷코리아는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우측)을 초청, '비욘드 5G 이동통신'을 주제로 특별대담을 진행했다.

박승정 국장 : 지난 4월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5세대(G) 이동통신 상용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세계 첫 5G 상용화의 의미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 5G 통신은 4차 산업혁명 핵심인프라... 세계 첫 서비스는 전부 아닌 출발점

노준형 전 장관 : 5G 이동통신 상용서비스는 지금까지의 변화보다 앞으로의 변화가 더 기대된다는 의미의 첫 출발선이라고 할까요. 이제까지의 변화도 대단했지만 앞으로의 변화는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까지 변화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 최초, 최고란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최초란 것은 정말 어려운 것입니다. 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을 먼저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100m 달리기는 0.1초 먼저 출발한 게 절대적 우위를 가집니다. 하지만 마라톤이라 하면 조금 일찍 출발한 것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이 출발이 의미 있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23년 전인 1996년 세계 최초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이동전화를 상용화했습니다. 이는 지금 시점에서 여러 가지 시사점을 준다고 할 수 있지요.

첫 번째 의미는 당시 첫 CDMA 상용화는 우리 기술력을 세계에 널리 알린 것입니다. 우리는 첨단통신기술에 대한 원천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상용화에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한 나라가 없었습니다. 이미 전자교환기를 개발했던 저력을 보여준데 의미가 있다는 것이지요.

둘째는 아날로그 이동통신을 디지털화 하는데 세계적으로 앞서는 계기가 됐다는 것입니다. 지금 말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tal Transformation)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디지털 전환입니다.

세 번째는 제조업에 미친 영향입니다. 우리 경제·산업사(史)에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동통신 표준을 CDMA 단일 표준으로 정하면서 우리 기업이 세계적인 제조사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당시는 국내 시장에서 모토로라가 9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했던 시기입니다. 이후 삼성LG 등 국내 제조사가 90% 점유율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한때 세계 휴대폰의 4분의 1을 생산하는 시발점이 됐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5G 선발주자로서의 상용화 효과를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지,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이냐가 중요한 과제라고 봅니다.

1G 이동통신은 아날로그, 2G는 디지털 전환이 이뤄졌고, 3G부터 통화가 아닌 데이터 통신의 수단이 됐습니다. 4G에서는 인터넷에 완벽하게 접속하는 중심 기기로 전화가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5G에서 통화의 기능은 단지 일부분일 뿐입니다. 현재 예상 가능한 5G 이동통신의 활용 예를 들자면 자율주행자동차, 가상현실(VR), 스마트시티 등 4차 산업혁명시대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가 될 것입니다.

지난 2000년을 전후해서 세계적으로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급속히 확산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컴퓨터, 반도체, 휴대전화 등을 수출해 정보통신(ICT) 산업이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의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주력산업이 됐습니다.

노준형 전 장관은 5G 이동통신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주요 인프라인 5G를 기반으로 과거와는 달리 ICT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올 것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잡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변화에 대한 대응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제조업에서 가장 괄목할 성장을 이룬 나라입니다.

대량생산을 하는 제조업에서는 다양성은 용인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비즈니스기회는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를 누가 먼저 알아차리고 만족시킬 수 있는가에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가장 익숙한 대량생산 시대의 사고방식, 행태, 문화를 바꾸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5G 이동통신 시대는 우리에게 기회를 주었지만 동시에 우리의 사고방식, 문화를 바꾸어야 하는 도전적 과제를 준 것입니다.

박승정 국장 : 5G 시대의 화두로 ‘초시대(超時代)’란 담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초시대는 네트워크의 진화나 기존 산업의 변화 수준을 뛰어넘어 인류의 생활 패턴을 바꾸는 4차 산업혁명의 실질적이고도 거대한 담론으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초시대의 핵심 키워드로 다보스포럼에서 제시된 초연결(超連結), 초융합(超融合), 초지능(超知能)에 대한 견해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 超時代는 상상 이상의 혁신적 변화상... 인류 삶의 비약적 발전 예고

노준형 전 장관 : 인터넷을 처음 접하게 됐을 때 슈퍼하이웨이(Super Highway), 즉 초고속망이라고 했었는데 기술력이 발전하면서 더 강력한 어휘가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1994년 인터넷 상용서비스를 시작할 때는 인터넷의 확산이 제일의 목표였기 때문에 초고속, 광대역 이라는 점이 강조되었고, 초연결초융합초지능 등을 언급할 여건은 아니었습니다.

인터넷은 생성 초기부터 몇 가지 본질적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인터넷은 오픈 네트워크입니다. TCP/IP(Transmission Control Protocol/Internet Protocol)를 사용하면 누구나 접속 가능한 개방형 네트워크라는 얘깁니다. 이 특성은 빠르게 인터넷을 확산하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둘째, 인터넷은 분산형 네트워크입니다. 인터넷은 망들이 모여서 구성된 네트워크(Network of networks)로서 중앙집권적 통제장치가 없는 네트워크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인터넷이 확산되는 과정에서는 실현될 수 없지만 앞으로는 가장 중요한 ‘끊김이 없어야(Seamless)’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초연결성하고 연결 지을 수 있을 것입니다.

초연결이란 것은 기술적으로는 응답속도가 빠르다는 것도 포함합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자동차가 네트워크에서 일순간이라도 분리되면 사고와 직결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의 초연결성은 굉장히 중요한 기능이 될 것입니다. 인터넷이 생길 때부터 지향한 가장 중요한 속성 중의 하나지요.

초융합은 ‘딥 컨버전스(Deep Convergence)’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개방성을 기초로 해서 초융합이 구현됩니다. TCP/IP만 따르게 되면 개방성을 가진 인터넷 사회에서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폐쇄성이 강한 전문 분야 간의 협업도 가능하게 됩니다. 초융합이 구현된다는 것이지요.

초지능은 우리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컴퓨터가, 인공지능이, 소프트웨어가 사람의 지능을 넘어서는 순간이 온다는 것은 많은 가능성과 희망을 주는 동시에 굉장한 두려움을 주는 것입니다.

초지능의 대표적인 사례를 들어볼까요. 아직은 작은 사례가 되겠지만 우리는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바둑으로 이기는 것을 보았습니다.

앞으로 기계학습, 머신러닝, 나아가 지금과 같은 빠른 속도로 컴퓨팅 파워가 늘어나는 양자컴퓨터가 우리 현실에 들어온다면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지 예견조차 어려울 것입니다.

초시대는 이러한 초연결·초융합·초지능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굉장히 빠르고 혁신적이고 상상할 수조차 없는, 엄청나게 변화하는 시대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용어라고 봅니다. 5G 이동통신 상용화는 이런 초시대를 견인하는 시발점이 되겠지요.

박승정 국장 : 한 발 더 들어가 볼까요. 초시대란 담론은 더 나아가 초국방, 초도시, 초교육, 초협력, 초상상 등의 구체적 담론으로 분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라이프는 어떻게 바뀔 것이라고 보시는지요.

■ 한계비용 제로 사회 도래... 기존 경제상식 뒤엎는 근본적 변화 불가피

노준형 전 장관 :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정보처리 능력, 컴퓨팅 파워, 저장기술 등 모든 면에서 이렇게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인공지능(AI)·빅데이터·3차원(D) 프린터 등이 등장하면서 정보기술(IT)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전반에 걸쳐 획기적 발전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제까지의 변화도 대단했지만 앞으로의 변화를 감안하면 이제까지 변화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지금은 출근해서 직장에 가면 PC 없이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전사적 자원관리(ERP)·고객관리(CRM) 등 네트워크에 접속해야만 일할 수 있는 환경이지요.

상대적으로 학교는 직장에 비해 변화의 모습이 늦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는 근본적인 변화가 더 많아질 것입니다. 개인생활에서는 휴대폰 없는 일상생활을 생각할 수 없습니다. 내용적으로도 수많은 동영상을 생산하고 즐기고, 또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요.

다시 얘기하면 앞으로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근본적 변화가 올 것이라고 봅니다. 재택근무 정도가 아닌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들, 즉 경제와 사회의 근간을 뒤바꿀 수 있는 혁명적인 변화들이지요.

예를 들어 제러미 러프킨(Jeremy Rifkin)이 얘기하는 ‘한계비용 제로 사회’가 올 것입니다. 인터넷 분야에서 소프트웨어는 한계생산비 제로에 익숙합니다. 3D 프린터는 규모의 경제를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1개를 만들거나 1만개를 만들어도 평균생산비가 똑같다는 것입니다. 한계생산비가 제로라는 것이지요. 지금까지는 공장에서 대량생산을 하고, 또 이것이 도시화라는 주거생활을 규정하는 가장 근본적 출발점이 됐습니다.

그런데 대량 생산과 도시화가 도전받게 되면 학교도, 직장도 다 바뀔 것입니다.

5G 상용화를 시작하면서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이제는 단순히 미래가 이렇게 될 것이라고 상상하는 게 아니라 이러한 시기가 굉장히 가까이 왔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대비도 더 구체적이면서 더 적극적이고도 근본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점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이지요.

박승정 국장 : 말 그대로 4차 산업사회가 임박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구체적으로 들어가 볼까요. 5G시대가 가져올 산업의 변화와 신산업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또 ‘소유의 종말’을 언급할 만큼 가치를 추구하는 방향의 다양성 시대를 예고하고 있기도 한데요. 5G 상용서비스가 공유경제 및 분산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궁금합니다.

■ 신산업은 일자리 창출 여부가 포인트... 기득권 뛰어넘는 규제혁신 필수

노준형 전 장관 : 이미 예고되고 있는 것들이 있지요. 예를 들어 볼까요. 앞으로는 가상현실(VR)·로봇·드론·자율주행자동차·스마트시티 등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산업들이 출현할 것입니다.

그동안 일자리를 강조할 때 제조업이 좋은가, 서비스업이 좋은가를 따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제조업이냐, 서비스업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기존 산업이냐, 신산업이냐가 중요한 포인트가 돼야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어디서 일자리를 더 만들 수 있느냐가 앞으로 중요한 논의의 핵심이 돼야 한다는 말입니다.

예컨대 기존 산업에서는 일자리를 추가로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금융이든 자동차산업이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면 기존산업에서는 고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지요. 바꿔 말하면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야 일자리가 생깁니다.

지금 치열하게 논쟁이 되고 또 논의하고 있는 규제완화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의 연장선에서 공유, 분산경제를 얘기해 볼까요.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유경제는 새로운 형태인데, 새로운 산업에는 규제완화가 중요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에어비앤비, 우버 이런 것들이 대표적이죠. 교통 문제 전문가가 대도시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사를 해보니까 서울, 뉴욕, 동경, 카이로 등 어디를 둘러봐도 대도시는 승용차의 80%가 주차돼 있고 나머지 20%가 운행하고 있는데, 또 그 중의 20%는 혼자 타고 다닌다는 것입니다.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자원 중 고정자산에는 집과 자동차가 있는데, 그런 고가 자원의 유휴 자원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입니다. 유휴 자원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를 고민하다 나온 게 공유경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우버를 보면 성격이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단순히 내가 차를 갖고 있는데 운행하지 않는 것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이 서비스를 위해 새로운 자원이 동원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요.

우버나 에어비앤비 등의 또 다른 특징은 서비스 제공자가 자산을 취득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호텔이나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는 것이지요.

이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기업의 고정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것입니다. 경기변동의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경영 기법 중의 하나죠. 공유, 분산경제가 우리의 서비스 생활권에 깊숙이 들어오기 위해서는 제도적 해결과 이를 위한 갈등조정 비용이 필요할 것입니다. 기득권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갈등조정 시스템을 정비하고 발전시키느냐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결정적 동기가 될 것입니다. 한 번에 해결되리라고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오랜 시간의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는 얘기죠. 논의를 하는 것만으로도 그 역량을 길러주고 또 해결에 가까이 접근하는데 효율적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산경제는 인터넷의 또 다른 가치라고 봅니다. 불록체인기술의 등장으로 중앙집권적인 통제가 없는 서비스네트워크가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을 보면 자유롭게 생성, 발전하지만 자연적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중앙집권적 통제기구는 없지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 설치 주체는 있어야 하고 이 주체와 이용자 간의 이해조정이 관건이 될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에서 신산업은 기득권 뛰어넘는 규제 혁신이 필수'라고 강조하는 노준형 전 장관

박승정 국장 : 다시 현실로 돌아가 볼까요. 정부가 바뀔 때마다 규제혁파 혹은 법제도의 혁신이 단골 메뉴가 되곤 합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집니다. 5G 시대의 걸림돌로 산업사회 시대의 법과 제도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법과 제도, 정책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 미래 대형사고는 IT 보안체계서 판가름... 개인정보·보안 인식전환과 투자 뒤따라야

노준형 전 장관 :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우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기존 법체계를 많은 부분 획기적으로 단순화 명료화 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법치주의 최대의 적은 법률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지켜지지 않는 법이 너무 많으면 법치주의 본질이 훼손돼서 결국 정당성을 잃게 됩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라고 다를까요. 이미 수많은 법률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산업화 구조에 맞는 그러한 법령 환경을 조망한다면 단순 명료함이 추구돼야 합니다. 사람은 알 수 없고 인공지능만 알 수 있다면 재앙이 아닐까요?

우리가 지금 관심을 가져야 할 법제도 중 몇 가지를 살펴보도록 하지요.

먼저, 개인정보보호입니다. 우버가 됐든, 넷플릭스가 됐든 새로운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관건은 이용자 경험을 빨리 획득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느냐 일 것입니다. 이것이 굉장히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관건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개인의 이용경험은 개인정보보호와 뭉쳐져 있습니다.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호하고 활용하는가를 찾아내는 것, 누가 먼저 찾아내고 잘하는가가 5G 상용화를 최초로 한 것에 대한 의미를 갖게 할 것입니다. 이런 것에서 성과를 내야 정책의 의미가 있다는 얘깁니다.

현실로 들어가 볼까요. 우리는 모두 개인정보보호가 중요하다는 건 다 알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내 개인정보가 보호되고 있는지, 좋은 의미에서 나를 위해서 쓰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인식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지요.

결국 개인정보보호 제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한 개인정보부터 확실히 보호되고 있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느끼도록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합니다.

또 하나는 본인의 동의 문제입니다. 무료 앱을 사용하려 해도 본인의 동의가 광범위하게 이용된다고 하면 개인정보가 충실히 보호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만듭니다. 이런 부분이 해결돼야 하고, 해결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본인의 동의를 받아 개인정보를 사용하는 자가 얼마나 더 이용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게 하는가 하는 것이 개인정보를 둘러싼 균형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보안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중요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인간의 삶은 광범위하게 인터넷, 컴퓨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기차표, 고속버스 발권시스템이 마비되면 승차권 발권 자체가 안 되어 운행이 정지됩니다.

그러나 지금은 원전, 공항관제, 금융시스템 등의 보안이 완전하지 못하면 대형 재난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금융업계 종사자들에 따르면 앞으로의 금융 위기는 은행 정보기술(IT) 시스템에 관련된 위험 때문에 올지 모른다고 얘기합니다.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보안에 대한 인식전환과 투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박승정 국장 : 갈등조정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하셨지요? ‘타다’ 등 현재의 갈등과 관련해서도 한 말씀 나눠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장·단기적인 차원에서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어떻게 잡아가야 할지 궁금합니다.

노준형 전 장관 :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 정보화가 성공하려면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이용자의 학습능력이라고 했습니다. 새로운 수단을 익히고 활용하면 생산성이 높아지고 생활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보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항상 변화로 인한 갈등은 당연히 존재하였지만 지금부터 앞으로 일어나는 변화처럼 근본적인 도전은 없었습니다. 면허제도에 의해 공급자 수가 제한돼 지대(rent)가 발생하는 분야는 정부가 면허제도 자체의 적정성을 검토해봐야 합니다.

갈등 조정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선, 다양성을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허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제조업에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나라입니다. 이런 나라가 다시 생겨날 수 없을 정도로 성공한 나라입니다. 자동차·선박·휴대폰·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제조업에서 성공한 나라라고 할 수 있지요.

제조업에서는 뭔가 다른 것이 나타나면 그것은 불량입니다. 제조업에서는 신속하고 일사불란한 대응이 미덕이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용하는 훈련이 부족합니다, 정부뿐만 아니라 당사자들이 계속 논의를 이어가면 반드시 이견이 좁혀지고 우리에게 적합한 최선의 방안이 나올 것입니다.

박승정 국장 : 다음 문제로 넘어가 볼까요. 5G 시대라고는 하지만, 아직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킬러콘텐츠가 없다느니 5G 네트워크 커버리지가 부족하다느니, 또는 서비스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그것입니다. 아직 미완성인 콘텐츠·서비스·인프라 차원의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시대변화 따른 사회 전반 재구조화 필요... 나부터 대비하는 지피지기 정신 중요

노준형 전 장관 : 그것은 최종 목표를 어떻게 볼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5G는 앞으로의 중요한 인프라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우리가 준비하는 과정을 100m 달리기로 볼 것이냐, 마라톤으로 볼 것이냐는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과거의 역사를 돌이켜봐도 20세기에는 자동차가, 21세기에는 통신과 컴퓨터가 모든 산업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자동차가 출현했을 때는 오늘날과 같은 기능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이상하리만큼 모든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커왔습니다. 실체에 비해 후한 평가를 받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PC나 통신을 보면 수요자 중심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아직 공급자 중심인 것은 확실합니다. 어느 날, 팬티엄이 나오면 그것으로 바꾸고 2G, 3G, 4G로 바꿔왔던 통신도 마찬가지입니다.

5G 시대는 4G와 다른 모습을 가질 것이라고 봅니다. 과연 공급자 중심의 전략으로 통할까요. 아닐 수 있다고 봅니다. 전화가 중심이 되는 시대가 아닐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다른 방향으로 갈지 모릅니다. 따라서 과거처럼 누가 빨리 커버리지를 구축했느냐의 여부가 다는 아닐 것입니다.

앞으로는 굉장히 많은 네트워크가 끊김 없는 환경이 돼야하기 때문에 상호연동, 보안 등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아직은 완숙한 기술로 접어든 것이 아니라 현재 발전을 거듭하고 있어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콘텐츠 산업에 미칠 영향을 보면 획기적인 변화가 가능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앞으로는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도 홀로그램을 통해 오케스트라 협연을 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민간의 영역에서 개선되고 또 보완되는 과정을 거칠 것입니다.

박승정 국장 : 다가오는 5G 시대에는 산업과 사회 전반의 재구조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국가와 기업 그리고 개인의 준비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요.

노준형 전 장관 : 변화에 대한 대응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1993년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신경영선언’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 회장은 당시 ‘처자식을 빼고는 모든 것을 바꾸라’고 했습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이념전쟁이 종식되고, 또 새롭게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함으로써 단순한 상품거래뿐 아니라 서비스노동자본 등 모든 것에 대한 이동이 자유로워지는 무한경쟁 상황에서 시기적절하게 대응하고 변화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앞으로 5G와 양자컴퓨터가 구현되면 1990년대 초반부터 이제까지의 변화보다 더 심오하고 혁명적인 변화가 올 것입니다. 공장을 기반으로 한 대량 생산체제가 도전을 받는 철저한 변화가 필요한 시대가 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미래를 예측하고 청사진을 그리고 앞으로 몇 년 후에 일자리가 얼마나 만들어지고 하는 등의 얘기는 무의미할 것입니다. 오히려 현재 상황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우선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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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나부터 변화해야 변화를 주도할 수 있습니다. 나의 능력수준, 기업 차원에서 무엇을 만들고 팔 수 있고 또 무엇이 문제인지 철저한 분석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도전을 혁신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앞으로의 사회에서는 획일적 대처는 없다는 것입니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란 말처럼 현재를 알면 미래에 대한 답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