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네이버·카카오 이야기?

극중 배경, 2012년 안철수 룸살롱 사건 때 네이버 상황과 유사

인터넷입력 :2019/06/10 18:38

지난 5일 처음 tvN을 통해 방송된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의 배경설정과 주요 이슈가 실제 국내 포털업체들의 상황과 비슷해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5, 6일 방영된 1, 2화 방송분에는 포털업계 점유율 1위 업체 '유니콘'을 배경으로 대선후보의 명예훼손과 관련된 실시간급상승검색어(이하 실급검) 삭제가 타당했는지, 포털 메인 화면에 걸린 광고가 실급검으로 떠오를 경우 이를 삭제하는 게 옳은지 등을 고민하는 장면이 나온다.

검블유의 주인공은 배우 임수정이 연기하는 유니콘 서비스 전략 본부장 ‘배타미’다. 검색어 삭제와 관련해 배타미가 유니콘 대표이사 '송가경'(배우 전혜진)과 설전을 벌이는 장면이 다수 등장한다. 송가경은 유수기업 그룹의 며느리로, 회사 방침에 맞지 않더라도 그룹 대표로 있는 시어머니 뜻에 따라 유니콘의 중대 결정을 하는 캐릭터로 비춰진다.

특히 대선후보 토론회 생방송에서 한 대선후보가 검찰청 재직 당시 동료 검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는 의혹이 나오자, 관련 실급검이 유니콘에서 곧장 삭제된 장면은 지난 2011년 네이버에서 논란이 된 '이명박', '광우병' 등 검색어가 실급검으로 올랐다 바로 삭제됐다는 의혹과 2012년 대선 기간 제기된 ‘안철수 룸살롱’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2011년 5월 오마이뉴스는 네이버에서 '탄핵', '이명박', '광우병' 등 검색어가 실급검으로 뜬지 1분도 안돼 사라졌다는 의혹 보도를 냈다. 이에 NHN은 검색어를 새로고침 하는 시간이 브라우저가 켜져 있는 시간에 비례해 증가하는 로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래 켜둔 브라우저를 통해 실급검을 확인할 경우 데이터가 바뀌지 않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2012년 8월 네이버는 대선후보 안철수에게 불리한 검색어를, 혹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검색어를 뜨도록 하거나 삭제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안철수 룸살롱 사건이 기사화 돼 이슈가 됐을 땐 이용자들이 검색 결과에 접근하기 위해 네이버가 따로 성인인증 절차를 구하지 않았으나, 박근혜 룸살롱 검색결과 접근시엔 성인인증 절차 제한을 뒀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혹은 당시 네티즌들에 의해 제기돼 정치권 이슈로 번진 바 있다.

안철수 룸살롱 검색어

그러자 네이버는 그해 9월 자발적으로 검색어 투명 운영을 위해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실급검, 자동완성검색어, 연관검색어 등 3대 검색어 검증을 받겠다고 발표했고, 이듬해 1월 보고서가 나왔다.

당시 네이버 포털을 운영하던 NHN은 성인인증이 필요한 검색어라도 일정량 이상의 검색이 이뤄지고, 관련 언론보도가 있으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성인 인증절차를 일시 해제한다고 밝혔다. 또한 과거에도 ‘박근혜 콘돔’ 검색어에 대한 성인인증을 해제한 적 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KISO의 부설기관 검색어 검증위원회는 네이버가 검색어를 조작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같은 검색어 검증위원회의 네이버 검색어 처리 적절성 검토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유니콘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실급검을 삭제, 사실상 조작했다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송가경 이사는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 실급검은 내부 규율에 따라 삭제해야 하고, 대선후보에도 예외가 없다는 입장이다. 배타미는 TV방송 프로그램으로 온 국민에게 알려진 사실이 실급검으로 오를 경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배타미는 대선 종료 후 청문회에 불려나가 유니콘이 검색어를 조작했다고 고백하기에 이른다.

아울러 드라마에서는 포털 메인화면에 등장하는 광고가 실급검에 오를 경우 이를 삭제하는 것이 타당한지도 등장한다. 유니콘은 '인주시 불꽃축제'가 포털 메인화면에 광고되는 시간에 TV 언급이나 SNS상 이슈가 되지 않는 한 관련 실급검을 삭제해야 한다는 방침이 있는 것으로 방송됐다.

실제 상황에서 KISO도 네이버가 메인광고 외 이슈가 없을 경우 상업성 실급검을 삭제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그에 따라 네이버의 '여의도 불꽃축제' 실급검 삭제는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네이버는 메인화면에 광고로 걸린 소재가 실급검에 올라올 경우 대부분 삭제토록 한다. 광고를 해주면 실급검으로도 게재해준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카카오 로고

이외에도 극중 포털 업계 2위 '바로'가 유니콘과 달리 직원들의 이름을 영어로 부르는 장면도 실제와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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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경우 직원들이 서로를 호명하거나 명함에 이름을 넣을 때 한국 이름을 쓴다. 반면 카카오는 수평적인 사내문화를 위해 명함에 한국 이름과 영어 이름을 동시에 적고 서로를 영어 이름으로 부른다.

검블유 제작진은 실제 KISO의 보고서를 참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블유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을 운영하는 CJ ENM 관계자는 “검블유 작가들이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보고서를 참고하거나, 따로 취재해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