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이 확전되면서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의 자체 기술 생태계 구축에 속도가 붙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기술을 따라잡는 데 10년은 걸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나온다.
4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정책 지원을 통해 자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기업들도 반도체 등 핵심 기술 내재화를 위한 작업에 착수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달 자국 반도체 기업들과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 대한 세금 감면 정책을 발표했다. 앞서 중국제조 2025 비전을 통해 2020년까지 반도체의 40%, 2025년까지 70%를 자체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반도체 산업에만 수천억달러를 투자한다.
중국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화웨이는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모바일 기린 칩셋을 사용하고 있다. 샤오미도 인공지능(AI) 칩셋을 개발하고 있으며, 알리바바 역시 자체 AI 칩셋 개발에 착수했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의 반도체 기업 푸젠진화가 미국 기업의 칩 설계를 훔쳤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해당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품 공급을 중단했다. 최근에는 화웨이와 68개 계열사가 미국의 거래중단 제재 목록에 포함되면서 주요 기업들과의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등 첨단 기술 협력이 끊겼다.
중국 반도체리서치업체 IC와이즈의 구원쥔 연구원은 "미·중 무역갈등으로 빚어진 화웨이 사태는 실제로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자극했다"고 말했다. IDC 기술·반도체 담당 부사장 마리오 모랄레스는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향후 5년동안 소프트웨어 등 기술에 대한 중국 투자를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중국이 한국, 일본과 같은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기업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게 중국 시장조사업체의 의견이다.
구원쥔 연구원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글로벌 산업 시스템은 미국에 의해 지배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평행 생태계가 있을 수 있다"며 "미국이 오랫동안 중국 산업을 봉쇄한다면 중국은 다른 생태계를 이끌게 될 것이며, 이는 미국 반도체 산업에 장기적으로 불이익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중국이 미국 기술을 따라잡는 데는 10년은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국제전략연구소(ISC)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 사용되는 반도체의 16%만이 중국에서 생산되며 그중 절반은 중국 기업이 생산하고 있다.
예컨대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은 화웨이 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와 부품을 대부분 공급하고 있지만,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영국 반도체 기업 ARM에 의존하고 있다. ARM은 일본 소프트뱅크가 소유한 회사로 미국 제재 이후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했다. 또 하이실리콘이 ARM 기술을 기반으로 칩셋을 설계하지만, 제조는 대만에서도 이뤄진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닐 샤 국장은 "만일 중국이 유능한 인력, 회사, 협력 체계를 확보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미국 기술에 대한 접근 없이 자체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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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5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러시아 국빈 방문을 앞두고 중국의 경제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요소가 충분하다며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미국의 압박에 공동 전선을 펼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주요 2개국(G2)이자 세계 최대 제조, 무역, 외환 보유국으로 중국의 경제 구조는 세계 경제가 둔화하는 가운데서도 최적화되고 양호한 추세가 뚜렷하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전면적 전략 협력 파트너 관계는 역사상 최고로,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문제에 대해 서로 확고하게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