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자로 연료로 사용된 뒤 배출되는 핵연료 물질인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한 가운데,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 난항이 예상된다.
재검토위원회는 앞선 정부에서 구성된 정책이 시민 의견을 배제하고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지적에 따라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됐지만, 관련 시민단체는 이해당사자가 배제된 점을 지적하며 위원회 출범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선릉 위워크 2호점에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출범식을 개최하고, 이날부터 정책 재검토를 전면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출범식에는 성윤모 산업부 장관과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위원단, 은재호 재검토준비단장,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등이 자리했다.
■ 산업부 "과거 정부가 약속 못 지켜…주민 의견 듣겠다"
이번 재검토는 지난 2016년 7월 수립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 국민과 원전 소재 지역주민,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다양한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따라 국정 과제로 추진됐다.
성윤모 장관은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해 원전부지내에 저장중인 사용후핵연료를 옮기겠다는 과거 정부의 약속이 이행되지 못하였던 점에 대해 유감"이라며 "사용후핵연료 정책은 소통과 사회적 합의형성 노력이 핵심이나, 과거 정부에서 의견수렴이 다소 충분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금번 재검토를 통해 국민과 원전 지역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것"이라며 "사용후핵연료 정책의 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위원들께서 의견수렴 절차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 시민단체 "시민 없는 재검토委 출범 결사 반대"
이에 대해 원전 발전소 지역 시민단체와 환경단체 등은 지역주민과 시민을 배제한 재검토위원회 구성을 문제삼았다.
원전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고준위핵폐기물 전국회의는 이날 재검토위원회 출범식이 진행된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 주민과 시민이 배제된 위원회는 졸속 행정"이라며 "위원회의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고준위핵폐기물 전국회의는 "산업부는 늦었지만 시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이제서야 제대로 된 재검토위원회를 출범한다고 하지만, 위원회 구성을 뜯어보면 시민은 철저히 배제됐다"며 "시민이 빠진 핵폐기물 처리 검토는 지난 정부에 이어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재검토위원회는 인문사회·법률·과학·소통/갈등관리·조사통계 등 각 분야별 전문가 15인으로 구성됐다. 특히 위원회는 전문 분야와 더불어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30대~60대 남녀로 균형있게 배치됐다는 게 산업부의 주장이다.
위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인문사회 분야에서 3명, 법률과학·소통갈등관리 분야에서 각각 5명, 조사통계 분야에서 2명의 전문가가 위촉됐다. 이들의 직업은 행정·사회 분야 교수진과 변호사 등이다.
전국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위원회 구성을 보면 대부분이 대학 교수와 변호사 등으로, 원전 분야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없고 또 일반 시민은 빠져있다"며 "정부는 연령과 성별을 고려해 중립적으로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하는데, 이렇게 구성된 위원회가 핵폐기물 관리계획을 제대로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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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관계자는 "위원회는 재검토준비단의 논의결과를 바탕으로 출범하게 됐다"며 "앞으로 국민과 원전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사용후핵연료 처리방향과 절차 등 관리정책에 대한 폭넓은 의견수렴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의견수렴 절차가 객관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재검토위원회가 필요한 사항을 자율적으로 결정토록 해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또 위원회가 의견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제출하는 '정책권고안'을 최대한 존중해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산업부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