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게임장애 승인…해외-국내 게임산업-학계 대응 나섰다

WHO 결정에 국내외 게임업계 반발... 국내 게임사 한뜻으로 뭉쳐

디지털경제입력 :2019/05/28 17:52

세계보건기구(이하 WHO)가 국제질병사인분류 11차 개정안(이하 ICD-11)에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포함하면서 게임업계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

게임장애에 질병코드가 부여됐다는 소식에 게임업계가 들썩이는 이유는 이를 계기로 게임업계를 향한 규제 정책이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WHO가 게임장애에 질병코드가 부여하자마자 보건당국이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관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게임업계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 즉각 반응 보인 서구권 게임업계

미국게임산업협회는 한국게임산업협회를 포함한 8개 글로벌 게임협회와 함께 WHO가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를 재고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WHO가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WHO에서 논의되고 결정되는 지침은 독립된 전문가들이 뒷받침하는 정기적이고 포괄적인 검토가 기반이 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성명은 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분류 결정이 명백한 증거를 기반으로 내린 것이 아니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게임장애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인 게임중독의 실체를 두고 지속적를 문제를 제기한 서구권 학자들은 이번 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를 두고 성급한 결정이었다는 평가를 내린다.

미국 플로리다 스태트슨 대학교 크리스토퍼 퍼거슨 심리학과 교수는 WHO의 결정이 사회 손실을 일으킬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게임장애는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이 아닌 여로 원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라는 이야기다.

또한 퍼거슨 교수는 “게임장애를 규정하기 위해서는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임상적이고 표준화된 척도가 필요하다. 아울러 연구 결과를 연구자가 유리하게 조작할 수 없도록 연구를 선제적으로 등록하는 절차도 만들어야 한다”라며 게임중독에 대한 연구가 의도를 갖고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미국 텍사스주에서 활동 중인 임상심리학자 앤서니 빈 박사는 “게임중독 증상으로 치료받는 이들 대부분이 게임 때문이 아니라 우울과 불안 증상으로 고충을 호소한다”라며 “많은 임상치료사가 게임문화에 대한 이해와 게임을 즐기는 이유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직 무엇이 게임중독을 유발하는 요소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섣불리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인정하게 되면 수많은 오진 사례가 생길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문화체육관광부.

■ 강력 대응 예고한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업계

국내 게임산업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WHO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를 두고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WHO가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를 예고한 이후 꾸준히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문화체육관광부는 WHO의 이번 결정이 충분한 과학적 검증 없이 내려졌다고 설명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년 10월 예정된 WHO 연례회의에 게임장애의 실체를 반박하는 내용의 연구 자료를 제시해 게임장애 질병코드 도입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찬성하는 보건복지부와도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게임장애 질병분류 관련 민간협의체에 주최자가 중립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불참을 선언했다. 다만 통계청, 국무조정실 등 중립 부처가 협의체를 구성해 운용한다면 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겠다며 게임장애 사안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게임산업협회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8개 글로벌 게임협회와 WHO의 결정에 반대하는 공동 성명을 낸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금일 WHO 게임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임상혁 회장이 토론회 진행을 맡고 패널 토론에는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 박승범 과장, 김성회 유튜브 크리에이터, 게임과몰입힐링센터 전영순 팀장, 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우 정책국장 등 게임산업 전반에 자리한 다양한 인물이 자리한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4일 네오위즈와 엔씨소프트가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반대하는 내용의 카드뉴스를 자사 SNS에 게시했고 이후 넥슨, 넷마블, 펄어비스, 네오위즈 등 주요 게임사 역시 게임은 문화이며 우리 모두는 게이머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를 반대하고 나섰다.

관련기사

게임 개발자들도 자발적으로 캠페인에 동참했다.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황성익 회장이 ‘게임인 분들게 드리는 호소문’이라는 제목으로 ‘게임은 문화다’, ‘질병이 아니다’라는 문구를 SNS 프로필로 설정하자는 캠페인을 시작했고 시간이 갈수록 이에 동참하는 이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황성익 회장은 “하나된 목소리를 내야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거창한 것보다는 어렵지 않게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캠페인이 효과적이라 생각해 이런 시도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