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지난 4월부터 꾸준히 상승하더니, 27일 단숨에 10% 상승하면서 1천만원을 돌파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1천만원을 넘은 것은 2018년 5월 이후 처음으로, 딱 1년만에 회복이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으로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자, 2017년 말 경험한 '투기 열풍'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는 28일 즉각적으로 가상통화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가상통화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비트코인 상승장은 지난 2017년과 비교해 여러모로 차이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시작된 상승장은 기관 투자자들이 이끌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차이로 꼽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은 금융 인프라, 규제 환경 등이 갖춰지지 않으면 이 시장에 진입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블록체인 산업의 성숙도가 높아지면서 기관투자자 참여가 증가해, 가격 상승이 동반된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다.
■하루 아침에 비트코인 10% 껑충?..."큰 의미 없어"
비트코인 가격이 1천만원 돌파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27일 새벽부터 시작된 깜짝 상승이다. 이날 자정 950만원대 였던 비트코인은 오전 9시까지 10% 이상 올라 1050만원을 찍었다.
하지만, 이번 깜짝 상승의 배경을 찾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암호화폐 거래 시장 규모가 여전히 작기 때문에 몇몇 기관 투자자의 매수·매도에 따라 이정도 출렁거림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블록체인 액셀러레이터 겸 크립토펀드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는 "비트코인 자체가 전통적인 금융시장에 비해 아직까지 작은 시장"이라며 "한번에 갑자기 10% 씩 오르고 떨어지는 것은 순간 한 두개 기관이 가격을 움직인 것이라고 봐야지 일일이 해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투자자문사 스카이매도우의 한인수 대표도 "최근 비트코인 차트를 보면 떨어지거나 올라갈 때 극단적이지 않는다"면서 "코스닥에서도 30% 오르내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는데 가격이 크게 요동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주시식시장에서 대규모 자본이 한가지 유망 종목을 꾸준히 사모을 때 오르는 것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두달간 상승세는 유의미한 체질 변화...'기관 투자자 유입이 중요한 시그널"
그렇다면, 4월부터 지난 두달간 비트코인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상황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최근 시장을 주도하는 주체가 개인이 아닌 기관 투자라는 점에서 지난 2017년 대상승장 때보다 건전한 시장성장이라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기관투자자들의 진입은 전반적인 블록체인 산업 성장이 뒷받침 돼야 가능하다. 기관이 참여할 수 있으려면 커스터디(암호화폐 수탁)나 선물투자 같이 암호화폐 금융 서비스와 솔루션이 갖춰져야 하고, 당국의 규제도 명확해야 한다. 이런 환경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큰 위험을 져야 하는 기관이 이 시장에 진입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을 따져 봤을 때 2017년 때는 기관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이 붙어 가격을 끌어올렸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이번 상승장은 기관투자자들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고, 그 결과에 의한 상승장으로 보여진다.
실제 미국 명문대학들이 운용 기금을 암호화폐 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예일, 하버드, 스탠포드, MIT 등이 암호화폐 투자 펀드 소식을 발표했다.
미국 대학 운용 기금의 움직임이 중요한 이유는 이들이 실리콘밸리 밴처캐피탈(VC)에 자금을 대는 주요 LP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주요 VC들 암호화폐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되는 연쇄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뉴욕증권거래소 모회사인 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ICE)가 준비하고 있는 비트코인 선물 거래소 백트(Bakkt)가 오픈하면 기관투자자들의 진입이 가속화될 것이란 예상도 높다. 백트는 최근 오는 7월 초 시범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백트는 암호화폐 커스터디 서비스인 DACC를 인수해 관련 사업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최근 커스터디나 브로커리지 서비스, 암호화폐 선물거래 플랫폼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기관 투자자들이 본격 진입하는 흐름이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뉴욕에서 개최된 블록체인 컨퍼런스 컨센서스에서 미국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 관계자가 '암호화폐 산업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다른 나라에 인재와 기회를 빼앗겼다'고 말했다"며 '결국 미국의 규제 방향도 이 산업을 어떻게 하면 성장시킬 수 있을지에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거래량 증가도 큰 차이..."실생활 사용되고 있다는 방증"
최근 두달사이 비트코인을 비롯해 암호화폐 가격이 일제히 상승한 직접적인 이유는 기관 투자자들의 참여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블록체인 산업의 기초 체력(펀더멘털)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 반영되고 있다는 게 또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거래량 증가도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 지난 2017년과 비교하면 비트코인 일일 거래량이 최근 크게 증가해다. 2017년 8월 비트코인이 1천만원을 넘었을 때 일일 거래량은 43억 달러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비트코인 일일 거래량은 265억 달러로 6배 이상 늘어났다.
거래량 증가는 실제 비트코인을 이용해 실생활에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인수 대표는 "전년과 비교해 거래량 상승폭이 굉장히 크다"며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쓰인 거래량을 늘린 것이 아니라 상당부분 실생활에서 환전된 물량이 거래량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 비트코인 1천만원 돌파…정부 "시장 예의주시"2019.05.28
- 비트코인, 1천만원 돌파…계속 오를까2019.05.28
- "비트코인 주소는 가명정보"2019.05.28
- 아시아 블록체인학회장 "비트코인 올해 3만 달러 갈 것"2019.05.28
김서준 대표도 "비트코인을 기축통화처럼 쓰는 나라가 늘어났다"며 "베네수엘라 같이 경제가 무너진 남미 국가에서 비트코인이나 라이트코인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카카오, 라인 같이 대규모 사용자를 확보한 서비스가 암호화폐 발행과 활용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20억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페이스북은 내년 1분기 메신저를 통한 암호화폐 결제송금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도 국내 5천만 사용자가 이용하는 카카오톡에암호화폐 지갑을 결합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