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실패' 美 3·4위 통신사 합병, 이번엔 성공할까

T모바일·스프린트 결합…FCC "찬성" vs 법무부 "반대"

방송/통신입력 :2019/05/22 16:05    수정: 2019/05/22 16:55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미국 3, 4위 통신사가 이번엔 합병에 성공할 수 있을까?

아짓 파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이 20일(현지시간) T모바일과 스프린트 합병 지지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두 차례 실패했던 두 회사간 합병이 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아짓 파이 FCC 위원장이 5G 투자 확대를 비롯한 두 회사의 합병 전제 조건에 대해 만족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조만간 열릴 FCC 전체 회의에 두 회사 합병을 승인하도록 추천하겠다고 강조했다.

T모바일과 스프린트는 2018년 4월 265억 달러 규모 합병에 합의했다. 두 회사는 합병에 성공할 경우 ▲시골지역 광대역 서비스 확대 ▲5G 망 확충 ▲스프린트의 선불폰 자회사인 부스트 모바일 매각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또 소비자 이익 침해 요소인 요금 인상 등을 시도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함께 했다.

존 레게르 T모바일 CEO [사진=씨넷]

■ 스프린트 "독자적으론 5G 추진불가" 강조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아짓 파이는 “도농간 디지털 격차 해소와 미국의 5G 경쟁력 제고가 FCC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 조건”이라면서 “T모바일과 스프린트가 제시한 공약들은 이런 목표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FCC의 응원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간 합병이 성사될 지 여부는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또 다른 규제 기관인 법무부가 두 회사 합병 반대 쪽에 무게를 싣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거대 합병 땐 FCC와 법무부에서 모두 승인을 받아야 한다. FCC는 합병이 소비자 이익을 해치지 않는지 심사한다. 반면 법무부는 독점금지법 위반 여부를 집중 검토한다.

통상적으론 FCC 승인을 받는 것이 좀 더 어려운 편이다. 반독점법 위반이란 구체적인 조건보다는 소비자 이익 침해라는 추상적인 조건이 훨씬 더 포괄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거대 통신사 출범에 대한 거부감이 덜한 데다 중국과 5G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점 등이 두 회사엔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따라 두 회사가 합병에 합의한 직후부터 FCC보다는 법무부 승인을 받는 것이 더 힘들 수도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아짓 파이 FCC 위원장 (사진=씨넷)

4위 업체인 스프린트는 독자 생존이 쉽지 않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스프린트는 “(독자적으로) 5G를 추진할 경우 망 자산 부족 등의 결점이 더 드러나게 될 것”이라면서 “스프린트 혼자만으론 미래 경쟁력이 재앙에 가까운 수준이다”고 강조했다.

FCC는 이런 시일 내에 전체 회의를 통해 두 회사 합병 승인 여부를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하지만 아짓 파이 위원장을 비롯해 공화당 계열 위원이 3명으로 과반수를 점하고 있어 합병 승인은 큰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문제는 합병 승인의 또 다른 축인 법무부의 속내다. 블룸버그는 최근 “미국 법무부가 T모바일과 스프린트가 제시한 개선 방안이 반독점 우려를 해소시키기에 충분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법무부는 두 회사가 제시한 5G 투자 계획과 요금인상 금지 등의 조치만으론 반독점 우려를 불식시키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사실을 토대로 “법무부가 FCC가 이례적으로 합병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 2011년과 2017년엔 각각 외부-내부 요인으로 무산

T모바일과 스프린트 합병 시도는 2011년과 2017년에 이어 세 번째다.

두 차례 합병은 각각 외부적인 요인과 내부 갈등 때문에 무산됐다. 2011년엔 규제 기관의 합병 승인을 얻는 데 실패했다.

T모바일의 스프린트 합병 여부를 결정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 위원들. 가운데가 아짓 파이 위원장이다. (사진=FCC)

2017년엔 막판 협상 결렬로 무산됐다. 스프린트 모회사인 소프트뱅크 측이 경영권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인 때문이었다. 이 문제는 T모바일이 스프린트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해소했다.

세 번째 도전인 이번 합병은 좀 더 정교하게 진행됐다. 일단 규제 기관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로 바뀌면서 다소 완화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상대적으로 거대 통신사 탄생에 대한 거부감이 덜한 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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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 때문에 실패했던 2017년의 아픔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한 방안도 함께 추진했다. 이번엔 T모바일이 스프린트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아예 분쟁 소지를 없앴다. 특히 스프린트의 선불폰 계열사 매각 등 독점 요소를 없애는 데도 힘을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 쪽이 부정적인 기류를 보이면서 세 번째 결합 시도도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됐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