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죠르노, 이태리서 왔어요"…빵냄새 나는 '일리카페'에 가다

[지디가 간다] 일리카페 여의도점 오픈 행사 '이탈리안의 아침'

인터넷입력 :2019/05/22 09:12    수정: 2019/05/22 09:13

김민선, 안희정 기자

여의도 일리카페에서는 빵 냄새가 났다. 일반적으로 카페에서 진하게 커피 향이 났던가. 생각해보면 작은 카페를 제외하곤 상당수 그렇지 않았다. 큰 매장이 있는, 도회적 느낌의 프랜차이즈 카페에선 더욱 '음~ 커피 향' 하는 소리는 안 나온다. 머그컵에 코를 가까이 대고 커피 향을 맡는 인스턴트 커피 광고들을 익히 봐온 탓인지, 카페에서 커피 향이 안 난다는 게 새삼스럽다. 그런데 일리카페 여의도점에서 커피 향도 아닌 빵 냄새가 몽글몽글 났다.

커피머신으로 유명한 커피 브랜드 일리카페가 국내 커피숍 프랜차이즈 사업을 확장하며, 이탈리안 느낌 충만한 ‘푸드’ 메뉴를 필승카드로 내걸었다. 가운데 크림이 들어간 크루아상, 일리버전 티라미수 디저트인 ‘일리미수’ 등이 대표적이다. 브랜드 로고나 MD 상품으로 브랜드 정체성 힘주기에 바쁜 프랜차이즈 카페들 사이에서, 일리카페는 원초적 감각인 후각과 미각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는다.

이를 위해 일리카페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롯데캐슬엠파이어 상가에 최근 문을 연 일리카페에서 이벤트 ‘이탈리안의 하루’를 진행했다. 이탈리안의 하루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식사 때마다 커피와 음식을 함께 즐기는 문화를 소개하는 행사다.

일리카페 교육 총괄 파브리지오 아퀘 바리스타가 행사 진행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지디가간다 팀 기자들이 일리카페를 방문했을 때 행사장 풍경보다도 빵 냄새가 먼저 후각을 때렸다. 행사 시작 전이라 빵은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빵 냄새였다. '어디서 이렇게 빵 냄새가 진하게 날까?'란 생각이 들었다. 빵 냄새는 커피 향보다 강했다.

일리카페 여의도점은 전국에서 운영되는 일리카페 중에서도 중대형 카페에 속한다. 빵을 굽는 오븐이 있기 때문이다. 매일 오븐에서 빵을 구워 바로 판매한다.

이날 행사에는 일리카페에서 아시아 지역 바리스타들의 교육과 메뉴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파브리지오 아퀘가 내한해 직접 메뉴 제작을 시연했다. 그는 일리의 커피전문 교육기관인 UDC(Universita del Caffe)의 교수이기도 하다.

파브리지오 바리스타는 초청된 50여명의 관객들 앞에서 먼저 아침 메뉴 만들기를 시연했다.

그는 “여러분들을 이탈리아로 초대한다. 눈을 감고 여기는 이제부터 이탈리아라고 생각하자”라며 “본 죠르노(이탈리아 아침 인사)”하고 인사를 건넸다.

아침식사 메뉴는 카푸치노와 크루아상이다. 파브리지오 바리스타가 직접 우유를 데워 따뜻한 카푸치노를 만들었다. 이후 향긋한 냄새의 주인공이 크루아상을 꺼내들었다. 반을 갈라 크림을 채워넣은 크루아상을 선보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를 간식거리로 여길 수 있는데, 이탈리아 사람들은 아침 식사 때 주로 먹는다고 한다.

파브리지오는 “이탈리에서는 카푸치노를 아침에만 마신다”면서 “왜냐하면 크루아상을 카푸치노 거품에 찍어먹기 위해서다. 에스프레소와 함께 크루아상을 먹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점심식사로는 빵 사이에 햄과 치즈가 들어간 데우지 않은 파니니를 선보였다. 파니니는 이탈리아식 샌드위치로, 그릴에 데워먹기도 차갑게 먹기도 한다.

점심식사를 마치면 자연스럽게 달콤한 것을 찾게 될 것이라면서 디저트로 일리미수를 만들었다. 에스프레소 4샷과 시럽을 섞어 만든 소스에 레이디핑거를 적신 후 크림을 발라 만들었다. 저녁 시간에 먹기 좋은 오렌지가 들어간 칵테일도 제작했다.

행사 참관객들에게는 크림이 들어간 크루아상, 파니니, 일리미수를 맛볼 수 있게 했다. 기자가 직접 먹어보니 크루아상은 풍미가 깊었고, 파니니와 일리미수는 갓 만들어진 음식이어서 그런지 신선한 재료로 만든 맛이 났다.

이날 시연한 음식들은 실제로 일리카페에서 판매되는 메뉴들이다. 시연 제품 외에도 다양한 메뉴들이 있다.

일리카페 여의도점 오픈 행사에서 선보인 메뉴들.

파브리지오는 “이탈리아 사람과 한국 사람은 커피를 많이 마신다는 점에서 매우 비슷하다”며 “두 나라 사람들의 삶에서 커피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도 같은 점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두 나라에서 커피를 마시는 방법은 다르다”면서 “이탈리아에서는 대부분 아침에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를 마시고, 한국 사람들은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신다”고 덧붙였다.

일리의 정식 브랜드 명칭은 일리카페(illy caffe S.p.A.)다. 이때 카페는 커피를 뜻하는 이탈리아 단어로, 영어로 커피숍을 뜻하는 카페(cafe)와 다르다. 1933년 이탈리아 항구도시 트리에스테에 설립된 일리카페는 일리가문 3대를 이어 현재까지 본사를 이곳에 두고 있다. 140개 나라에서 매일 일리카페 커피가 700만잔 이상 소비되고 있다. 일리카페 커피를 취급하는 커피숍은 전 세계 10만개가 넘는다.

일리카페 프랜차이즈 커피숍은 아직까지 전 세계 43개국에 230개 매장뿐이다. 그런데 앞으로 일리카페는 국내에만 2023년까지 지점 150개를 세울 계획이다. 여의도점 같은 푸드 중심의 중대형 카페도 늘려갈 방침이다. 현재 국내엔 직영매장 14개, 가맹점 10개가 있다. 한국 사업은 큐로에프앤비가 2007년부터 맡아왔다. 커피숍 프랜차이즈 사업 외 커피 상품, 커피머신 유통도 담당한다.

파브리지오 아퀘 일리카페 교육 총괄.

파브리지오는 “일리에게 한국 시장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탈리아 커피 문화를 한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에 알리고 싶다. 물론 지역에 맞게 변화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신봉환 큐로에프앤비 사장은 “기존의 중소형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일리카페의 매장 타입을 중대형으로 확장 개편하고, 이탈리안 푸드 메뉴를 확장함으로써 기존의 미국 스타일 일변도의 카페 문화와는 차별되는 진정한 전통 이탈리아 커피 문화 공간으로 일리카페를 널리 보급하고자 한다”며 “문화와 유행의 중심인 여의도를 중심으로 정통 이탈리안 커피문화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리카페가 들어선 여의도 롯데캐슬엠파이어 상가에는 커피숍이 6개나 된다. 프랜차이즈 카페들도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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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카페 옆 커피숍에서 일하는 한 바리스타는 “이쪽 사람들은 커피를 좋아해서 자기네들 입맛대로 알아서 잘 찾아먹는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이탈리안 커피 문화를 대표하는 일리카페가 빵 냄새 나는 카페를 한국에 잘 정착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