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사회적 가치 측정해 KPI에 50% 반영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동시 추구

디지털경제입력 :2019/05/21 12:45    수정: 2019/05/21 13:11

SK그룹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성과에 50%를 반영키로 했다. 기업의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른바 최태원식 ‘더블보텀라인(DBL) 경영’이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SK그룹은 21일 서울 서린동 사옥에서 언론 설명회를 열고 ‘사회적 가치’ 측정 취지와 방식, 주요 관계사 측정 결과, 향후 계획 등을 발표했다.

SK는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16개 주요 관계사에서 작년 한해 동안 창출한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를 순차적으로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재무제표를 회사별로 공개하듯, 사회적 가치를 공표하는 것이다. 공표 방식과 시점은 각 사별 분기실적 컨퍼런스콜이나 지속가능보고서 기재 등 자율로 정하게 된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회적가치(SV)위원장

SK는 매년 측정 결과를 공개하고, 경영 핵심평가지표(KPI)에 50%를 반영하기로 했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회적가치(SV)위원장은 “사회적 가치 측정의 이유는 기업이 경제적 가치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려면 지표와 기준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형희 위원장은 “SK가 사회에 적응하고 소비자 패턴에 가장 잘 적응하는 것이 오래 지속하는 방법이란 게 DBL 경영철학”이라며 “오늘 이 자리는 긴 마라톤의 출발점이며, 지금을 기준으로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마이너스 요소를 얼마나 줄이겠느냐 등에 대해 출발하는 첫 기준점의 의미가 더 강하다”고 강조했다.

각 SK 관계사가 측정한 사회적 가치는 3대 분야로 나뉜다. ▲경제간접 기여성과(기업 활동을 통해 경제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가치) ▲비즈니스 사회성과(제품 및 서비스 개발, 생산, 판매를 통해 발생한 사회적 가치) ▲사회공헌 사회성과(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창출한 가치) 등이다.

경제간접 기여성과 측정 항목은 ▲고용 ▲배당 ▲납세 등을 포함한다.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환경 ▲사회 ▲거버넌스 부문을 측정한다. 사회공헌 사회성과는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프로그램 ▲기부 ▲구성원의 자원봉사 관련 실적 등을 측정하게 된다.

국내외 기업은 나름의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발표해왔다. SK는2017년부터 외부 전문가 공동 연구, 관계사 협의 등을 통해 제품 및 서비스 관련 사회적 가치까지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구축하고 있다. 측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려 주요 대학 경제학, 회계학, 사회학 교수, 사회적기업 관련 전문가 등이 자문 역할을 했다.

SK 사회적 가치 측정 체계의 측정 항목

SK는 먼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의 2018년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를 공개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경제간접 기여성과 2조3천억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1조1천884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494억원 등을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은 ▲경제간접 기여성과 1조6천억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181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339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경제간접 기여성과 9조9천억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4천563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760억원을 창출한 것으로 측정됐다.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의 비즈니스 사회성과 부문 마이너스 측정은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등 오염물질 배출량을 환경 항목 측정값으로 환산하기 때문에 나타났다. SK텔레콤은 작년 일시 통신장애로 고객에게 제공한 피해 보상액 등을 마이너스 성과로 측정했다.

SK 측은 산출한 측정값을 개선 목표 기준으로 설정하고, 마이너스 요소를 줄이고 친환경 사업 모델을 확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플러스 항목을 늘리는 노력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자회사 SK루브리컨츠에서 저점도 특성을 지닌 고급 윤활기유 ‘유베이스’를 개발해 판매중이다. 고급 윤활기유는 범용 제품 대비 최대 2.0%의 연비를 개선하고,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있다. 그에 따른 작년 연간 사회적 가치 창출액은 1천315억원인 것으로 측정됐다.

SK텔레콤은 2016년 선보인 ‘티맵 운전습관’ 서비스를 통해 운전자의 과속, 급가속, 급감속 등 운행 데이터 기반 안전운전 기준 점수 달성 시 자동차 보험료를 최대 10% 할인하는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이 상품에 가입한 티맵 이용자는 연간 평균 6만원의 운전자 보험료를 할인 받는다. 가입 고객 전체로 추산하면 408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교통사고 예방의 사회적 가치 창출액은 487억원으로 측정됐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생산과정에서 유발되는 불순물을 처리하는 ‘스크러버’ 장치를 개조했다. 물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무폐수 방출시스템을 개발해 물 사용량과 폐수 배출량을 줄이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 이를 통해 기존 방식 대비 유지보수비용을 14.2% 줄이는 경제적 가치도 창출했다. 스크러버 개발에 따른 사회적 가치 창출액은 540억6천만원으로 측정됐다.

SK는 측정 시스템에 미비점이 많다고 보고 지속적으로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비자 피해 관련 사건사고, 지배구조 개선 성과, 법규 위반 사항 등을 계량화할 객관적 측정 방법을 아직 개발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각사는 자체 측정결과 공표 시 미반영 항목을 주석에 표기하고, 추후 반영하기로 했다.

이형희 위원장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것은 목표를 정해 모자란 부분을 개선할 의지가 있다는 것”이라며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결과 공표를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SK는 향후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일종의 재무제표 형태로 작성해 공개하는 방안을 회계학자들과 공동 연구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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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은 “작년부터 측정 방법을 연구해왔는데 하면 할수록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며 “우리의 방법이 100% 맞고 영구불변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측정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가치 창출은 관련 밸류체인과 여러 이해 관계자, 사회 전반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며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배출 등 여러 문제에서 공동의 목표를 갖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으며, 금번 발표를 계기로 사회적 가치 창출이 사회 전체로 확산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