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명 보수 대법관이 애플 울렸다

브렛 카바노, 예상깨고 "이용자도 반독점소송 가능" 가세

홈&모바일입력 :2019/05/14 16:59    수정: 2019/05/14 17:1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미국 연방대법원은 보수 성향이 조금 더 강하다. 9명 중 보수성향으로 분류되는 법관이 5명이다.

지난 해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관 두 명을 지명하면서 보수 우위가 확실해졌다.

통상 보수법관들은 친기업적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반독점 소송에 대해선 부정적인 편이다.

그런데 애플 앱스토어 반독점 소송 건을 다룬 13일(현지시간) 연방대법원 판결에선 이런 공식이 깨졌다. 트럼프 대통령 지명을 받은 보수파 브렛 카바노 대법관이 애플 패소 의견에 가세했다.

카바노 대법관은 이번 소송에서 다수의견을 대표한 판결문까지 집필했다. 반면 애플 의견에 동조한 소수의견은 역시 트럼프 지명을 받은 닐 고서치 대법관이 대표 집필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을 이끄는 9명의 대법관들. 앞줄 가운데가 존 로버츠 대법원, 뒷줄 맨 오른쪽이 브렛 카바노 대법관이다. (사진=미국 대법원)

블룸버그는 이 같은 사실을 전해주면서 “놀라운 이번 표결은 앞으로 카바노 대법관이 대기업을 상대로 한 반독점 소송에서 보수파와 공조하지 않을 수도 있단 점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 보수파 우세한 미국 대법원에 변화 바람 부는걸까

엄밀히 말하면 애플 앱스토어 건은 반독점 소송은 아니다. 아이폰 이용자들도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있는지 묻는 소송이었다.

하지만 보수 대법관인 브렛 카바노가 다른 진보 대법관들과 의견을 함께 함에 따라 1977년 확립된 대법원 판례가 바뀌게 됐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77년 일리노이 주와 벽돌회사 일리노이 브릭 간의 소송에서 “최초 구매자만이 공급업체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앱 구매자들을 1977년 판례가 규정한 '최초 구매자'로 볼 수 있을 것이냐는 점이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이었다.

브렛 카바노 대법관

애플은 앱 개발자만이 앱스토어 반독점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는 최초 구매자라고 주장했다. 반면 소비자들은 “아이폰 이용자 역시 최초 구매자”라고 반박했다.

최근 ‘노터리어스 RBG’란 다큐멘터리로 유명해진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를 비롯한 진보파 대법관 4명은 소비자들의 편에 섰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롯한 보수파 대법관들은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브렛 카바노 대법관이 그동안의 성향대로 친보수적인 입장에 섰더라면 이번 소송은 애플의 승리로 끝나게 돼 있었다.

하지만 카바노 대법관이 진보 쪽 의견에 동참하면서 5대 4로 소비자들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더불어 앱스토어를 비롯한 플랫폼 사업자들을 상대로 한 반독점 소송을 한결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

■ 카바노 대법관, 다음 재판에 어떤 모습 보여줄까

그렇다면 카바노 대법관은 왜 평소 성향과 다른 쪽에 섰을까?

이 질문에 대해 블룸버그는 “한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는 그가 거대 IT 기업들의 대해 약간 회의적인 생각을 갖게 됐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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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카바노 대법관이 이번 재판을 진보 성향 쪽에 설 좋은 기회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물론 어느 쪽이 맞는 분석일지는 이번 재판만으론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바노 대법관의 이번 표결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절묘한 운영 방식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란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