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유튜브를 가장 많이 보는 연령대가 '50대 이상'이라는 조사 결과는 매우 놀랍다. 고정관념을 깨는 뉴스이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네이버가 무릎을 치며 반성해야 할 만큼 요새 가장 핫한 인터넷 서비스다. 유튜브는 동영상으로 시작해 지금은 검색과 상거래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인터넷 생태계를 주도해가고 있다. 지금까지 이런 서비스를 키우는 역할을 한 것은 주로 젊은 층이었다.
#이 뉴스를 발주한 곳은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이다. 이 회사 보고에 따르면, 국내 유튜브 이용자 앱 사용시간을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이 101억분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국내 전체 유튜브 앱 사용시간 388억분 가운데 50대 이상이 26%를 차지한 것이다. 특이한 점은 50대 이상의 유튜브 사용시간이 불과 1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론 51억분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30대(61억분)와 40대(57억분)에 비하면 이들의 사용시간이 거의 두 배 가까이 된다는 점이다. 또 이 기간 중 유튜브 앱 사용시간이 전반적으로 크게 늘었지만 50대 이상의 사용시간 증가량이 평균치보다 2배가량 많다는 사실이다. 지난 1년 동안 국내 이용자의 유튜브 앱 사용시간이 50% 정도 늘어났는데, 50대 이상이 여기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 보고는 여기서 끝난다. 그래서 매우 아쉽다. 사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현상이 돌출했는데 분석이 빠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이런 경우는 없었다. 포털이든 상거래든 게임이든 SNS든, 인터넷 비즈니스와 관련해서는, 기업 종사자도 그렇고 핵심 유저도 그렇고 모두 젊은 층이었다. 그렇다고 50대 이상이 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주도층이 그러했다는 뜻이다.
#독특한 현상인 만큼 정확한 분석은 추후에 여러 전문가들이 할 것으로 믿는다. 다만 여러 이유 가운데 ‘정치’도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짐작은 해볼 수 있겠다. 단지 정황에 불과하지만, 연령대별 유튜브 앱 사용시간과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가 대체로 반비례한다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10대(89억분), 20대(81억분), 30대(61억분), 40대(57억분), 50대 이상(101억분). 이 것이 과연 우연일까.
#관련 기사의 댓글도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해당 뉴스는 아무런 정치색을 띄지 않은 인터넷 비즈니스에 관한 내용이었지만 댓글은 죄다 정치적인 것들로 채워졌다. 이 독특한 현상을 분석하는데 ‘정치’가 키워드 가운데 하나일 수밖에 없다는 증좌들이다. 그럴 가능성은 이미 제기됐었다. 지난 3월 한 분석 기사에 따르면 유튜브 구독자 상위 10개 정치 채널 중에 보수 성향의 채널이 9개였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겠다. 흘러간 노래를 듣기 쉽다거나, 난(蘭) 잘 키우고 붓글씨 잘 쓰는 법을 공짜로 가르쳐주기 때문이기도 할 거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지난 1~2년간 유독 유튜브에서만 50대 이상의 사용시간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반대하는 정치인과 지지층이 유튜브에서 효과적으로 결합했다는 사실을 빼고 설명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그래서 인터넷 기업들에게 중요한 두 가지를 시사한다. 상거래 사이트 등은 예외겠지만 대중을 상대로 한 플랫폼 비즈니스는 그 자체의 미디어 속성 때문에 자칫하면 정치적 풍파에 휘말릴 수 있다는 사실이 첫 번째다. 한때 ‘좌파’로 낙인찍혔던 다음과 여론 싸움의 볼모가 되었던 네이버 댓글이 대표적인 사례다. 덩치가 커질수록 그로인한 리스크 또한 커진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인터넷 기업에게 지금의 ‘50대 이상’은 과거의 ‘50대 이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금의 50대는 초고속 인터넷이 확산되기 시작했을 때 30대였던 사람들이다. 인터넷을 알 만큼 아는 존재들이다. 구매력을 갖추고 활발하게 이용하기도 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바람(트렌드)에 대해서도 이해하는 세대다. 사용자 저변이 그만큼 넓어졌다는 점을 사업에 반영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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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다음과 네이버 사례로 봤을 때 인터넷 플랫폼의 미디어적인 속성은 양날의 칼이라는 점이다. 사용자를 늘리는 데는 미디어 속성이 큰 효과를 내지만 자칫하면 불필요한 논란에 휩쓸려 쓸 모 없이 체력을 낭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유튜브는 그러나 다음이나 네이버에 비하면 행복한 편이다. 외국계 기업이기 때문이다. 정치 바람에 편승할지언정 국내 기업처럼 풍파에 시달릴 가능성은 낮다.
#불법 콘텐츠가 넘쳐나도 세금을 안 내도 누구도 견제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튜브가 두렵고 또 두려운 이유가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