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사고 발생 5개월 만에 KT 아현국사화재 청문회를 열었지만, 실질적인 소득을 거두진 못했다. 한발 늦은 청문회에 국회는 변죽만 울란 셈이 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17일 ‘KT 화재 원인 규명 및 방지대책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다.
이날 청문회는 시작도 전부터 삐걱거렸다. 문제는 ‘증인’이었다. 자유한국당은 해외 순방 일정으로 불참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부재를 지적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민원기 2차관이 대신 참석한 이상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결국 청문회는 1시간가량 늦어진 오전 11시가 돼서야 겨우 시작됐지만, 화재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대책에 대한 내용은 찾기 어려웠다.
청문회 취지에 맞는 지적은 ▲KT가 자체적으로 화재 원인 규명에 대한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 ▲통신 국사의 등급을 높이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예산 책정 매뉴얼이 없다는 지적 ▲통신망을 이원화하는 과정에서 과기정통부가 나서 통신사업자의 전향적인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적 ▲통신 국사에 24시간 상주하는 직원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 등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질의는 황창규 회장을 겨냥했다. 특히 여당은 화재 원인이 황창규 회장의 독단적인 경영행태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질의에 대응하는 황창규 회장의 태도도 지난 1월 업무 보고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황창규 회장은 “화재로 불편을 끼쳐서 죄송하다", “보고받지 못했다”, “노력해보겠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이날 청문회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원인으로는 5개월이나 늦은 시기가 꼽힌다. 여야 간 갈등으로 청문회 개최가 차일피일 연기되는 사이, 과기정통부와 KT는 재발방지책과 소상공인 피해보상안 등을 이미 마련했다. 화재 원인은 ‘환풍기 배전반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방청의 조사 결과 외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월 통신재난관리심의위원회를 통해 ▲통신 국사 관리·감독 기준 강화 ▲의무점검 대상 기지국 수 확대 ▲통신 국사 간 전송로 이원화 확대 ▲통신망 우회로 확보 ▲출입제한과 보안 조치 강화 ▲재난 대응 인력 운용 등을 골자로 한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KT도 자체적인 재난방지책을 만들었다. KT는 향후 3년간 4천800억원의 재원을 투입해 ▲통신구 감시 및 소방시설 보강 ▲통신 국사 전송로 이원화 ▲수전시설 이원화 ▲통신주 및 맨홀 개선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청문회 개최의 빌미를 만들었던 지난 1월 업무 보고에서 지적됐던 소상공인 보상 대책도 이미 완성한 상태다. KT는 국회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상생보상협의체’를 구성, 아현국사화재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게 최대 12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약관이 범위를 훌쩍 넘는 보상안으로, 좋은 선례를 남겼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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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날 ‘KT 화재 원인 규명 및 방지대책에 대한 청문회’는 취지에 맞는 생산적인 논쟁이 아닌 각 당의 이해관계에 따른 정쟁만 반복됐다. 이는 청문회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말’만 봐도 가늠할 수 있다. 이날 여야가 뜨겁게 맞붙었던 지점은 노웅래 위원장의 ‘의사진행 발언을 계속하는 것은 찌질해 보일 수 있다’는 발언과 ‘상생협의체에 국회가 명시돼 있지만, 자유한국당은 제외됐다’는 발언이었다. 말꼬리 잡기에 골몰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는 검찰 수사 중인 KT 채용비리 의혹 사건과 5G 통신 서비스 장애 등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여야 합의에 벗어난다”고 지적했고, 여당은 “화재의 원인을 보는 관점이 다른다”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