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부터 정부는 국제금융도시(허브) 육성을 강력히 주장해왔지만 목표는 점점 더 멀어지는 모양새다. 파리 샤를드골공항과 싱가포르 창이공항을 꺾고 개항 이래 첫 세계 5위(국제공항협의회 기준)에 오른 인천공항은 '초대형 메가 허브 공항'의 꿈을 이루고 있다. 반면 국제금융도시로 서울의 경쟁력은 점점 뒤쳐지고 있다.
서울의 국제금융도시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는 객관적인 지수가 나왔다. 지난 3월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Z/YEN)'이 발표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보고서를 보면 서울은 이 지수가 세계 36위로 집계됐다. 국제금융센터지수는 세계 주요 도시의 국제금융 경쟁력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수로 평가받는다. 2018년 9월 세계 33위였던 서울의 국제금융센터지수는 6개월 여 만에 3계단 하락했다. 반면, 금융의 성지로 꼽히는 뉴욕(1위)·런던(2위)·홍콩(3위)·싱가포르(4위)·상하이(5위)는 그 자리를 지켰다.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은 국제금융센터지수를 세계 금융산업 종사자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와 함께 비즈니스 환경과 인적 자원, 인프라 등 외부 기관의 평가를 종합해 산출한다. 특히 정부의 각종 규제 수준과 함께 금융산업의 총규모와 성숙도 등도 주요 평가 항목이다. 결국 6개월 만에 이 지수의 하락은 정부의 각종 규제 수준이나 금융산업 환경이 뒷걸음쳤다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실제 금융권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이 금융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보다 무조건적인 금융소비자 보호책만을 고집한다고 말하곤 한다. 이 때문에 '관치금융' '금융은 곧 규제산업'이란 말이 상식처럼 통용되는게 지금의 상황이다. 우리가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정책을 펴야하지만 균형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사가 서울에서 사업을 철수하는 사례도 나왔다. 2016년에는 영국계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도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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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 고전 라틴어 '피니스(Finis)'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종료와 완성의 의미와 함께 이 단어가 근대에서는 '목표(Goal)'의 뜻으로도 쓰였다. 즉, 금융은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필요한 경제적인 합의구조이자, 성취에 필요한 자산을 관리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경제학자인 로버트 쉴러는 저서 '새로운 금융의 시대'에서 '금융은 목표한 바를 현실로 이루어 나가는 과학이다'고 정의했다. 금융은 곧 이룰 수 있는 희망이 돼야 한다.
관치와 치우침있는 정책보다는 금융의 가치와 본질적인 개념을 제대로 세워 실천해야 금융의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서울이 국제금융허브로 자리잡는 것 또한 꿈으로 끝나지 않으리라고 본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