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장애 코드가 포함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 공개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학계에서 이를 반박하는 내용의 연구가 공개되며 눈길을 끌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6일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2019 게임문화포럼을 진행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주관 하에 지난 수년간 진행된 게임의 부정적 인식에 대한 연구용역 발표가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건국대학교 정의준 교수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청소년 2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중앙대학교 한덕현 교수는 지난 3년간 90여 명을 추적해 촬영한 800건의 MRI를 기반으로 게임이 뇌에 영향을 주는지 여부에 대한 해부학적 연구와 기능적 활성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정의준 교수는 "게임 과몰입군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인은 부모의 과잉간섭, 과잉기대, 대화시간이다"라고 발표했다.
한덕현 교수는 "게임 과몰입군에서 뇌의 해부학적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다. 게임 과몰입 개념을 두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의 아형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두 교수 모두 '게임을 하면 뇌가 변형된다', '게임의 중독성이 청소년들을 게임중독으로 이끈다'는 세간의 인식과 정반대의 결론을 내린 셈이다.
서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 내에 위치한 게임과학포럼도 게임의 효능 및 기능에 대한 과학적 관점에서의 접근과 뇌 및 인지 건강을 위해 게임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게임과학포럼 측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에서 시작된 여론이 주를 이루어 게임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다각도로 측정된 정확한 정보와 해석에 기반한 연구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알리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게임과학포럼은 이달 중에 그간 진행한 연구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진행된 간담회에서 게임의 순기능을 재조명한 바 있기에 게임과학포럼의 이번 연구결과 발표에도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미국 플로리다 스태트슨 대학교의 크리스토퍼 퍼거슨 교수는 "게임장애를 주장하는 이들은 대부분 근거가 빈약하다. 게임장애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연구가 선행돼야 하지만 기존 연구 중에는 질이 낮은 연구도 많고, 결론을 의도에 맞게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연구 데이터를 제대로 공개해 조작된 결론을 발표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시달린 게임업계 관계자들도 학계의 이러한 움직임을 반기고 있다. 특히 부정적인 여론을 환기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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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게임의 유해성을 강조하는 이들은 지금까지 진위여부가 의심되는 데이터를 내밀며 게임산업을 공격했다"라며,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이번 연구 발표는 게임의 유해성을 주장하는 이들에 반박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연구만으로 게임장애 코드가 포함된 ICD-11 통과를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가 계속해서 나온다면 한국질병분류코드(KCD)에 ICD-11 내용이 반영될 2025년까지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여론 전환을 이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