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왕 황성재, 부티크 정육점·무인카페 도전

“시장이 깨닫지 못한, 그러나 꼭 필요한 일 하고파”

인터넷입력 :2019/04/05 17:25    수정: 2019/04/08 10:46

플런티, 퓨처플레이, 피움랩스, 육그램, 파운데이션X 등 다양한 기업을 창업했던 황성재 대표가 현장 중심의 경영가로 새 도전에 나섰다.

학창시절 300개의 특허를 출원할 정도로 발명이 취미인 황 대표가 선택한 새 일은 '부티크 정육점', 그리고 '로봇 카페'다. 그 동안 유망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블록체인과 같은 새로운 기술 개발과 투자에 집중했던 그가 돌연 오프라인 사업에 직접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심지어 고기 숙성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고, 서울 강남에 로봇이 핸드드립 커피를 제조하고 빈잔을 치워주는 카페를 연다고 하니 낯설면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지난 2일 강남 사무실에서 황성재 대표를 만나 창업 배경과 구상 등에 대해 들어봤다.

■ 퓨처플레이 퇴사...식음료 사업에 도전

황성재 육그램 공동창업자/의장.

최근 황성재 대표는 수년 간 몸 담았던 스타트업 투자·보육 기업인 퓨처플레이를 나왔다. 퓨처플레이 자회사로서 블록체인 투자와 보육 사업을 했던 파운데이션X의 대표직도 1년여 만에 내려놨다. 대신 그는 물리적인 공간을 활용한 식음료(F&B)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직책은 라운지X 총괄, 육그램 의장으로 바뀌었다.

황 대표는 창업과 기술에는 누구보다 자신 있지만, F&B 시장에는 경험이 부족해 프리미엄 막걸리로 유명한 '월향'과 손잡고 F&B 사업을 시작한다. 이 공간은 강남 테헤란로에 위한 엔타워 건물 지하(1천평 규모)에 마련될 예정이다.

성장 가능성 높아 보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또 이런 기술들을 실생활에 잘 응용해 시장을 키울 수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던 그가 돌연 F&B 사업에 직접 뛰어든 이유가 있다. 그는 스스로 자신에 대한 정의를 '발명가'로 내렸지만, 발명이 실용화 되는 데 너무 많은 어려움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숱한 특허를 출원하고 8번 정도의 기술 이전과 회사 매각에 성공한 경험이 있지만, 여전히 이런 기술들이 상업화와 제품화란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다.

"발명이 실용화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더라고요. 대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을 내재화 해줘야 하는데, 외부에서 기술들을 사올 때 보수적인 게 문제예요. 그래서 창업을 직접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퓨처플레이 같은 회사를 만들었죠. 최근에는 정육점 같이 기술이 쓰이지 않는 영역에 기술이 쓰이도록 접목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더 이상 탁상공론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실물 경제를 만들고 싶어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로 결심했죠."

■ 정육점을 뷰티크처럼...로봇 덕분에 고급커피를 합리적인 가격에

라운지X

육그램 창업 멤버이기도 한 황성재 대표는 고기 부위마다 숙성법이 다르고, 맛 또한 달라진다는 것에 주목해 부티크 정육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이런 숙성법들이 소수 전문가들의 노하우와 감에 의해서 이뤄졌다면, 이 부분을 기술로 풀겠다는 구상이다. 일단 고기 숙성과 관련한 표준 집단을 꾸리고 이들을 활용해 고기 숙성과 관련한 데이터를 모을 예정이다. 그래서 고기 부위별 최적의 숙성 상태를 파악하고, 이를 위한 자동화된 시스템과 장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고기에도 콘텐츠가 많이 있거든요. 그 동안 정육점 하면 어두컴컴하고 냄새 나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육그램은 세련된 뷰티크 정육점을 만들어, 그 동안 대중들이 쉽게 접하지 못했던 최적의 숙성 고기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할 생각입니다."

황성재 대표는 또 같은 공간에 로봇과 사람이 협력하는 무인 형태의 카페도 연다. 고급 커피에 대한 수요가 커진 가운데, 고급 커피 본질의 맛은 그대로 살리면서 로봇을 활용해 가격을 낮춘 커피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도 AI 알고리즘 기술이 활용된다. 그 동안 바리스타들이 핸드드립 커피를 만들 때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를 로봇이 도와줌으로써 더 값싸고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매장에는 베어로보틱스가 만든 서빙 로봇이 돌아다니며 다 마신 커피잔을 주방으로 나를 예정이다.

"고급 원두를 사용한 스페셜티가 많아지고 있는데,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고 싶었어요. 특정 브루잉 알고리즘을 넣어 핸드드립 브루잉 커피가 나오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죠. 이런 커피를 사람이 만들면 그 때마다 맛이 달라질 수 있지만 로봇이 하게 되면 정량적인 조절과 개인화가 가능합니다. 이론적으로 1.6샷도 가능한 거죠. 또 기존 로봇은 미적으로 거부감을 줄 수 있는데, 이는 시각적, 재미적 요소로 풀어낼 생각입니다."

■ “기술이 사용자 어떻게 설득시킬지 현장서 고민”

학창시절부터 발명에 뛰어나 여러 언론에 소개됐다.

황성재 대표는 앞으로도 ‘정보’를 ‘의미’로 만드는 일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지금까지 없던 영역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통 산업이 갖고 있는 왜곡된 부분과 고질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역할이란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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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본질이 문제 해결에 있다는 전제 하에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는 아이템과 기술을 개발하고, 적극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그는 또 흐름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기술이 이를 더 빠르고 크게 키운다는 생각이다.

“퓨처플레이, 파운데이션X 등에 있을 때는 스타트업들에게 간접적으로 도움을 줬는데, 이제는 직접 운전대를 잡고 싶어 육그램 의장, 라운지X 총괄을 맡게 됐어요. 기술 스타트업들도 더 이상 자신의 기술을 주관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시장에 꼭 필요하지만 잘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을 찾아 기술을 개발하고 사람들이 빠져들도록 해야 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이론가나 학자가 아닌 경영하는 발명가로서 기술이 사용자를 어떻게 설득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역할을 현장에서 이어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