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맞춤 액셀러레이터는 따로 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찾아서]⑥파운데이션엑스

컴퓨팅입력 :2018/04/10 10:24    수정: 2018/04/10 17:35

암호화폐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뜨겁습니다. 그러나 그 논란과 상관없이 암호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을 4차산업혁명 시대 새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데에는 별 이견이 없습니다. 지디넷코리아는 이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자는 차원에서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찾아서'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편집자주]

네이버, 카카오, 구글, 페이스북이 떨고 있다. 움켜쥐고 있던 인터넷 헤게모니가 블록체인 시대엔 흔들릴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졌다.

블록체인 기반 소셜미디어 스팀잇은 연간 50조원 광고 수익을 챙겨온 페이스북을 위협하고 있다. "더 이상 공짜로 글을 쓰지 않겠다"는 사용자들의 '인식 전환'이 스팀잇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스팀잇 이외에도 실생활에 파급력을 미치는 블록체인 서비스가 올해 대거 등장할 전망이다. 블록체인 기술 스타트업들이 창업 전문가 집단인 액셀러레이터의 도움을 받아 비즈니스적으로 완성도 높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대표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도 블록체인 스타트업 전문 육성 자회사 파운데이션엑스를 설립했다. 파운데이션엑스는 지난 3월에 설립됐는데, 이미 7개 스타트업의 블록체인 비즈니스 개발을 돕고 있다.

최근 만난 황성재 파운데이션엑스 대표는 "토큰 이코노미를 갖춘 블록체인 서비스가 기존 서비스와 플랫폼을 뒤흔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성재 파운데이션엑스 대표

토큰 이코노미는 스팀잇 사례처럼 서비스 구성원 모두가 해당 서비스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게, 암호화폐로 기여한 만큼 보상해 주는 블록체인 서비스 내 경제 시스템이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사용자의 관성을 깨고 새로운 서비스로 이동시킬 수 있는 힘이 블록체인에 있고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한번 불어닥친 '인식의 변화'는 역행할 수 없다"는 게 그의 확신이다.

퓨처플레이는 이런 변화가 빠르게 확산되기 위해선 암호화폐 발행(ICO)의 목적이 투자자금 확보를 넘어 커뮤니티 형성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위한 전문 액셀러레이터가 필요한 이유

퓨처플레이는 지난 4년간 70여 개 스타트업을 육성한 국내 대표 액셀러레이터다. 국내 스타트업 최초로 삼성전자에 인수된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개발사 플런티도 퓨처플레이의 초기 투자를 받았다. 퓨처플레이는 AI뿐 아니라 로봇, 무인자동차 같은 미래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해 왔다.

하지만 블록체인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선 별도 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황성재 대표는 두 가지 측면에서 그 이유를 설명했다.

"첫 번째는 블록체인이 우리가 투자한 모든 회사에 적용될 수 있을 만큼 패러다임의 전환을 불러오는 큰 기술이고 두 번째는 블록체인 생태계 내에 ICO,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개념이 기존 스타트업 투자 방식과 맞지 않았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맞는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은 뭘까? 황 대표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블록체인은 기술, 자본, 사람 3가지 요소로 이뤄진다"고 먼저 전제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전문 액셀러레이터 파운데이션엑스

그는 "기술은 현재 삐삐나 시티폰 수준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스마트폰 수준으로 향상될 것이다. 자본은 암호화폐라는 형태로 어마어마하게 들어오고 있다"며 이 두 가지 요인은 기업들이 스스로 더 잘해 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봤다.

반면 "혁신을 만들고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기업가정신을 갖춘 사람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액셀러레이터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토큰 이코노미는 새로 생긴 개념이라 전문인력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또 ICO 자체에 대한 디자인, 예컨대 토큰을 얼마나 발행하고 누구에게 투자를 받고 어떤 자문단을 꾸릴 것인가에 대한 부분을 실제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효용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발굴·육성할 것"

파운데이션엑스의 목표 중 하나는 "현실 세계에서 블록체인 효용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나오게 하자"는 것이다.

황성재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이 뭔지 잘 모르고 단지 투기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실제 효용을 주는 서비스가 스팀잇 정도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 이런 생각이 바뀌는 원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실제 퓨처플레이가 투자했던 회사 7곳이 파운데이션엑스에서 리버스 ICO를 준비하고 있다. 리버스 ICO는 기존 사업체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 ICO를 진행하는 경우를 말한다. 황 대표는 "리버스 ICO는 기존 서비스를 그대로 ICO로 만든 것이라면 좀 더 정확하게 하이브리드 형태 리버스 ICO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토큰 이코노미 생태계를 만든 후 여기에 기존 서비스가 컴포넌트로 추가되는 형태를 하이브리드 리버스 ICO라고 정의했다.

마케팅 성과 분석툴을 서비스하는 ab180은 휴대폰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활용권한을 사용자에게 돌려주는 것을 목표로 ICO를 진행하고 있다. ICO 프로젝트 이름은 에어블락(airbloc)이다.

에어블록 네트워크 구성도

그동안 휴대폰에 어떤 앱이 깔려 있고, 어떤 앱을 많이 쓰는 지 등의 사용자 데이터는 앱 개발사들이 아무 대가 지불 없이 광고, 마케팅에 활용해 왔다. 에어블락은 데이터 활용 의사결정권을 사용자에게 돌려주고, 활용에 동의하면 토큰으로 보상해준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에어블락에 참여한 애드테크 회사들은 데이터를 활용해 정확한 타겟 유저를 찾을 수 있다. 데이터 분석 업체는 애드테크 기업이 필요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가공해서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ab180도 이 생태계 안에 일원으로 참여한다.

파운데이션엑스는 이외에도 스트리밍 서비스에 인센티브를 주는 퀴즈 서비스, 킥스타터·크라우드소싱을 탈중앙화해 이익을 나누는 플랫폼도 준비 중이다. 모두 퓨처플레이 투자를 받은 회사가 ICO를 진행한 사례다.

파운데이션엑스는 안드로이드나 iOS 격인 블록체인 플랫폼보다 분산앱 확산에 기여하겠다는 각오다.

이미 국내외 많은 플랫폼 토큰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제 플랫폼 위에서 작동하는 앱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봤다.

황 대표는 "앱이 있어야 플랫폼의 가치도 올라가게 된다. 플랫폼들이 앱을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터화도 진행중이다. 우리는 플랫폼과 협업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애플리케이션 레벨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만드는 일이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투자자금 확보에만 쏠려있는 ICO...다양한 가치 부각돼야"

황성재 대표는 실제 효용을 체감할 수 있는 블록체인 서비스가 많아지려면 현재 ICO의 목적이 지나치게 투자금 확보에만 쏠려있는 상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래야 토큰이 주는 다양한 목적을 담은 서비스들이 만들어 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황 대표는 "코인의 용도가 굉장히 많은데 지금은 자본을 구하기 위한 용도로만 집중돼 있어 균형감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인을 커뮤니티에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유인형태로 쓰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에어비앤비의 ICO버전인 비토큰(Bee Token)은 일반 유저에 0.1이더(ETH)씩만 투자를 받았다. 많은 사람들을 모아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커뮤니티가 우선일 경우 1천 이더를 투자한 한 사람보다 0.1이더를 투자하는 천명의 사람이 더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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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는 이니셜 프리코인 오퍼링(IFO)라는 개념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를 받기 위한 용도로 코인을 쓰는 게 아니라 커뮤니티를 유치하기 위한 용도라면 굳이 투자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황 대표는 "앞으로는 실생활에서 블록체인 서비스가 효용을 입증하고 단순히 화폐, 투자 가치를 넘어선 서비스가 많이 생겨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