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뜨겁습니다. 그러나 그 논란과 상관없이 암호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을 4차산업혁명 시대 새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데에는 별 이견이 없습니다. 지디넷코리아는 이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자는 차원에서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찾아서'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편집자주]
블록체인이 인터넷 이후 가장 혁신적인 기술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하지만, 기대를 만족시키려면 블록체인이 뛰어 넘어야 할 기술적 한계가 아직 많이 남았다. 그중 하나는 블록체인 간 상호운영성 부족 문제다.
다양한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등장하고 있는데, 블록체인과 블록체인 간 서비스나 가치 교환이 안 되는 문제가 있다. 이더리움 기반 인기 애플리케이션인 크립토키티(고양이 캐릭터 수집 게임)에서 비트코인 결제가 안되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자연스럽게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등장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서로 연결해 준다고 해 일명 '인터체인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 더루프가 개발하고 있는 '아이콘'은 세계가 주목하는 인터체인 프로젝트다. 아이콘은 지난해 9월 1천억원 규모의 암호화폐 공개를 통한 자금조달(ICO)에 성공했다. 현재 아이콘 코인(ICX)의 시가총액은 1조5천억원에 이른다. 전세계 암호화폐 중 23위에 해당한다.
아이콘 프로젝트는 하나의 블록체인으로 모든 세계가 연결되는 방식이 아닌, 독립적인 블록체인들이 각자 '커뮤니티'를 형성해 운영되면서, 필요할 경우 연결되는 "분산화된 연결"을 지향한다.
더루프 김종협 대표는 "궁극적으로 블록체인을 연결해 프라이빗이나 퍼블릭이라는 구분이 의미 없어지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실제 연결된 블록체인들이 작동하고 가치의 인터넷을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강조했다.
■기업 블록체인 시장에서 발견한 새로운 기회
아이콘 프로젝트가 구상하는 '연결된 블록체인 세상'은 독특하다.
같은 프로토콜을 채택한 프라이빗 블록체인들이 허브 역할을 하는 퍼블릭 블록체인인 '아이콘 넥서스'에 연결된다. 직접 노드를 구성하고 싶지 않은 경우, 넥서스 위에서 서비스를 만들고 생태계에 참여할 수도 있다.
아이콘은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누구나 넥서스 소스를 사용해 허브를 만들 수 있고 프라이빗 블록체인들을 연결시킬 수 있다.
아이콘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는 의외로 기업 블록체인 시장에서 발견했다.
더루프는 블록체인 엔진 '루프체인'으로 다양한 프라이빗 구축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국내 대학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코인(U-coin)이라는 암호화폐 플랫폼 서비스, 증권사 및 금융투자협회가 추진하는 블록체인 기반 공동인증서비스 '체인ID', 국내 주요 병원이 참여하는 블록체인 기반 의료정보 유통 플랫폼 등이 있다.
김종협 대표는 "처음에 기업 프라이빗 시장을 겨냥해 사업을 시작했는데 프로젝트를 하다보니 증권업계에선 유코인을 CMA 계좌에 넣어 줄 수 있다고 하고 병원에서도 유코인을 적용해 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고객들은 서로 연결되고 싶어 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로 다른 영역에서 운영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간 거래를 연결하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프라이빗 블록체인 간 거래를 연결해 주면 신뢰의 문제도 해결되고 암호화폐를 인센티브 삼아 시스템도 유지될 수 있다고 봤다"며 아이콘 프로젝트가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아이콘은 인터넷 인프라...토큰 통해 블록체인 간 가치 교환 일어날 것
아이콘 백서에 따르면 아이콘 세상에선 "국가의 경계를 넘어 전세계의 금융, 의료, 공공 등의 커뮤니티와 접속"가능하다.
각 커뮤니티 안에 있는 정보와 자산을 허브인 넥서스를 통해 교환할 수 있다. 그동안 중개자가 없어 이뤄지지 못했던 다양한 거래가 무궁무진하게 성사될 수 있다.
김 대표는 "중개자가 없어서 못하는 서비스가 굉장히 많다"며 "블록체인이 연결되면 유관 업계을 넘어 이종 업계간 교류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가 다양하게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한국의 주식투자자는 미국의 주식투자자로부터 애플 주식을 실시간으로 매매하고, 한국 대학병원의 당뇨병 전문의는 시드니와 런던 병원의 당뇨병 환자 데이터를 함께 연구할 수 있게 된다.
서로 다른 블록체인 서비스 간 자산과 권리는 토큰을 통해 이동할 수 있다. 아이콘 토큰 ICX를 이용할 수도 있고, 각 애플리케이션이 자체 발행한 토큰을 쓸 수도 있다.
또, 연결된 블록체인 위에선 분산 거래소가 구현될 수 있다.
김 대표는 "현재 토큰들은 블록체인 밖을 못 벗어나고 토큰 간 가치를 연결하는 방법은 중앙화된 거래소를 통하는 방법뿐"이라며 "인터체인 위에 연결된 블록체인끼리는 투명하게 토큰 이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이콘 분산 거래소에는 인공지능(AI) 기술도 적용될 예정이다. 코인 간 거래에 통화량, 거래 빈도 및 가격 등의 누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분석 모델 수립이 가능하다.
김 대표는 "초기엔 연결된 코인이 적기 때문에 AI 모델을 만들고 학습시키기 좋은 환경"이라며 "AI분석을 통해 네트워크가 활성화되고 가격이 안정화되는 최적의 수수료 를 찾는 일이 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연결되면 프라이빗-퍼블릭 구분 없어질 것"
김 대표는 "아이콘은 인프라를 제공할 뿐"이라며 "실제 블록체인을 이용한 서비스가 많이 나와야 인터체인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더루프는 다양한 산업 분야 전문 기업들과 협력을 지속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실제 블록체인 서비스를 구축하는 일은 기존 시스템과 연결하고 규제 맞추고, 정보보안 맞추는 등 현실세계에서 쉽지 않은 문제들이 많다"며 "각 분야를 잘아는 전문가 집단과 협업하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좋은 전략이다"고 말했다.
또 "블록체인이 필요한 페인포인트는 산업 전문가들이 더 잘 알고 있다"며 "증권업계에선 금융 사고난 개인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면 실시간 조회가 가능하겠다거나 지금 전화나 팩스로 처리하는 청산 공매도를 블록체인으로 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먼저 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 도입이 기대만큼 확산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기존 시스템을 바꿨을 때 ROI(투자 수익률) 논리로 비용이 절감되는지만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블록체인이 연결되기 시작하면 기존 사업 영역을 넘어 시장이 생기게 된다. 또 연결을 위해 새로운 시스템 만들 필요도 없다"며 "성공사례가 하나 나오면 폭발적으로 블록체인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들이 연결되면 결국 프라이빗이나 퍼블릭이라는 구분도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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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느 회사나 인트라넷을 만들고 그 것을 인터넷에 연결한다. 그렇다고 자신의 PC가 인터넷이 아닌 인트라넷에 붙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어차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인트라넷과 인터넷의 구분이 의미 없어진 것처럼 블록체인도 서로 서로 연결하면 결국 프라이빗이든 퍼블릭이든 구분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블록체인 표준 프로토콜 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아이콘 네트워크에 세상 모든 블록체인 서비스가 연결되진 않을 것이다. 인터체인 프로젝트도 인터넷 TCP/IP처럼 표준 프로토콜이 만들어지면 이기종 블록체인 간 연결이 본격화될 것이다. 가치의 인터넷(Internet of value)이 현실화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