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이나 핀테크 업체가 일정 금액을 예치(충전)할 경우 보상으로 포인트나 마일리지로 적립해주는 방식을 두고 논란이 오가고 있다.
이런 행위가 논란이 되는 까닭은 오픈마켓과 핀테크 업체의 경우 국가로부터 수신업무를 할 수 있는 인·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유사수신행위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는 것.
하지만 해당 기업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고객 편의를 위해 제공한 혜택일 뿐이라는 해명이다. 또 유사수신행위 여부에 대해서는 검찰 등 수사당국이 판단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 로켓머니·카카오페이리워드 도마 위
최근 쿠팡이 시작한 '로켓머니'와 카카오페이의 '카카오페이리워드', 과거 토스가 진행했던 '머니백' 등이 유사수신행위에 해당 되는지에 대한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유사수신이라고 단정 짓기도, 그렇다고 아니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지점들이 있어서다.
이들은 최대 200만원까지 충전하거나 예치하면 그 금액에 대해 연간 일정비율의 포인트나 마일리지 등으로 보상한다는 사업을 진행하거나 해왔다.
일단 법률적으로 유사수신행위로 지목되려면 '인·허가를 받지 않은 업체(기관)가 수신 행위를 하고, 일반적인 경제 생활 범위 내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금전 보상을 약속해야 한다'는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쿠팡과 카카오페이,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수신 행위 인·허가를 받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은행에게 수신을 할 수 있는 인가를 내줬다. 쿠팡과 카카오페이·비바리퍼블리카는 전자금융업자다. '금융업자'이긴 하지만 수신을 할 수 있는 금융사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원회 전자금융과 관계자는 "통계법상 금융업 및 보험업 분류에 전자금융업을 넓은 의미의 금융기관으로 보고 있지만 금융사란 뜻은 아니다"며 "금융관련 모든 법에도 전자금융업자를 금융사로 정의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쿠팡과 카카오페이 등은 유사수신행위 조건 중 일부를 충족하게 된다.
■ 포인트·리워드는 금전인가
두 번째로 논란을 부추기는 지점은 쿠팡과 카카오페이가 제공하는 포인트나 마일리지, 리워드 등이 과연 금전으로 해석될 수 있는가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유사수신행위를 소관하는 곳은 아니지만, 유사수신행위법에 따르면 자금 조달의 항목이 '예금·적금·부금·예탁금·금전·회비' 등으로 명시돼 있다"며 "포인트나 리워드를 금전으로 볼 수 있는지도 유사수신행위 판단 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 쿠팡은 200만원 충전 시 연 5% 쿠팡캐시를, 카카오페이는 연 1.7%의 리워드를, 토스는 충전 금액의 연 10%의 머니백을 제공한다고 광고했다. 쿠팡캐시와 리워드 등 전자성 화폐를 금전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금전으로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가상통화(암호화폐) 등을 미끼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행위에 대해 대검찰청은 '신종 유사수신 행위'로 거론한 상태다.
지난 3월 5일 대검찰청은 "최근 가상통화·P2P·핀테크 등 사업을 내세워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를 받는 신종 유사수신·사기범죄가 급증한다"며 '서민다중피해범죄 대응 TF'를 발족했다. 가상통화에 투자해 몇 배의 가상통화로 돌려준다는 구조를 신종 유사수신으로 분석했다면, 금전에 대한 해석 스펙트럼이 넓어질 여지가 있다.
이에 쿠팡 관계자는 "쿠팡캐시는 쿠팡에서 쇼핑할 때만 쓸 수 있으며 한 달이 지나면 소멸된다"며 "적립된 쿠팡캐시는 현금화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토스의 머니백은 연 10% 보상으로 받은 토스머니를 다른 은행으로 옮겨 출금할 수 있어 유사수신 논란에서 쉽게 벗어나진 못한 상태다.
비바리퍼블리카 관계자는 "법령 해석 상의 불분명한 점을 해소하기 위해 2월 1일 금융위에 유사수신에 관한 유권해석을 신청했다"며 "현재는 현금 환급 불가능한 포인트로 새롭게 프로모션을 구성했다"고 해명했다.
■ 상식적인 경제생활보다 높은 보상인가
유사수신행위법을 잘 살펴보면 '장래에 전액 또는 초과하는' 이라는 표현이 존재한다. 즉, 투자하거나 예치한 금액보다 일정 금액을 더 주겠다는 약속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승재현 박사(팀장)는 "리워드(보상)를 줘서 한 사람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보상을 준다는 조건이 건전한 경제생활을 영위하는 범위를 초과하면 유사수신행위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승재현 박사는 포인트나 리워드 등에 대해서 "경제적 이익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비정상적으로 많으면 그런 영역에서 불법성을 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쿠팡의 로켓머니 광고에는 '헐! 연5%? 은행보다 꿀이잖아!' 라는 표현이 있다. 즉, 은행의 예·적금 금리보다 더 높은 금리를 보장한다는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에 은행업권 관계자들은 "적금 이자를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오해 소지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승 박사는 유사수신행위를 판가름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점은 '인·허가 받지 않은 업체의 수신행위'라고 답했다. 그는 "인가받지 않은 업체의 수신 행위는 돈을 내는 사람들이 돈을 모으는 사람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게 하며 추후 불거질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이 부분은 서민에게 큰 피해를 끼치기 때문에 허가를 받지 않은 업체의 행위는 불법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논란을 쿠팡과 비바리퍼블리카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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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관계자는 "수사당국이 정의해야 할 부분을 말하기는 곤란하다"면서 "고객에게 혜택을 주고 쿠팡캐시를 줘 쿠팡에서 소비가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게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쿠팡에 자금적 문제가 생기더라도 예치금을 돌려줄 수 있는 보험 가입 등을 해놨다"고도 답했다.
비비리퍼블리카 측은 머니백에 대해 "단기 프로모션이었을 뿐"이라며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혜택 제공 취지였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