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등 길가 아무데나 세워진 전동킥보드나 전기자전거, 괜찮을까?
최근 스마트모빌리티를 이동수단으로 이용하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길가에 놓여 있는 전기자전거나 전동킥보드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지하철 역 입구나 식당 앞에 주차된 경우가 많다.
통상 지자체에 허가를 받지 않은 물건이 보도에 불법으로 세워진 경우는 법 위반으로 강제수거 당하거나 벌금을 내야 한다. 그렇다면 공유전기자전거와 공유전동킥보드는 어떨까. 보도에 세워둬도 법적으로 문제 없는 걸까.
■ 지자체와 협의된 공유자전거 보도 주차 'OK'
먼저 공유전기자전거부터 살펴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지자체와 협의된 공유전기자전거는 보행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보도에 세워둬도 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카카오모빌리티가 시범 서비스 하고 있는 공유전기자전거인 카카오T바이크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성남시(분당구 중심), 연수구(송도 중심)와 손잡고 지난달부터 카카오T바이크 서비스를 시작했다. 판교와 송도에서 각각 600대, 400대를 시범 운영하면서 점차 서비스 지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성남시에 문의해 보니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과 성남시 조례를 따라 지자체는 자전거이용의 생활화를 위해 공공기관, 민간기업, 학교, 민간단체 등을 시범기관으로 지정·운영할 수 있다. 즉, 성남시나 연수구는 카카오모빌리티와 협력을 통해 시민들이 원하면 유료로 카카오T바이크를 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것이다.
또한 지자체는 규정에 따라 시범기관으로 지정된 카카오모빌리티에 자전거 보관소나 정비소 등의 설치에 필요한 행정지원이나 비용지원도 할 수 있다.
성남시 관계자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3조(자전거도로의 구분)를 보면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라고 있고, 이 도로에서는 자전거 외에 보행자도 통행할 수 있도록 돼있다"며 카카오T바이크를 보도에 세울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해당 공유전기자전거는 시민들의 레저를 위해서가 아닌, 시민들의 라스트마일(이동을 위한 마지막 단계)을 위한 것"이라며 "지자체에서 시민의 이동을 위해 직접 (사업)하려면 예산이 많이 투입 되는데, 기업과 손을 잡으면 빠르게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가급적 목적지 주변의 일반적인 자전거 거치대에 주차하기를 권장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는다면 통행에 방해되지 않는 인도 가장자리나 빈 공간에 주차를 권하고 있다. 인도 중간이나 건물 입구와 같이 통행에 방해되는 곳에 주차돼 있다면 별도 꾸려진 관리운영팀이 출동해 전기자전거를 재배치 한다고 한다.
■ 스쿠터로 분류되는 공유전동킥보드, 보도 주차 'NO'
공유전동킥보드는 어떨까.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스쿠터나 오토바이 포함)로 분류돼 차도로만 다녀야 한다. 또한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나 운전면허증을 필요로 하고, 헬맷도 써야 한다.
때문에 전동킥보드는 원칙적으로 자전거도로와 인도에서 달릴 수 없다. 주차도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킥고잉'의 경우 사용자에게 회사가 지정한 주차구역에 반납해 달라고 권유하고 있고, '지쿠터'는 목적지 근처 자전거 거치대나 차량과 행인들의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곳을 추천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같은 주차는 모두 사실상 불법이다.
경찰청 교통기획과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전기자전거나 전동스쿠터를 보도에 주차하는 건 허용되지 않지만, 공유전기자전거의 경우 지자체와 협의를 하면 가능할 수 있다"며 "다만 전동킥보드의 경우 원동기자동차에 해당되기 때문에 주정차 금지 조항에 걸리고, 보도주행방해도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공유전동킥보드 서비스 업체들은 시민들이 사용 후 보도 아무데나 세워놓은 킥보드로 인해 민원이나 지자체로부터 과태료를 부과받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공유전동스쿠터는 계속 불법주차를 해야하는걸까.
최근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는 규제 혁파를 위해 시속 25km 이하인 전동킥보드 등의 자전거도로 주행을 허용하는데 이해관계자들과 합의했다. 또 전동킥보드 이용 시 필요한 운전면허 규제도 완화시키기로 결정했다.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전동킥보드의 주차 문제 해결에도 어느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까. 그러나 경찰청 관계자는 "주차 문제까지 논의된 바 없다"며 "당장은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킥고잉을 운영하는 올룰로 측에도 주차 관련 문의를 했지만 "법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잘잘못을 판단하기 애매하다"며 "법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안전하게 운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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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공유전기자전거나 공유전동킥보드 모두 공공 부지에 배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자체와의 협의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거치대에 꼭 주차해야 한다면 공유자전거나 공유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게 되고 사용 활성화가 덜 될 수 있다"며 "지자체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