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지난 20일(현지시간) 공개한 새 에어팟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이 싸늘하다. 무선 충전 기능을 추가하고 새로 개발된 H1 칩을 내장해 음성 명령 편의성을 높이는 등 일부 성능 개선은 있었지만 기대를 모았던 기능들은 내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에어팟 1세대 제품의 중고판매가 늘어나는 한편 기존 에어팟에 무선 충전 기능을 추가하는 액세서리 판매량도 늘고 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iOS를 모두 지원하지만 가격은 에어팟의 절반 수준인 삼성전자 갤럭시 버즈는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 지난 해 3천만대 이상 판매된 애플 에어팟
애플 에어팟은 2016년 3.5mm 이어폰 단자를 제거한 아이폰7과 함께 등장한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이다. 애플이 독자 개발한 W1 칩을 탑재해 복잡한 설정 없이 케이스만 열면 자동으로 초기 설정이 끝나는 간편함을 내세웠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에어팟은 지난 한 해만 전세계 3천 500만 대 이상 팔렸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말 품귀현상을 빚었고 각종 소셜커머스 플랫폼은 미끼 상품으로 에어팟 할인 판매를 내세웠다. 애플 가로수길은 아예 에어팟 전용 판매 코너를 운영할 정도였다.
■ 새 에어팟에 싸늘한 소비자들 "기다린 보람 없다?"
지난 20일 공개된 새 에어팟은 무선 충전 기능을 추가하고 새로 개발된 H1 칩을 내장해 음성 명령 편의성을 높이는 등 일부 개선점이 있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의 반응은 싸늘하다. 새 에어팟 관련 기사의 댓글은 물론 IT 제품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국내 커뮤니티에서도 실망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배터리 지속시간 증가나 새로운 색상 추가 등 소비자들이 쉽게 체감할 수 있는 개선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2016년에서 2017년 사이에 에어팟 1세대 제품을 구입해 내장 배터리 성능 하락을 겪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두드러진다. "기다린 보람이 없다", "(새 에어팟 발표까지) 버틴 보람이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국내 음향기기 유통사 관계자는 "애플이 에어팟을 내놓을 때만 해도 완전무선 방식과 쉬운 설정 등 여러 면에서 우위를 지니고 있었지만 이제는 비슷한 제품들이 쏟아지면서 차별화가 어려워진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 유사 제품 쏟아지면서 평균 가격 하락
애플은 새 에어팟을 출시하며 가격도 조정했다. 2세대 에어팟과 무선 충전 케이스 모델 가격은 24만 9천원이며 1세대 제품(21만 9천원)과 비교해 3만원 올랐다. 기존 에어팟 이용자를 위한 무선 충전 케이스 가격은 9만 9천원으로 책정됐다.
기존과 마찬가지로 8핀 라이트닝 케이블로 충전하는 케이스를 쓴 2세대 제품은 19만 9천원으로 가격을 내렸다. 그러나 이 가격 역시 비싸다는 반응이다.
특히 에어팟의 10% 가격(약 3만원) 수준에 유통되는 무선 이어폰인 QCY T1이 지난 해 하반기부터 해외 직구와 소셜커머스에서 인기를 끄는 등 무선 이어폰·헤드폰 평균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상황이다.
■ 중고 판매 증가, 갤럭시 버즈 '반사이익'
에어팟 신형에 실망한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중고나라나 번개장터 등 중고제품 유통 서비스에서는 지난 주 이후 에어팟 1세대 제품 거래가 10% 이상 늘어났다.
최근 에어팟 1세대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기존 에어팟 케이스 뒤에 장착해 무선충전이 가능한 부착식 패드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관련 제품을 만드는 국내 업체 관계자는 "지난 주 에어팟 신형 발표 이후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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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갤럭시 버즈 역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음량 조절이나 시리 호출 기능 등 몇 가지 기능에 제약은 있지만 iOS를 탑재한 애플 아이폰과도 연동되며 무선 충전 기능도 기본 내장했기 때문이다. 실구매가도 16만원 전후로 에어팟보다 저렴하다.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등 주요 온라인 면세점에서도 갤럭시 버즈는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면세점 관계자는 "입고되는 물량이 적어 인도 시기를 확실하게 정담할 수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