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중계 논란'이 미디어시장에 던진 질문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일방향 전송→양방향 소통

데스크 칼럼입력 :2019/03/19 13:05    수정: 2019/03/19 20:22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프로야구 시범경기 중계방송이 화제다. 방송사들의 외면으로 엉겁결에 직접 중계에 나선 구단들이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 때문이다.

물론 세련된 중계는 아니다. 방송사들이 보여줬던 투구 추적시스템 같은 첨단 중계는 보기 힘들다. 카메라가 잡은 화면 역시 방송사 중계에 비해선 어설프다.

편파 해설도 서슴지 않는다. 노골적으로 홈팀을 응원한다. 기존 중계 문법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그런데 이게 팬들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번 논란은 방송사들이 ‘수익 감소’를 이유로 시범경기 중계를 외면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팬들의 성화에 못 이긴 구단들이 직접 중계에 나섰다. 시작은 소박했다. 팬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조치였다.

각 구단들이 프로야구 시범 경기를 자체 중계하면서 새로운 재미를 안겨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뉴스1)

세련된 중계 노하우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 대신 구단들은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실시간 채팅을 통해 팬들과 직접 소통했다. 구단 스카우터나 응원단장, 전력분석 전문가들이 쏠쏠한 얘깃거리를 전해주기도 했다.

방송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했던 편파 해설은 또 다른 재미거리였다. 노골적인 응원으로 오히려 홈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어냈다. 이게 팬들에겐 또 다른 볼거리가 됐다.

■ 야구 시즌 개막되면 다시 방송중계가 시작될테지만…

물론 구단의 직접 중계는 임시 조치였다. 이번 주말 야구 시즌이 본격 개막되면 다시 방송사들이 중계를 하게 된다.

하지만 프로야구 시범 경기 중계를 둘러싼 공방은 시장이 어느 쪽을 향해 가는 지 잘 보여줬다. 스포츠 중계에도 그 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 다른 문법이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또 다른 깨달음이다.

최근 출간된 로버트 터섹의 ‘증발’에는 이런 얘기가 나온다.

“텔레비전은 붕괴할 것인가란 질문은 낡았다. 텔레비전은 붕괴한다. 고집스럽게도 수용자에게 불편을 전가한 탓이다. (중간 생략) 텔레비전 산업은 자신들의 편성표를 소비자에게 강요하고 옛날식 비즈니스 모델에 집착하지만, 이들(혁신적 스타트업들)은 이런 말도 안되는 짓을 하지 않는다.” (48쪽)

터섹은 텔레비전 방송의 ‘고정된’ ‘선형적인’ 편성방식을 비판했다. 하지만 모바일 바람과 함께 텔레비전에 닥친 위기는 단순한 편성방식 때문만은 아니다.

관련기사

시범경기 중계 해프닝 역시 달라진 시장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세련된 영상 못지 않게, 수용자의 욕구를 잘 반영한 새로운 접근이 더 없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프로야구 시범경기 중계를 둘러싼 공방은, 모바일 시대 시장 변화를 잘 보여줬다는 점에서 방송사들에게도 좋은 교훈이 됐을 것 같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