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를 잡기 위해 아이돌 마케팅에 힘을 실었던 국내 은행업계가 고민에 빠졌다.
아이돌 그룹을 광고모델로 쓰면 젊은 이미지와 디지털 세대 고객을 끌어안을 수 있단 장점이 있는 반면 아이돌이 각종 사건·사고와 연루될 경우 은행에 심각한 평판 절하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15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의 아이돌 마케팅 성과에 고무돼 다른 은행들도 아이돌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 중이다.
하지만 최근 아이돌 그룹이었던 연예인들의 스캔들이 터지면서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는 상태다. 특히 은행은 고객의 돈을 관리하고 보관하는 만큼 신뢰와 믿음이 중요한데, 자칫 사고를 낸 아이돌과 같은 이미지로 연상되면 오히려 광고를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A은행 관계자는 "아이돌의 연령대가 낮아지다 보니 언제, 어디서, 어떤 사고를 칠 지 감이 잘 안잡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은행 평판 리스크와 직접 연결돼 불안감이 크다. 가수 정준영 사건을 보며 은행 광고모델과 혹여 연관된 인물이 나올까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아이돌 그룹을 모델로 선정 시 은행은 두드려 본 돌다리도 수십번 더 두드린다고 전했다. B은행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검증단계에서 아이돌 멤버들의 개인적 평가를 수집해 위기 요인이 있는지 살펴본다"며 "평판 조회는 물론이고 소속 엔터테인먼트사의 관리 시스템도 기용 시 살펴보는 필수 체크리스트"라고 설명했다.
C은행 관계자는 "대형 엔터테인먼트사에 소속된 연예인들이 유명한 사람들도 많고, 관리 시스템에 철저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면서 "최근 사건을 보면 아이돌 광고 모델 체결에 대해 더 심사숙고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다고 아이돌 마케팅을 전혀 안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해 신한은행이 '워너원'으로, KB국민은행이 방탄소년단(BTS)으로 젊은 고객 포용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D은행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이나 디지털이 사회 핵심 키워드인데 이런 젊은 이미지를 소구하기 위해 아이돌 마케팅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안정적인 중·장년층 광고모델은 투자 위험성이 없는 '정기 예금'이라면 아이돌 그룹 광고 모델은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주식과 펀드'나 다름없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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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은행 관계자 역시 "국내 은행의 임원진들의 세대 교체가 단행되면서 아이돌을 쓰는 것이 리스크 대비 성과가 높다고 보는 분들이 많다"며 "해외 진출 공략 시 국경을 아우를 수 있는 '케이팝(K-POP)' 모델에 대해 적극 검토를 지시하기도 했다" 말했다.
한편, KB국민은행은 방탄소년단과 1년 계약을 연장했으며 간편뱅킹 브랜드 '리브' 모델로는 여자 아이돌 '위키미키'의 멤버 유정과 도연과 계약을 맺고 있다. 신한은행은 워너원 이후 아이돌 광고모델에 대해 숨을 고르고 있는 모양새다. KEB하나은행은 축구선수 손흥민,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지주 출범과 함께 여자 아이돌 '블랙핑크', NH농협은행과 카드는 배우 정해인이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