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애플코리아유한회사(이하 '애플코리아')가 국내 이동통신사들에 광고비 등을 부담하게 한 애플의 행위가 거래상 지위남용이었는지를 놓고 지난해부터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올 1월 각각 공정위의 1·2차 심의가 진행됐다. 3차 전원회의는 내일(27일) 오전 열릴 예정이다. 그동안 논란이 된 쟁점과 미국·일본·유럽 등 경쟁 당국이 애플의 행위에 대해 내린 판단을 2회에 걸쳐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공정위는 애플코리아가 국내 이동통신사에 광고 비용과 시연용 단말기 구매 강요 등으로 각종 비용을 떠넘겼다는 혐의로 2016년부터 우월적 지위남용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다. 애플코리아가 2009년 아이폰3GS 출시 이후 국내 이동통신사에게 각종 비용을 떠넘겨 왔다는 것이 핵심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4월 이런 관행에 불공정거래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애플코리아에 발송했다. 또 이번 사안을 '애플코리아(유)의 거래상지위 남용행위 등에 대한 건'으로 명명하고 지난 12월부터 전원회의를 통한 심도 있는 논의에 들어갔다.
■ 공정위 "애플, 제반 비용 이통사에 떠넘겼다"
공정위가 애플코리아에 발송한 심사보고서는 형사사건에서 검찰이 법원에 제출하는 공소장과 같은 성격을 지니며 심사 대상 기업의 불공정거래 정황이 담긴다.
해당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공정위는 애플코리아의 국내 영업 활동이 불공정거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009년 아이폰 출시 이후 TV 광고·옥외 광고 등 비용과 매장 전시/진열 비용, 수리 비용 등을 국내 이동통신 3사에 떠넘겼다는 것이다. 사실상 애플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통신사에 불공정 행위를 했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비용 떠넘기기의 정황 중 하나로 TV 광고를 꼽을 수 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제품의 TV·옥외 광고는 거의 모두 애플의 하청을 받는 광고대행사가 제작하고 애플이 공급한다. 그러나 이를 집행하는 비용은 모두 이동통신사가 부담한다.
회당 적게는 수백 만원에서 수천 만원에 이르지만 정작 광고비를 내고 이를 집행하는 이동통신사는 광고 내용을 수정할 수 없다. 광고 마지막에 이동통신사 로고가 잠시 비추는 것이 고작이다. 건물 옥상 등에 노출되는 옥외 광고도 마찬가지다.
■ 3년전 조사 방해도 심의 안건으로 상정
27일 세종시 심판정에서 예정된 3차 심리와 더불어 2016년 공정위 사전조사 당시 애플코리아의 조사 방해 의혹도 함께 상정되어 있다. 공정위는 2016년부터 애플코리아를 대상으로 약 3회에 걸쳐 현장조사에 나섰지만 애플코리아는 이를 고의로 방해했다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당시 애플코리아는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다', '해당 자료가 없다'며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파일 형태의 자료 제출도 거부하는 한편 변호인이 없는 사실 여부 확인에도 불응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이처럼 공정위 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한 경우 2년 이하 징역이나 1억5천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 공정위 감사청구·행정소송 등으로 압박 나선 애플코리아
애플코리아도 각종 사법·행정절차를 활용해 공정위에 맞서고 있다. 일례로 애플코리아는 공정위에 현장조사 과정을 문제삼아 감사를 청구했다. 공정위에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다.
애플코리아는 또 공정위에 '조사에 관련된 자료를 열람하거나 복사하게 해달라'며 요구했지만 공정위는 이를 거부했다.
애플코리아는 이에 지난해 5월 공정위를 대상으로 '열람·복사거부 처분취소' 소송을, 6월에는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청구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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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해 11월 서울고등법원은 '열람·복사거부 처분취소' 소송에서 공정위의 거부 행위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또 같은달 서울행정법원은 행정소송에 각하 처분을 내렸다. '각하'란 소송의 요건이 갖춰지지 않아 소송이 그대로 종료되었다는 의미다.
애플코리아는 공정위의 심의와 행정소송 등 관련 지디넷코리아 질의에 "심의가 진행중인 관계로 별도 공식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