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친환경 정책에 따라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전기차의 핵심 경쟁력 요소인 배터리 산업이 중요해지고 있다. 반도체가 '전자산업의 쌀'로 불린다면 배터리는 '친환경차의 쌀'로 불릴만 하다. 국가 산업에서 배터리가 '제2의 반도체'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국내 3사도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회에 걸쳐 이들의 활동을 살펴본다.[편집자주]
정부가 우리나라 2차전지 산업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대중소 기업 간의 상생방안 마련에 나섰다. 올해 2차전지 분야를 포함한 산업기술 연구개발(R&D) 투자로 3조2천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대중소 기업이 협력하는 500억원 규모의 차세대 2차전지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2차전지는 현재 우리나라의 핵심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준의 성장성을 갖춘 ‘제2의 반도체’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에 따르면 전기차용 2차전지(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은 오는 2025년 1천600억달러(약 180조7천억원)를 기록해 같은 기간 반도체 시장규모 전망치인 1천490억달러(약 168조3천253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차세대 2차전지 펀드를 통해 ▲전고체(폭발하지 않은 배터리) ▲리튬황(현 리튬이온 대비 8배 높은 출력) 등 미래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위한 특허자산(IP)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해외 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중소·중견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을 한층 높여 우리나라가 2차전지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산업부 한 관계자는 "2차전지 분야에 있어 우리나라보다 기술력이 앞선 일본과 미국의 기업들이 현재 차세대 전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차세대 2차전지 펀드는 국내 중소·중견 기업을 대상으로 전고체, 리튬황 등 차세대 2차전지에 대한 R&D를 지원해 대중소 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게 주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차세대 2차전지는 기술개발부터 상용화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중소·중견 기업의 2차전지 기술이 소형 전기차나 전기이륜차 등에 적용될 수 있도록 시장을 열어주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또 중소·중견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있어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도록 대기업과의 동반진출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국내 중소·중견 기업 성장 위한 2차전지 산업 기반 마련 필요해
2차전지는 우리나라의 13대 주력 수출품목 중에서 견조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핵심 산업 중 하나다. 지난해에만 화장품(62억7천400만달러), 가전(72억1천600만달러)보다 더 많은 72억2천500만달러(약 8조1천780억원)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올해 2월 수출액도 전년동기 10.69% 증가한 5억4천900만달러(약 6천214억원)를 기록해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2차전지 산업의 성장은 갈수록 확대되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맞물린다.시장조사업체 인사이드EV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판매량 기준)은 올해 258만4천797대에서 2025년 1천269만3천646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최근 유럽에 신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결정하는 등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의 해외 공장투자와 관련해 국내 중소·중견 기업의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국내에 별도의 2차전지 테스트베드를 구축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중소·중견 기업을 위한 별도의 R&D 자원을 편성·확대하고, 대기업이 참여하는 산업 인프라(클러스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정부가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한 단순 R&D 지원을 넘어 국내 중소·중견 업체들이 자생력을 갖추고, 해외 시장에 활발히 진출할 수 있게 하는 교두보 역할을 해야한다"며 "국내 전기차 보조금 지원 기간을 늘려 국내 전기차 시장을 활성화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대기업과 이를 적극 소통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원천기술이 중요한 2차전지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경쟁력을 갖춘 히든챔피언이 많아져야한다"며 "우리나라 2차전지 시장은 원천 기술을 가진 기업이 적고, 대중소 협력에 있어 구조가 매우 취약하다. 현재 배터리 셀은 대기업이 만들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국내 중소·중견 기업이 배터리 패키지를 공급할 수 있게 하는 상생구조를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 산업 기반 마련보단 R&D 통한 미래 경쟁력 확보가 현실적
정부는 국내 2차전지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와 같은 배터리 산업 인프라 조성도 고심하고 있다. 국내 중소·중견 기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산업 인프라 조성을 통한 중장기 지원이 필요하나 배터리 산업의 특성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2차전지의 경우, 제품의 부피가 크고 폭발의 위험성이 있어 국내에 생산기지를 구축하면 운송 및 포장비용 등이 해외에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것보다 더 많이 들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
산업부 한 관계자는 "배터리도 반도체처럼 특화 클러스터 조성을 고민할 수 있지만, 아직은 산업의 특성상 시기상조라고 판단된다"며 "반도체 시장은 우리 기업들이 이미 과점체제를 구축하고 있어 국내 클러스터 조성이 가능하지만, 배터리 시장은 아직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현실로 여러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현실적인 생존을 먼저 생각해야한다"며 "최근 주요 배터리 업체들이 여러 소재부품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해 해외 시장에 동반 진출하는 것을 고려할 때 국내 중소중견 기업들이 대기업과 해외 시장에 동반 진출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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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에 당분간은 차세대 2차전지 펀드 등을 통해 차세대 배터리에 대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관련 특허자산을 구축하는데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오는 2030년 이후부터는 주요 전기차 배터리 기술의 흐름이 리튬이온에서 전고체 배터리로 변화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미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전두진 한국전지산업협회 선임 연구원은 "정부가 조성한 차세대 2차전지 펀드는 차세대 기술에 대한 IP를 미리 확보한다는 게 핵심 목표"라며 "최근 중국, 유럽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는 국내 중소·중견 기업이 대기업과 협력하는 추세로, 정부는 펀드를 통해 공동 R&D의 역할로 차세대 배터리 기술력을 먼저 선점하고, 이후 IP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