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떠나 유튜브서 인싸된 ‘에나스쿨’ 이야기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하고, 대학 졸업 전 한 방에 KBS 코미디언 공채도 붙었지만 결국 1인 미디어의 길을 택한 ‘에나스쿨’ 황신영 씨가 화제다. 온 몸을 불살라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성향을 가진 탓 때문이다.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김주영 쓰앵님(선생님) 패러디, 언더더씨(Under the Sea)녀, 시어머니 앞에서 오나나나(Oh nanana) 춤추기 등 동영상으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각종 SNS를 연일 뜨겁게 달군다. 황 씨의 영상엔 가족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앞에서 아무리 시끄럽게 춤을 춰도 가족들은 그 모습을 수십 년 봐왔던 터라 신경도 안 쓰는 점이 재미 요소다. 항상 그의 남편이 영상을 찍어주는데 흡사 ‘주전자 김 나는 소리’와도 같은 웃음소리도 포인트다.

황신영 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창작무용을 전공했다. 어떤 노래나 상황이 주어지면 그에 맞춰 바로 춤을 추는 게 가능하다. 최근엔 삼성 폴더블 폰이 공개되자 폴더블 폰의 고고한 모습을 시어머니 앞에서 춤으로 선보였다.(▶영상 확인) 영상 말미에 다리미를 몸에 대 충전하는 모습, 애플을 이기겠다는 표정으로 사과를 씹어 먹는 모습까지 완벽히 표현했다. 이를 본 시어머니 역시 미동도 없다. 그가 자신의 SNS 채널 카테고리를 ‘행위 예술’로 분류하는 점이 꼭 맞다.

크리에이터 '에나스쿨'로 활동하는 개그우먼 황신영 씨. 스카이캐슬 김주영 선생 포즈를 취하는 중이다.

황 씨는 뉴미디어 종합 콘텐츠 기업 더에스엠씨의 자회사로 있는 인플루언서 MCN ‘밀리언뷰’에 속한 크리에이터다. 구독자 수는 유튜브에서 14만, 인스타그램에서 12만, 페이스북에서 14만이다.

지디넷코리아는 5일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더에스엠씨 빌딩에서 에나스쿨 황신영 씨를 만나 그가 개그콘서트 등 코미디 공연 무대를 떠나 1인 미디어에 주력하게 된 사연에 대해 들어봤다.

■틀 잡힌 방송 개그보다는 일상·즉흥이 더 맞아 1인 미디어로

황신영 씨는 2013년 KBS 개그우먼으로 데뷔해 개그콘서트 ‘댄수다’ 등 코너에서 춤 개그를 펼쳤으나 2년 만에 방송에서 내려왔다. 방송용 개그가 적성에 맞지 않아 슬럼프가 온 탓이다.

황 씨는 “2013년부터 다음 해까지 코너 맡다가 2015년엔 주로 아줌마 역할 등만 맡았다. 사실 약간 슬럼프가 왔다 해야 하나”라며 “원래 개그를 했던 사람이 아니다. 주변 개그맨들 보면 7~8년 씩 개그 동아리 해오고 경력이 탄탄한데 나는 오로지 무용만 하다 한 번에 공채에 합격해 기본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니쥬 오도시, 개그 용어 이런 거 하나도 몰라서 선배나 동료들과 함께 작업하는 게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면서 “그나마 댄수다는 몸으로 무용하는 게 주 내용인 코너로 제게 맞았다”고 덧붙였다. 니쥬 오도시는 개그나 방송계 은어다. 연출 상황을 빵 터뜨리는 주인공 역할 ‘오도시’를 위해 분위기를 무르익도록 돕는 ‘니쥬’들이 열심히 호응을 해줘야 한다.

그랬던 그가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만나고서는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일상 개그를 펼칠 수 있었다. 남희석 같은 개그계 대선배들도 친히 연락해 공연 출연 기회를 줄 정도라고 한다.

황 씨는 “저는 주로 TV에서 어떤 눈길을 끄는 장면이 나오면 그걸 바로 패러디하고, 남편이랑 TV보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캐릭터 울라프가 나오면 웃긴 시늉을 하고 그런 식이다”며 “제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유튜브에서 더 개그가 잘됐다”고 강조했다.

황 씨는 밀리언뷰 대표로 있는 남편을 만나 인생의 변곡점을 맞았다. 남편 안수현 씨는 크리에이터를 늘 만나는 직업이지만 황 씨만큼 매력 넘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고. 남편은 황 씨의 재능을 묵혀둘 수 없어 서둘러 1인 미디어 데뷔를 권했고, 황 씨는 에나스쿨이란 활동 명으로 2017년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시작했다.

황 씨는 처음 페이스북에 에나스쿨 페이지를 열어 예술의전당 분수를 지휘하는 춤을 춘 영상을 게재했다. 반응은 바로 폭발적으로 나타났다. 여러 경로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많이 퍼날라진 덕에 900만 조회 수가 나왔다.

황 씨는 “해당 동영상은 너무 인기가 많아서 그랬나 어느 날 갑자기 영상에 문제가 생길 정도였다"며 "페이스북에 문의해 다시 살리긴 했는데 더 이상 공유되진 않았다. 만약 공유가 끊이지 않았다면 1억뷰도 나올 수 있었을 것 같다”고 밝혔다.

■1인 미디어 최대 수혜자...“에나스쿨 하고 싶은 거 다 해”

황 씨의 가족은 웃음이 많다. 황 씨의 부모는 30년 넘게 국·영·수 과목 학원을 운영해왔는데 그와 별개로 어머니는 웃음치료사고 아버지 또한 개그에 욕심이 많다고 한다. 황 씨도 부모를 보며 무용 학원을 운영하려고 애초에 SNS 활동명을 에나스쿨로 지었지만, 이제는 일명 '인싸' 되는 법을 가르치는 학원을 설립하는 게 꿈이다. 인싸는 인사이더(Insider)의 줄임말로 특정 무리 안에서 잘 섞여 노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다. 그는 학원의 메카인 노량진에 꼭 인싸 학원을 만들 것이라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안 되면 인싸 인터넷 강의라도 찍는 게 목표다.

황 씨는 “요즘 사회가 팍팍해서 제 영상을 보고 웃으시고 그걸 가르쳐달라고 SNS 메시지가 온다”며 “저도 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고, 때론 어떤 분은 배우고 싶은데 돈이 없다면서 솔직히 털어 놓는 사람도 있는데 전 그냥 오시라고 시원하게 답한다”고 말했다.

황 씨는 자신의 개그를 승화해 만든 광고 콘텐츠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그는 뉴미디어 시대엔 자신처럼 일상적이면서도 즉흥적인 개그를 아이템으로 한 광고 콘텐츠가 오히려 인기가 높다고 강조했다. 황 씨는 스카이캐슬의 주인공 김주영 선생을 패러디한 영상이 인기를 모으면서 죽 브랜드의 광고까지 찍게 됐다. 황 씨는 이 기세를 몰아 이번 달엔 어떤 드라마를 모티브로 콘텐츠를 만들지 구상 중이다.(▶아이돌 'ITZY'가 부른 달라에 맞춰 춤 춘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