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임기가 끝나는 KEB하나은행의 차기 행장 선출이 금융감독원이라는 변수로 선출 일정이 미뤄졌다.
28일 KEB하나은행에 따르면 이날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차기 은행장 후보를 내정하기로 했으나, 내주로 미뤄진 상태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사실 임추위가 미뤄졌는지 예정대로 진행하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차기 KEB하나은행장 선출이 미뤄진 배경에는 금감원이 있다. 금감원 김동성 부원장보와 이근우 일반은행검사국장은 하나금융지주 임추위 소속인 사외이사 세 명을 불러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대한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27일 윤석헌 금감원장 역시 "법률적 리스크가 있다"며 함영주 행장의 연임에 대해 비교적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함영주 행장이 채용비리와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과 추후 실형이 선고될 경우 은행의 지배구조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KEB하나은행은 금감원의 검사·감독을 받는 만큼 이 같은 견해를 흘려들을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은행 내부적으로 함영주 행장의 3연임을 유력하게 생각해온 터라 숙고의 시간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기소 상태에선 업무가 가능하기 때문에 재판을 받는 중이라 하더라도 후보자 자격이 있고 연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의 KEB하나은행장 차기 선출에 대한 입장 전달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는 상황이다. 일단 금감원이 민간기업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과정에 지나치게 개입했다는 견해와 동시에 금융사를 감독하는 곳으로 제 역할을 했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A은행 관계자는 "관치금융이라고 볼 수 있다"며 "우리은행 이광구 전 행장이 채용비리로 구속돼 함 행장도 구속된다고 무조건 가정하는 것은 어렵다"는 견해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배구조가 문제라고 하지만 금감원은 은행 내규와 약관을 보고 이를 모두 검사 한다"며 "차기 은행장 후보까지 좌우한다면 앞선 검사는 의미가 없는 일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B은행 관계자는 "함영주 은행장이 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노동조합과 언론을 이용해 금감원이 권한을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C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이 걱정되거나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지적하고 답변을 듣는 것은 정당하다"면서도 "은행장 후보자를 내정하기 직전에도 기회가 있었다는 점을 돌이켜 보면 시기는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1월 함영주 KEB하나은행의 지주 부회장 임기를 1년 연장하면서 3연임의 포석을 마련한 상태다. 함 행장의 3연임이 법률적 리스크가 있다거나 지배구조에 문제를 준다면 당시에 발언해 KEB하나은행에게도 시간을 줘야 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임추위원들을 불러 얘기를 나눈 것은 맞다"고 답했다. 금감원 이근우 일반은행검사국장은 "사외이사에게 이런 리스크를 인지하고 있는지를 알아본 것이었으며 법률적 불확실성에 대해 거론했다"고 전했다. 이 국장은 "우리은행의 이광구 전 은행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케이스는 전혀 다르다. 이광구 전 은행장은 업무방해죄 혐의로만 기소됐지만 함 행장은 업무방해죄와 남녀평등고용법 위반 혐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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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에 대해 이 국장은 "임추위가 시작하자마자 였다면 더욱 논란이 있었을 것"이라며 "쇼트 리스트(후보자 명단)이 나오는 때 얘기를 나눈 것은 행장 선출 절차의 중간 쯤"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만약 함영주 행장이 연임하더라도 금감원이 별도 조치를 하지도 않을 것이며 할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2015년 9월 취임해 두 차례 연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