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텨 내린 은행서 책보며 맥주 한잔 어때요?

KEB하나은행 공간활용 '컬처뱅크' 눈길

금융입력 :2019/01/28 14:25    수정: 2019/01/28 17:46

은행 영업 마감시간인 오후 4시가 지나도 발길이 끊기지 않는 은행이 있다. KEB하나은행이 서울 시내 4군데에 조성한 '컬처뱅크(Culture bank)' 얘기다.

KEB하나은행은 2017년 12월 서울 방배지점에 공예를 테마로 첫 컬처뱅크를 오픈한 뒤, 종로구 광화문역지점과 잠실레이크팰리스지점, 강남역지점을 컬처뱅크로 꾸몄다. KEB하나은행은 천안 지점을 외국인 근로자의 특성에 맞춘 5호 컬처뱅크 개설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이중 정부서울청사와 세종문화회관, 각종 직장이 모여있는 광화문역지점은 '책맥'이란 콘셉트로 꾸려졌다. 책을 보고 맥주도 마시며, 책을 사고 커피도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 것. 서울 종로구 로얄빌딩 1층에서 운영 중인 KEB하나은행 컬처뱅크 광화문역지점을 최근 방문했다.

광화문역지점 입·출구를 기준을 왼쪽은 은행 창구가 오른쪽에는 도서 진열대가 있다. 은행 업무를 기다리는 손님들은 진열대와 곳곳에 배치된 도서를 살펴볼 수 있으며 구입도 가능하다. 오른쪽 가장 안쪽에는 커피와 간단한 음료를 파는 부스도 설치돼 있다. 대기가 지루한 손님들은 책을 둘러보거나 간단한 커피 음료를 즐길 수 있도록 해놨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KEB하나은행 광화문역지점 컬처뱅크.(사진=지디넷코리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KEB하나은행 광화문역지점 컬처뱅크.(사진=지디넷코리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KEB하나은행 광화문역지점 컬처뱅크.(사진=지디넷코리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창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영업을 하지만, 도서와 음료 구입은 저녁 10시까지 가능하다. 은행 마감시간이후에도 환하게 불을 켠 은행 지점의 광경은 가히 이색적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철문 셔터가 내려져있을 출입구도 열려있다. 오후 4시가 지나면 은행 창구쪽만 셔터가 내려가 있고, 조금더 일찍 가면 업무 후선 처리를 위한 KEB하나은행 직원들이 분주하게 서류 넘기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 출입구가 열려 있으니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느냐며 찾는 직장인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은행 직원대신 도서와 음료 판매를 하고 있는 직원들은 "은행 업무는 오후 4시에 끝났으며, 지금은 지점에 앉아 커피나 맥주를 마실 수 있다"고 안내해준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한 손님은 "은행 불을 안꺼서 오해했다"면서 친구들을 은행으로 불러 커피를 즐겼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KEB하나은행 광화문역지점 컬처뱅크에서 간단한 커피 및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부스가 마련돼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KEB하나은행은 왜 이 같은 컬처뱅크를 시작하게 됐을까. 컬처뱅크 TFT 권요 수석차장은 "은행 지점은 평일 오후 4시 이후와 주말에 문을 닫기 때문에 은행 지점이 있는 곳은 죽은 공간으로 전락한다"며 "여기에 주 52시간 근무제 등 시대적 요구에 따라 은행 공간이 죽어가는 것 아니냐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은행의 주된 영업 채널이 인터넷·모바일과 같은 비대면으로 바뀌면서 은행 영업점의 존립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맞물렸다고 덧붙였다.

권요 수석차장은 "근데 은행 지점 위치는 각 동(洞)의 좋은 곳에 위치한다. 없애기보다는 활용하자는 얘기가 나왔다"면서 "대형 프랜차이즈보다는 그 동네의 특성을 고민해 필요한 아기자기한 곳으로 은행 공간을 써보자는 아이디어가 발전된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 KEB하나은행 컬처뱅크는 프랜차이즈 커피숍이나 음식점으로 채워져 있지 않다. 방배동지점은 공예, 광화문역지점은 책맥, 잠실레이프팰리스지점은 가드닝, 강남역지점은 온라인편집숍 등 테마에 맞춰 독립 기업체와 맞손을 잡고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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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차장은 "은행이 이런 것을 직접 운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봐 은행이 소유한 건물을 대상으로 지점의 한 켠을 내주는 방식으로 결정했다"며 "제휴를 맺은 기업들에 은행 지점의 대기 공간 한 켠을 대여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KEB하나은행은 천안지점까지 5개 컬처뱅크 지점 개설을 1차 컬처뱅크 프로젝트로 계획했다. 현재 1차 프로젝트를 평가하고 재점검한 후 오는 3월 2차 컬처뱅크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