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한 시중은행(이하 A은행)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이 판매한 인도네시아 국영보험사 '지와스라야(Jiwasraya)'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파는 보험 상품)의 만기 지급이 지연돼 논란이다.
이 상품에 가입한 현지교민들은 A은행이 불완전판매를 했고 책임을 회피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은행 본사 측은 불완전판매로 판매고를 늘린다는 전략 자체가 어불성설이고 책임을 피할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지와스라야의 저축성 보험인 '제이에스 프로텍시(JS Proteksi)' 상품을 가입한 현지주민은 2일 이메일 제보를 통해 A은행이 이번 사태를 방관한다고 주장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이번 문제의 시작은 2018년 10월이다. 지와스라야는 만기가 도래한 가입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지급해야 하지만, 유동성의 문제로 돈을 지급하지 않았다. 지난 12월에도 만기가 도래하는 가입자가 있었지만, 돈을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와스라야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만기 상환자들을 대상으로 만기를 연장하면 7%대의 선이자를 지급하거나 만기 미연장자에게는 5%대의 이자를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진척 되지 않은 상태다.
지와스라야가 지급을 미루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지만, 일부 현지교민들은A은행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이 불완전판매를 해 피해를 입게 됐다는 설명이다.
제보자는 대부분 교민 가입자가 예금을 알아보다 A은행 창구 직원과 마케팅 직원이 "적금이며 보험 혜택을 받는다"는 안내를 했다는 주장이다.
또 2016년부터 일부 A은행 인도네시아 직원이 '예금(Deposito)'이라고 인도네시아어로 적힌 브로셔를 들고 다녔다고 지적했다. 실제 교민이 보내온 당시 유인물을 살펴보면 맨 첫 부분에 'Deposito'라는 단어가 명시돼 있다. 인도네시아어로 Deposito는 예금으로 국내와 마찬가지로 일정 금액이상 원금이 보장된다.
제보자 ㄱ씨는 "2016~2018년까지 '지와스라야 예금(Deposito Jiwasraya)'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했으며 최초 마케팅 당시 방카슈랑스가 뭔지에 대한 고지가 없었다"며 "또 다른 일부 피해자들은 일반 A은행 적금과 지와스라야 상품 두 가지를 소개하며 예금자보호법을 적용받는다고 잘못 안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와스라야의 방카슈랑스 상품은 7군데 은행에서 판매했지만 현지교민들은 한국은행명이 있어서 A은행에서 가입한 경우가 많았다고 거론했다.
제이에스 프로텍시를 소개한 인도네시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상품은 ▲타분간네그라(Tabungan Negara Tbk) 은행▲ANZ은행 ▲QNB 인도네시아 은행 ▲라크얏 인도네시아 은행 ▲빅토리아 인터네셔널 은행 ▲스탠다드 차타드 인도네시아 은행 등이며 한국은행에서는 A은행이 유일하게 이 상품을 판매했다.
특히 현지교민인 피해자들은 인도네시아어에도 무지하지만 한국은행인만큼 신뢰하고 거래했다는 점에서 더 안타깝다고 전했다.
ㄱ씨는 "인도네시아어에 무지한 고객들에게 사인을 시켜놓고 법적인 책임이 없다고 하니 황당하다"면서 "A은행의 책임감있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당 보험 상품의 전체 판매 건 수는 1만7천721건이며, 이중 6분의 1 수준인 2천360건이 A은행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을 통해 판매됐다. A은행에서 판매된 건 중 현지 고객에게는 1천139건, 교민 고객에게는 474건 판매됐다. 교민 고객의 원금과 이자는 5천720억루피아(약 443억8천720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10월과 12월 만기가 도래했지만 미지급된 금액은 합산해 8천910억루피아(약 691억4천160만원)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금융당국(OJK)이 지와스라야의 문제를 검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결과를 바탕으로 A은행도 지와스라야의 회계 공시가 잘못됐던 점이 있는지를 기다리는 중이다. ㄱ씨를 포함한 피해자들은 이번 지와스라야 보험금 미지급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포럼을 만든 상태며, 국민신문고와 금융감독원를 통해 민원을 넣었다.
이와 관련해 A은행 측은 지난 12월 28일 피해자들에게 "현 사태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거나 미온적 태도로 일관할 이유가 없으며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 만기 경과 고객에게 은행이 원금을 대신 지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으며 책임이 필요하면 질 준비가 돼 있다"는 안내문을 발송했다.
또 A은행 인도네시아 측은 "(미지급 사태) 이전까지 공식적으로 지와스라야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상황은 아니었다"면서 "추후 감사를 통해 공시 등의 회계적 부정이 있었는지 추가적으로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은행 본사 측은 "상품기획서와 안내서는 모두 지와스라야가 제작하는 것이고, A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에서는 판매수수료만 받고 판매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불완전판매를 해 판매고를 늘린다는 전략 자체도 말이 되지 않는다. 한국보다 규모가 작은데 방카슈랑스 상품을 팔아 실적을 올리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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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은행 측은 이어 “Depasito를 엄밀히 말하면 예금이고, 보험의 예치금이라고도 해석된다”며 “제보자의 브로셔는 A은행에서 판매한 예금 상품 소개서고 아랫부분이 보험상품을 소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우리나라보다 보험 상품 가입 시 가입자가 서명해야 하는 서류가 더 많아 불완전판매가 발생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