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올해 본격화되는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5G 시대를 부진한 스마트폰 사업의 재도약의 기회로 보고, 브랜드 및 시장 전략을 재편했다.
LG전자는 V 시리즈를 5G에 최적화해 4G 프리미엄 중심의 G 시리즈와 투트랙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시장 수요에 따라 하반기에 보급형 브랜드에도 5G 적용을 검토하기로 했다.
권봉석 LG전자 MC/HE사업본부장 사장은 지난 15일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위치한 'LG사이언스파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돌아보면 수년간 기술 혁신을 했지만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다"며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5G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만큼, 가장 완성도 높은 5G 스마트폰을 출시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각각 상반기와 하반기 라인업으로 특화됐던 G와 V 시리즈를 기존과 달리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적합할 때에 맞춰 유동적으로 출시하기로 했다. 2분기 5G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하는 속도를 지켜보고, 이를 하반기 스마트폰 전략에도 반영한다.
권 사장은 "2분기에 5G와 4G 시장이 어떻게 나뉘는지가 중요하다. 보수적인 시각으로 보면 5G폰은 시장 형성기이고 위축될 수도 있다"며 "만약 5G폰 시장이 커진다면 보급형쪽도 공략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5G를 보완하는 투트랙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당장 이달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9 개막 전날인 24일(현지시간) G8 씽큐와 V50 씽큐 5G폰을 동시에 발표한다.
LG전자의 첫 5G폰인 V50 씽큐 5G에는 듀얼 디스플레이를 적용한다. 두 개 화면이 이어진 채로 접히는 듀얼 디스플레이폰을 5G 서비스에 최적화된 폼팩터로 제시한 셈이다. 초기 5G폰의 주요 이슈인 발열, 속도 등 측면에서 완성도를 높이는 데도 주력하기로 했다.
■"폴더블 시장은 시기상조...5G폰, 1천불 이상 가격 형성"
권 사장은 "5G폰의 속도와 발열 등 성능을 현재 (4G) 스마트폰과 비슷하게 구현할 수 있는 안정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러 통신 사업자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또 5G 서비스의 사용자 경험(UX)이 다를 텐데, LG전자는 듀얼 디스플레이를 5G 시대에 맞는 새로운 폼팩터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한국, 북미 등 올해 5G 서비스가 시작되는 지역의 주요 이통사들과 협의해 판매부터 프로모션까지 광범위하게 협력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에는 북미 주요 이통사에 올해 상반기 중 5G 스마트폰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LG전자의 첫 5G폰 V50 씽큐 5G는 대용량 콘텐츠, 전작(V40) 대비 20% 이상 늘어난 배터리 용량, 발열 완화장치를 탑재했다.
권 사장은 "5G 서비스는 3~4월 초에 시작되고,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진행할 것"이라며 "이후 유럽과 일본, 호주에서 5G가 시작되고 하반기에 러시아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해당 국가 중심으로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V50 씽큐 5G의 가격은 1천달러 이상이 될 가능성을 내비췄다. 권 사장은 "상반기 5G폰은 1천달러 이상으로 형성될 것으로 본다. 통신사업자들은 5G 시장 확대를 위해서 누가 먼저 1천달러 이하로 내느냐도 많이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차기 5G 스마트폰에는 디스플레이 자체가 접히는 폴더블 혹은 돌돌 말리는 롤러블 기술이 적용될 가능성을 내비췄다. 다만 아직 결정되진 않았다. 신기술을 선보이는 것보다는 LG전자의 시장 지위를 회복하는 데 우선적으로 집중한다.
권 사장은 "폴더블폰 시장 규모를 70만~100만대 수준으로 보고 있는데 우선 LG전자의 시장 지위를 회복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만 폴더블 기술을 첫 5G폰에 적용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했지만 시기상조라고 생각했고, 폴더블이나 롤러블 모두 기술은 갖추고 있다"며 "홀 디스플레이, 전면 풀스크린과 같은 트렌드는 LG전자 신제품에도 맞춰 준비했다"고 말했다.
G8 씽큐는 지난달 초청장에서 암시한 바와 같이 디스플레이 터치 없이 화면 위 공중에서 취하는 손 동작만으로 스마트폰을 활성화 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됐다. 권 본부장은 이를 3D 인식센서인 ToF가 적용된 'Z카메라'라고 밝히고 새로운 생체 인식에 대한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권 사장이 겸임하고 있는 TV 담당인 HE사업본부와 MC사업본부의 시너지도 점차 강화한다. LG전자의 MC사업본부는 15분기째 적자를 기록, 주요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이렇다 할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반면 HE사업본부는 영업이익률만 두 자릿수가 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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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위축됐다. LG전자 TV 사업은 2015년도에 일시적으로 어려웠지만 인지도가 구축된 상태에서 턴어라운드가 가능했다"며 "하지만 스마트폰은 TV보다 어려운 상황이고 열세에 있는 게 사실인 만큼 보수적인 시각에선 LG전자의 매출이 전년 대비 성장할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MC와 HE 사업본부의 시너지는 디스플레이 등 측면에서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있지만 거실에 놓는 TV와 손에 드는 스마트폰은 다르다고 보기 때문에 차별화된 폰만의 성능을 찾아야 한다"며 "MC와 HE 동시에 하면서 물리적으로 상당히 바쁘기도 하지만 모두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