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랴부랴 출범, 흐지부지 마무리'...정부 가상통화TF 1년

ICO 전면금지 입장만 재확인하고 제도화는 나몰라라

컴퓨팅입력 :2019/02/14 08:52    수정: 2019/02/14 10:00

범정부 가상통화 태스크포스(TF)가 활동을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최근 암호화폐발행(ICO) 금지 기조를 유지한다는 내용의 'ICO 실태조사 결과와 대응방안' 발표한 것을 끝으로, 이후 TF활동을 계획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년 여 동안 암호화폐(가상통화) 관련 공식 입장을 밝히기 꺼려 온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상당기간 TF가 활동을 재개하지 않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TF는 재작년 9월 발족해 1년 이상 가동됐지만, 그 결과물은 초라하다. TF는 출범 직후 이상 투기 과열 현상을 잡겠다며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 도입을 포함해 다양한 대책을 쏟아 냈다. 하지만 이후 제도화에 나서지 않으면서 '정책 공백'이 발생했고, 결과적으로 TF가 발표한 대책 중 제대로 실행된 게 별로 없는 상황이 됐다. 이에 "급한 불만 끄겠다고 부랴부랴 출범한 TF가 제대로된 결과물 하나 없이 흐지부지 끝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 가상통화 TF 언제 모이나?

13일 국무조정실을 포함해 가상통화TF에 참여하는 여러 부처 관계자에 문의한 결과, 향후 예정된 TF 회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조실 관계자는 앞으로 가상통화 TF 활동 계획에 대해 "TF는 일이 생길 때 모이는 것이으로 언제 또 할지 모른다"고 답했다. 가상통화TF가 해산된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는 "아직까지 그만한다는 얘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조실은 재작년 12월부터 범정부 가상통화 TF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정부 가상통화TF가 ICO 전면금지 기조를 유지한다는 내용의 ICO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TF는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이 ICO업체 2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와 국제동향 점검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ICO 제도화 불가, ICO 전면금지 유지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결론 내린 이유에 대해선 "ICO에 대한 투자 위험이 높고 국제적 규율체계도 확립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는 TF가 1년여 만에 내놓은 정부 공식 입장으로, 지난해 업계의 ICO 전면금지 방침 전환요구가 지속되자 이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나왔다. 이 이후 논의할 다른 이슈가 없는 상태에서 언제 또 활동에 돌입할지 알 수 없다.

상황을 종합해 보면, TF가 공식적으로 해산한 것은 아니지만 조만간 활동을 재개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TF가 암호화폐 관련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조직된 게 아니라, 암호화폐 '이상 투기 과열' 현상을 잡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블록체인 업계가 장기 침체기에 빠져 있는 지금 TF가 활동에 나설 이유가 적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암호화폐 열풍이 한풀 꺾인 이후 이 분야에 무관심으로 대응해 왔다.

TF가 내놓은 대책 중 제대로 작동되는 것 없어...부실 활동 비판

TF는 재작년 12월 13일 '가상통화 관련 긴급 대책'과, 28일 '투기 근절 특별대책'을 발표하며, 과열된 암호화폐 과열 시장 잡기 위한 강경책을 펼쳤다.

규제안 발표 직후 전세계 암호화폐 시장이 휘청했고, 갑작스러운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결과적으로 지난해 말 불어닥친 '크립토 윈터(암호화폐 혹한기)'로 암호화폐 가격이 크게 하락하기 전에 한국 투자자들이 미리 빠져나갈 기회를 줬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당시 TF가 내놓은 대책을 되짚어 보면, 지금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은 별로 없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맨 오른쪽)이 2017년 9월 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가상통화 관계부처 합동 테스크포스(TF)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

암호화폐 거래에 가상계좌, 법인계좌(벌집계좌)를 이용할 수 없게 했지만, 대형 거래소 4곳을 제외하면 이를 지키며 영업하는 곳은 거의 없다. 오히려 정부의 관심이 느슨해진 상황에서 암호화폐 거래소가 100여 개 이상 우후죽순 생겼고, 불법 편법적인 영업을 벌이는 곳으로투기 세력이 몰려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또 당시 TF는 암호화폐를 이용한 불법행위에 엄정대처 하겠다고 했지만, 지난 1년 여간 다단계, 사기성(스캠) 코인 판매, 투자 유치 후 잠적 등 사건사고는 끊이질 않았다. 암호화폐 관련 규제가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 업체가 믿을만한 곳인지 판단할 제대로된 정보를 얻을 수 없고, 이런 상황을 악용한 사기·불법 업체가 활개를 쳤다.

업계는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를 제도화 하지 않고 있는 정부를 향해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TF가 한 일이라곤 겁을 줘서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게 한 것뿐"이라며 "정책이라 할 만한 것을 내놓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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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한 ICO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부실조사를 기반으로 '제도화 불가' 방침을 되풀이했다는 반발도 사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분명 문제가 있는 업체도 있지만 일부 기업을 보고 이 업계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라며 "수 많은 업체 중에 부가가치를 내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곳도 존재할 텐데 구분 없이 뭉뚱그려 위험하다고 낙인찍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