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성공’ 거둔 라이엇게임즈의 첫 LCK

더 나은 환경 제공, 프리젠테이션 능력은 미흡

디지털경제입력 :2019/02/04 11:37    수정: 2019/02/04 18:14

e스포츠 리그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가 이번 2019년 시즌부터 달라진 게 있다면 리그를 게임 저작권자인 라이엇게임즈가 직접 관여하게 됐다는 점이다.

라이엇게임즈는 리그 운영을 위해 마련한 전용 경기장인 롤파크에서 모든 경기가 진행되며, 중계방송과 리그 운영 역시 라이엇게임즈가 모두 전담한 것이 경기 외적인 면에서 이번 시즌 달라진 부분이다.

자체 진행과 중계 원년임에도 라이엇게임즈는 시즌 초반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경기 관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설계된 롤파크는 선수들의 표정이 보일 정도로 좌석을 가까이 배치하고, 관람용 모니터를 다수 배치해 경기장 어디에 있어도 현재 진행 중인 경기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 관중들의 호평을 받았다. 현장감은 LCK 역사상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 관계자와 현장 관람객들의 일관된 평가다.

라이엇게임즈가 종로에 e스포츠 경기장 롤파크를 마련했다.

e스포츠 중계를 보는 재미의 절반을 차지하는 요소인 해설 역시 호평 받고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e스포츠 분야에 능통한 해설진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으며, ‘매드라이프’ 홍민기, ‘캡틴잭’ 강형우 등 선수 출신 분석 데스크를 갖춰 전문성을 더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9 시즌 개막이 약 2주 지난 지금 시점에서 라이엇게임즈 주관의 LCK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술한 장점은 확실히 기존 LCK를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평이지만 리그 진행과 중계의 세밀한 부분에서는 아직까지 구관을 넘어서지 못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탓이다.

가장 개선이 시급한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관전버그다. 현재 진행 중인 게임 상황과 전혀 다른 화면이 송출되는 문제로 불리한 상황에서 상대에게 갑자기 달려들거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는 십중팔구 관전버그가 일어난 상황이다.

동시다발로 다양한 상황이 펼쳐지는 e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상황을 정확한 시기에 골라서 보여주는 옵저빙은 원활한 중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하지만 이런 점에 있어서도 라이엇게임즈는 미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9LCK.

교전이 벌어지는 곳을 비춰주지 않고 엉뚱한 곳을 비춰주고 있다가 캐릭터가 쓰러지거나 소환사 주문이 빠지는 중요한 장면을 시청자들이 놓치는 일은 다반사다. 멋진 장면 이후 실시간 리플레이를 보여주다가 갑자기 진행 중인 상황으로 화면이 전환됐는데, 사운드는 리플레이 사운드가 송출되는 일도 잦은 편이다.

라이엇게임즈 역시 이런 문제를 인정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관전버그에 대해 "방송 문제나 선수들의 플레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관전 모드 자체의 문제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런 기술적인 부분 외에도 운영진의 세밀함이 부족한 점도 있다. 극적인 상황이 벌어진 이후 선수들의 표정을 비춰주면서 시청자의 감정이입을 이끌거나, MVP에 선정된 선수가 어떤 캐릭터를 선택했는지 보여주면서 부수적인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하는 점에 팬들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스포츠 중계가 발전하면서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중요함이 나날이 강조되고 있고, 방송사 역시 이에 대한 기술 연구에 여념이 없다. e스포츠의 전통 스포츠 편입을 노린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온 라이엇게임즈이기에 이런 부분에 대한 미흡한 모습은 더욱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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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라이엇게임즈코리아 대표(좌)와 정채봉 우리은행 부문장.

실제로 경기가 끝난 이후 LCK 관련 커뮤니티나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에 대한 점을 지적하는 팬들의 성토가 끊이지 않는다. 라이엇게임즈 역시 이를 적극 수용하며 문제를 조금씩 개선하고 있으나, 팬들의 눈높이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 하는 모습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시즌은 이제 막 2주 가량 진행됐을 뿐이다. 하지만 시청자와 관중이 라이엇게임즈에게 깐깐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LCK가 2012년부터 꾸준히 발전한 역사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라이엇게임즈가 이런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않는다면 LCK의 브랜드 가치 자체가 망가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