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 1위 올라설 기회 잡았다

TSMC, 잇따른 사고로 흔들…삼성, 유리한 고지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9/02/01 15:50    수정: 2019/02/02 13:40

삼성전자가 지난해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수탁 생산) 업계 2위에 오른 가운데 올해 시장 입지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시장 1위인 대만 TSMC가 잇따른 공정상의 악재로 생산능력(CAPA)에 차질을 빚어 미세공정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만 가오슝 난커(南科) 공업단지 내에 위치한 팹(반도체 생산공장) 14B에서 수만 장의 300mm(12인치) 실리콘 웨이퍼(반도체 원재료)가 불량 감광액에 의해 오염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공장은 16,12나노미터(nm, 1nm=10억분의 1m) 공정 생산을 담당하는 곳이다. 최신 기술이 7나노라는 점을 감안하면 12나노는 뒤떨어진 기술이지만, 아직 업계에서 널리 활용되는 공정이다.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액만 수천만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실리콘웨이퍼는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으로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 현재 공급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TSMC(좌)와 삼성(우) 로고. (사진=각 사)

■ 피해 규모 추산 안 돼…생산능력 감소 가능성도

TSMC는 아직 자세한 피해 규모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아 논란을 더욱 불러일으키고 있다. 앞서 TSMC는 고객사에 보낸 성명서를 통해 "수율(투입량 대비 완성품 비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1분기 내로 사고를 수습하겠다"고만 밝힌 상황이다.

TSMC의 생산설비에서 사고가 발생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8월 이 회사는 공장 설비에 구축된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악성코드에 감염돼 8천500만 달러(약 951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이후 6개월 만에 업계 1위에 빛나는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대형 사고가 터진 것이다.

반도체 업계는 TSMC의 잇따른 악재로 파운드리 업계 2위인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웨이퍼 10만 장 정도라면 1개 팹에서의 월 생산량과 맞먹는 규모"라며 "만약 그 이상이라면 분기 생산능력에도 치명적인 수준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월 생산능력이 감소한다는 것은 TSMC가 올해 계획 중인 2세대(7나노)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에 투입할 비용도 줄어든다는 의미"라며 "올해 EUV 생산을 확대하는 삼성이 고객사를 늘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대만 가오슝 난커(南科) 공업단지 내에 위치한 TSMC 팹. (사진=ZDNet)

■ 삼성파운드리, 4위→2위로 '껑충'…'7나노 EUV'에 업계 시선 집중

중국 화웨이를 비롯해 엔비디아, AMD 등 TSMC와 오랜 관계를 구축한 팹리스(Fabless·반도체 생산시설이 없는 설계 업체) 고객사들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엔비디아는 내년 출시할 7나노 공정 기반 그래픽처리장치(GPU) 신제품의 양산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에도 위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7나노 EUV 노광 공정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등 미세공정 기술력에서 TSMC를 앞서나가고 있다. TSMC는 7나노 공정(액침 불화아르곤·이머전 ArF 방식)에서는 삼성전자를 앞섰지만, EUV 공정 도입은 올해 하반기로 예정돼 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전년도 시장 점유율 4위였던 삼성전자가 기술력 제고에 힘입어 지난해 점유율 14%를 기록, 글로벌파운드리(GF)를 밀어내고 2위에 올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 관계자는 "현재 주요 팹리스 기업들은 TSMC보다 먼저 EUV 공정 개발에 성공한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수율과 원가, 생산능력 등을 눈여겨보고 있다"며 "삼성의 EUV 공정을 활용키로 한 퀄컴·IBM에 이어 엔비디아까지 수주에 성공한다면 앞으로 '삼성 파운드리'라는 브랜드 포트폴리오가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메모리연구동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에게 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뉴스1)

■ 이재용 "파운드리 미래성장 동력 만들겠다" 자신감

파운드리는 최근 이재용 부회장이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여당 지도부를 만나 강조한 '비(非)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중심에 있는 사업이다. 이 부회장은 "비메모리인 파운드리 사업을 미래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며 메모리에 비해 국내 업계가 취약한 분야인 시스템반도체를 파운드리 육성을 통해 끌어올리겠다고 자신했다.

이런 이유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기술력 확보와 확대를 통해 생태계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는 파운드리 고객 수를 전년 대비 40% 이상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신승철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상무는 지난달 31일 진행된 작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하반기에 EUV를 적용한 7나노 제품을 본격적으로 양산할 것"이라며 "5나노 EUV 공정 개발 완료 등 기술 개발을 통해 더 큰 성장을 위한 내실을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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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는 지난해 파운드리 생태계 확장을 위해 미국과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연달아 개최한 삼성 파운드리포럼(SFF)을 통해 14나노부터 3나노까지의 반도체 공정 전체 로드맵을 제시했다. 또 7나노 공정 양산체계를 구축하면서 제품 설계까지 지원하는 '세이프(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 유치에도 나섰다. 이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의 중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파운드리 업계 현업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2021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3나노 공정엔 EUV의 뒤를 이은 첨단 기술인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가 도입될 예정"이라며 "TSMC와는 올해 7나노 EUV 공정에서 진검승부를 겨루고, 늦어도 5나노와 3나노 공정 경쟁에서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