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독점해온 스마트폰용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분야에 중국 업체들이 투자를 확대하면서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수율을 대폭 개선하면서 출하량을 무서운 속도로 올리고 있다. 중국의 디스플레이 굴기가 중소형 OLED 분야에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29일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 1위인 BOE는 지난해 4분기에 중소형 OLED 생산 공정 수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 BOE, 수율·출하량·가격경쟁력 다 잡았다
수율 개선 추이도 ▲지난해 1분기 약 한 자릿수대 중반 ▲2분기 한 자릿수대 후반 ▲3분기 10%대 초반 ▲4분기 30%대 중반 등으로 가파른 속도를 보였다. 3분기에서 4분기 사이에 3배, 연초와 비교하면 수율을 7배 가까이 끌어올린 셈이다.
이대로라면 올 3분기에 수율이 50%를 넘어설 것이라는 계산도 나온다. 국내 업체의 수율은 1분기 70% 후반대에서 연말 80% 초반대에 이를 전망인데, BOE의 추격이 위협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폭 증가한 수율 덕에 BOE의 OLED 출하량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3분기 평균 월 12만5천대에 불과하던 출하량은 4분기에 100만대로 증가했다고 DSCC는 분석했다.
BOE는 지난 2017년부터 청두에 위치한 'B7'에서 첫 6세대 플렉시블 OLED 양산을 개시했다. 이후 올해는 몐양 소재의 'B11' 공장에서 새로운 OLED 생산설비를 건설하는 등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BOE는 지난해 말 3번째 플렉시블 OLED 공장인 'B12'를 기공한 데 이어, 4번째 공장인 'B15'에도 투자를 진행 중이다.
가격경쟁력 측면에서도 BOE가 업계 1위인 삼성디스플레이의 발끝을 거의 따라잡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DSCC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160달러 수준이었던 BOE의 생산원가(Total cost)는 4분기 80달러 이하로 2배가량 하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디스플레이의 생산원가는 60달러에서 80달러 사이였는데, 이마저도 올 연말이면 BOE가 따라잡는다는 관측이다.
DSCC는 "수율 개선은 패널 양산 비용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팹 비용 보조금이 포함되면 올해 말까지 BOE의 생산비용이 삼성디스플레이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화웨이 등 현지 업체 손잡고 패널 대량 공급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중소형 플렉시블 OLED 시장 점유율 1위는 삼성디스플레이(94.2%)다. OLED를 포함한 스마트폰 패널 전체 시장에서도 삼성디스플레이는 점유율 58.4%를 차지하며 1위를 유지했고, 이어 중국 BOE(7.8%), 톈마(7.8%), 일본 샤프(6.3%) 순으로 나타났다.
BOE 외에도 중소형 OLED 사업에 투자하는 중국 업체는 많다. 톈마·비전옥스·차이나스타(CSOT)·에버디스플레이 등도 현재 양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넓게 보면 중화권 업체로 분류 가능한 대만 폭스콘 산하 샤프도 지난해 중소형 OLED 양산에 뛰어들었다.
이들 업체는 자체 OLED 기술 발전을 이루면서 화웨이·샤오미·오포·비보 등 현지 업체로부터 패널 채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일례로, BOE의 주요 고객은 화웨이다. 화웨이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메이트20 프로(Mate 20 Pro)' 등에 BOE의 OLED 패널이 다량 공급된다.
DSCC에 따르면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는 스마트폰용 패널을 집중적으로 투자해 오는 2022년께 관련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BOE는 2022년까지 OLED 생산 능력의 15%를 차지해 추격의 고삐를 바짝 움켜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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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의 중소형 OLED 양산 능력이 국내보다 약 3년 정도 뒤처졌다고 판단돼 왔다"며 "중국이 빠른 속도로 격차를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 놀랍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4분기 시장조사 자료가 나오지 않은 상황인 데다가, BOE가 4분기에 수율과 출하량을 크게 끌어올린 것으로 조사되면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예전처럼 90%가 넘는 독점체제를 유지했을지도 미지수로 남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