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2017년 12월 ‘배터리 게이트’로 한바탕 홍역을 치뤘다. 배터리 결함을 감추기 위해 구형 아이폰 성능을 고의로 제한한 사실이 드러난 때문이다.
거센 비판에 휘말린 애플은 배터리 수리비용 인하란 카드를 내놨다. 2018년 한해 동안 한시적으로 배터리 수리 비용을 29달러로 내렸다. 기존 수리비(79달러) 보다 무려 50달러나 싼 가격이었다.
이 조치는 발표 직후부터 애플에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가 적지 않았다. 아이폰 새 모델을 구매하는 대신 배터리 교체를 선택하는 고객들이 적지 않을 것이란 게 그 이유였다.
■ "아이폰 평균판매가격 749달러…대당 720달러 기회손실"
애플의 배터리 교체 비용 인하는 올 들어서도 계속 이슈가 됐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12월 마감된 2019 회계연도 1분기 예상 매출을 하향 조정하면서 그 이유 중 하나로 ‘배터리 교체 비용 인하’를 꼽은 때문이었다.
그런데 배터리 교체 비용 인하 효과를 짐작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치가 공개됐다. 애플 전문가인 존 그루버가 운영하는 데이얼 파이어볼(Darling Fireball)은 15일(현지시간) 애플이 지난 해 교체해 준 배터리가 1천100만 개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배터리 교체 가격 인하 전 애플의 연간 배터리 교체 물량은 약 100만~200만개 수준이었다. 따라서 지난 해 애플은 평소보다 최대 1천만개 가량 더 많은 배터리를 교체해줬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늘어난 배터리 교체 건수가 모두 가격 인하 때문이라고 간주하긴 힘들다. 다른 요인도 분명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 해 가을 iOS12 출시 때부터 구형 기기 성능을 향상시키는 기능을 추가했다. 종전 같으면 신형 모델을 구입했을 소비자들이 소프트웨어 성능 향상을 통해 기존 모델을 계속 사용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여기에다 29달러에 불과한 배터리 교체 비용 때문에 적지 않은 소비자들이 신모델 구입 욕구를 눌렀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조치로 애플이 어느 정도 기회 비용을 지불했을까?
금융전문매체 모트리 풀이 이 부분을 계산했다. 지난 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아이폰 평균 판매가격은 749달러였다. 따라서 신모델 구매 대신 배터리 교체를 택할 경우 애플에겐 720달러 가량의 손실을 발생한다.
새모델을 구매했을 경우 749달러를 지불했을 소비자가 29달러만 내고 계속 구형 모델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추가 교체 물량이 900만~1천만개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애플은 65억~72억 달러 가량의 기회 비용을 지불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애플의 연간 매출 2천610만달러의 3%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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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배터리 교체 비용 인하가 애플에 결정적인 악재였다고 보긴 쉽지 않다. 하지만 ‘배터리 게이트’는 최근 들어 아이폰 신모델 업그레이드 유인이 그만큼 약해졌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로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애플이 신경쓰이는 부분은 오히려 그 대목일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