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웨일(Whale) 브라우저 개발팀이 액티브X(ActiveX)를 쓰게 해주는 '플러그인 호환모드' 제공 중단 일정을 늦췄다.
이르면 지난해 10월 중단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아직도 액티브X에 의존하는 인터넷익스플로러(IE) 전용 웹사이트가 여럿 남아 있다는 판단에서다.
플러그인은 브라우저 자체 기능으로 구현할 수 없는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웹사이트 운영자가 방문자 PC에 설치하게 하는 부가 프로그램을 뜻한다. 액티브X는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및 IE 전용 플러그인 기술로, 과거 공공, 금융, 쇼핑, 게임 사이트에 많이 쓰였다.
웨일은 네이버에서 5년간 자체 웹엔진을 만들던 개발팀이 시행착오 끝에 오픈소스 엔진 '크로미엄(Chromium)' 기반으로 만든 브라우저다. [관련기사] 그중 윈도용 웨일은, 웹사이트에서 액티브X 또는 실행파일(EXE)형 플러그인을 실행 가능한 플러그인 호환모드를 지원하고 있다.
3일 현재 64비트 윈도용 웨일 브라우저 최신판(1.3.53.4)에서 여전히 작동하는 플러그인 호환모드를 확인할 수 있다. 브라우저 환경설정의 '웹 페이지' 항목을 열면 호환모드를 켜고 끄거나, 방문시 기본적으로 호환모드를 실행하는 '자동 전환 사이트' 목록을 구성할 수 있다.
네이버의 김효 웨일 팀 리더는 웨일 브라우저를 통해 국내 인터넷 환경에 웹표준을 충분히 확산시킨다는 단서를 달고, 이르면 지난해 10월까지만 플러그인 호환모드를 제공하다가 이후 중단한다는 계획을 언급했다. 웹표준 확산이 불충분해서일까, 아직은 호환모드가 남아 있다.
■ 국내 인터넷 생태계 웹표준 확산 의지 담아 출시
웨일 브라우저의 플러그인 호환모드는 네이버가 웨일 브라우저 공개 테스트를 시작하면서 탑재한 기능이었다. 네이버는 2016년 12월부터 웨일 브라우저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했다. [관련기사] 이어 2017년 3월 공개 테스트 단계를 진행하고 10월 정식판을 출시했다.
개발팀은 웨일을 통해 국내 인터넷에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W3C)의 웹표준 확산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보여 왔다. 다만 사용자의 불편을 덜고자 호환모드를 '시한부'로 제공해 왔다. 호환모드의 '생명 연장'은 이들이 그만큼 국내 웹표준 확산을 더디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공개 테스트 전환을 앞둔 2017년 2월, 웨일 팀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플러그인 호환모드를 넣은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공공기관 페이지, 게임 사이트 등 아직 많은 웹사이트가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동작하는 현실"에 많은 사용자들이 겪는 불편을 고려해야 했다고 밝혔다.
당시 웨일 팀은 사용자들에게 "플러그인 호환 모드는 유통기한을 두고 지원되는 시한부 기능"이라며 "단순히 기능 지원을 중단하는 것을 넘어서 웹표준을 기반으로 인터넷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키는 것에 더 큰 목표를 두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웨일 팀 블로그 바로가기]
호환모드 시한부 제공 방침은 약 1년 전인 2017년 12월 재차 강조됐다. W3C HTML5컨퍼런스 2017 키노트를 진행한 네이버 김효 웨일 개발팀 리더는 "플러그인 호환모드는 최장 2년만 지원할 예정이었다"며 내년(2018년) 10월에는 저 기능을 뺄 것"이라고 언급했다. [관련기사]
■ 한국 여건에 맞는 인증서 처리 API 구현·표준화 제안
하지만 웨일 팀은 결국 호환모드 제공 중단 시기를 미뤘다. 새해까지는 지원할 방침이다. 당초 제공 시한이라 밝힌 지난해 10월 네이버 개발자 컨퍼런스 '데뷰2018' 현장 '지난 1년간의 웨일 브라우저와 그 미래(제품 매니저가 들려주는 생생한 기술/제품 이야기)' 발표에서다.
당시 김효 리더는 호환모드의 '2018년 조기 종료 목표' 달성에 실패했음을 인정했다. 처음 호환모드 제공 당시 기본 설정 사이트를 14개에서 5개로 줄일 만큼 웹표준 전환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많은 IE 전용 사이트"가 있고 "진정한 플러그인 제로를 실현하지 못했다"고 평했다.
지난해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내 민간 500대 웹사이트에서 액티브X 및 실행파일 형태로 제공되는 플러그인 사용현황를 조사해 발표했다. 사용중으로 조사된 플러그인 수를 모두 더하면 1천752개다. 2017년 대비 22.7% 줄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실정이다. [관련기사]
김효 리더도 데뷰2018 발표에서 여전히 게임, 기업, 보안, DRM 등 플러그인이 적용된 'IE 전용 사이트'가 많다며 윈도용 웨일의 호환모드를 "최장 2019년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호환모드 지원 중단을 "여전히 웨일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라 강조했다. [발표자료]
관련기사
- 네이버, 인터넷 브라우저 '웨일' 모바일 버전 출시2019.01.03
- 네이버 웨일, 액티브X 지원 내년 10월 중단2019.01.03
- 네이버 웨일, 리베이스 36주→2달로 줄인 해법은?2019.01.03
- 네이버 웨일, 한국 노린 해킹 시도도 막는다2019.01.03
당시 현장에선 웹표준 확산을 위한 웨일 팀의 활동 현황도 소개됐다. 웨일 팀은 윈도, 리눅스, 맥OS에서 인증서 기반 전자서명을 지원하는 'Web Certificate API'를 만들어 웨일 브라우저에 구현했다. 이를 시범 지원하는 신한은행 인터넷뱅킹 서비스가 1년 넘게 운영되고 있다.
3일 현재 인터넷 통계업체 스탯카운터 자료에 따르면 웨일은 지난해 12월 기준 한국의 데스크톱 브라우저 사용량 서열(점유율) 6위(1.1%)다. 1위는 크롬(68.2%), 2위는 IE(22.4%), 3위는 MS엣지(3.0%), 4위는 모질라 파이어폭스(2.2%), 5위는 애플 사파리(2.1%)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