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국내 블록체인 산업 내 주요 키워드로 '공공'과 '대기업'이 부상할 전망이다. 먼저, 정부가 새해 블록체인 관련 예산을 크게 증액하면서 공공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카카오, 두나무, 라인 등 대기업이 개발 중인 블록체인 플랫폼이 공식 출시되고, 이 플랫폼들을 중심으로 사용성을 갖춘 디앱(dApp.분산애플리케이션)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새해에는 암호화폐공개(ICO) 및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입법이나 가이드라인이 마련될지도 관심사다. 올해 사기성(스캠) ICO,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 등 사건사고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 전체 블록체인 업계 신뢰도에 악영향을 끼쳤다. 이에 새해엔 건전한 산업 생태계 구현을 위해 ICO 및 거래소에 대한 규제 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예정이다.
■2019 공공분야 블록체인 사업 예산 '273억'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새해 공공분야 블록체인 산업에 총 273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새해 과기정통부가 집행하는 블록체인 사업 예산은 전년 대비 약 2배 가량 증액됐다. 올해 과기정통부는 블록체인 기술개발(100억원)과 시범사업(6개 과제 42억원)에 총 142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바 있다.
올해 추진되는 공공분야 블록체인 사업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공공선도 시범사업 12개(85억원)와 민간주도 국민 프로젝트 3개(48억원)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의 블록체인 연구개발 과제 12개 (78억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블록체인 전문 기업 육성사업(62억원) 등이다.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블록체인 사업 통합 설명회에는 관련 스타트업, 대기업 관계자들이 자리를 가득 채워 새해 정부 블록체인 사업에 대한 업계의 높은 관심도를 보여줬다.
KISA가 사업자를 선정하는 블록체인 공공선도 시범사업 과제는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과제 수와 예산이 두 배로 늘어나면서, 사업자들의 참여 기회가 확대됐고, 공공 레퍼런스를 확보하면 민간이나 해외 사업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새해에는 탄소배출권 인증과 거래 정보 공유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사업(환경부) , 재난정보와 재난 운용정보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관련 지방정부, 경찰청 등이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부산시), 방위산업 분야 제안서 및 평가 정보의 위변조를 막는 블록체인 시스템 구축(방위사업청) 등이 추진된다.
■카카오. 두나무. 라인 등 대형 기업 위주로 산업 성장 예상
새해에는 카카오, 라인, 두나무 등 대형 기업들이 만든 플랫폼 블록체인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플랫폼은 공통적으로 속도와 쉬운 사용성, 개발 편의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빠르고 안정적인 디앱 인프라를 제공하고, 디앱 개발사들이 개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개발 도구, 개발 환경도 지원해 블록체인 서비스 대중화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 블록체인 클레이튼은 1초 안에 블록생성부터 확정(트랜잭션이 취소되지 않는 상태)까지 이뤄지도록 성능을 개선한 게 특징이다. 현재 동영상스트리밍 서비스 왓챠가 주도하는 콘텐츠 프로토콜, 요리 레시피 앱 해먹남녀의 힌트체인을 포함해 18개 디앱이 클레이튼 파트너로 참여를 확정했다. 이들 서비스는 상반기 클레이튼 메인넷 출시에 맞춰 상용화 서비스를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만든 블록체인 플랫폼 루니버스는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을 지향한다. 즉, 디앱 개발에 필요한 네트워크 노드 구축부터 토큰 발행까지 모두 루니버스 플랫폼에서 서비스로 형태로 제공한다. 루니버스는 암호화폐 지갑 비트베리, 탈중앙화 거래소 올비트, 국내 여가 플랫폼 야놀자 등이 파트너로 포함됐다. 현재 80여 개 이상의 업체와 파트너 체결을 논의 중이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도 새해 블록체인 플랫폼 링크체인의 디앱 생태계와 사용자 확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인은 암호화폐 링크가 단일 코인으로 쓰이는 디앱 생태계 구현에 방점을 찍고 있다. 현재 라인 자체 디앱 2개(포캐스트, 위즈볼)가 서비스되고 있는데, 새해에는 자체 디앱 수를 크게 늘리고 외부 개발 업체에도 공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각 디앱이 독립된 체인에 올라가 처리 성능을 높이면서, 체인과 체인 간 가치나 정보가 서로 교환될 수 있도록 아키텍처(구조) 업그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ICO 및 거래소 규제 정립 목소리 커진다
올해 블록체인 업계에는 규제 공백 속에 일년을 보냈다. 규제 공백을 틈타 음성적인 다단계, 유사수신 행위, 사기 행위는 극성을 부렸다. 반면에 명확한 근거 없이 이뤄지는 과잉 제재에 건전한 블록체인 기업들은 정상적인 기업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규제 공백 상태는 투자자 피해를 방치하는 문제도 낳았다. 규제 공백을 틈타 사기성 ICO가 판을 쳤고,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과 펌핑덤핑(인위적 코인 가격을 올린 후 비싼 가격에 팔아버리는 수법)으로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다.
ICO 사기 사건으로는 보물선 돈스코이호 투자 사기에 신일골드코인을 팔아 투자자를 모집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빗썸코인, 카카오코인, 삼성코인, 라인코인 등 유명 기업의 이름을 붙여 실제하지도 않는 코인을 판매한다고 속이고 돈만 가로챈 뒤 잠적하는 사건은 수도 없이 일어났다.
규제 공백은 건전한 블록체인 기업들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다. 업계는 블록체인 기업의 해외 송금을 은행들이 막고 있는 상황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다. 이로인해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은 해외 법인 설립이나 해외 기업 지분인수 등 정상적인 사업 활동을 하기 위해 온갖 우회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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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준수할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내부 법률검토를 거쳤다해도 자칫 잘못하면 불법으로 몰려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1월 중소 암호화폐 거래소 지닉스는 내부 법률 검토를 거쳐 '암호화폐 펀드'라는 새로운 상품을 내놨다가, 금융당국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결국 폐업을 결정했다.
신년에는 건전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ICO 및 거래소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