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지난 2017년 6월부터 2018년 4월까지 국내은행의 516개 약관을 심사한 결과, 10군데 은행의 8개 약관 조항 유형이 불공정한 것으로 판단돼 금융위원회에 시정을 요청했다고 27일 밝혔다.
공정위가 이번에 적발한 불공정 약관 조항은 ▲별도의 통지 없는 기한이익 상실 조항 ▲가압류를 기한이익의 상실 사유로 규정한 조항 ▲약관 변경 시 통지 절차 및 해지 가능 여부를 명시하지 않은 조항 ▲수수료 변경 시 사전 통지 절차 미비 조항 ▲부당한 면책 조항 ▲부당하게 손해배상 책임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조항 ▲광범위한 담보물 보충청구권 인정 조항 ▲포괄적·추상적인 계약 해지 조항 등이다.
공정위는 약관을 고객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불리하게 변경하면서도 그 내용을 충분히 알리지 않고 변경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통지하지 않았다는 점은 고객에게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수수료는 계좌 이체 등 서비스 대가로 계약 시 중요한 내용이기 때문에 고객에게 사전에 알리고 해지 기회를 제공해야 하지만 이런 내용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공개한 한 은행의 전자금융서비스 이용약관에 따르면 수수료 변경에 대해는 알리지만 고객에게 해지할 수 있는 권리 등을 명시하지 않았다.

이밖에 은행이 손해배상책임을 져야함에도 불구 고객에게 전가하는 조항 역시 문제라고 공정위 측은 설명했다. 공정위는 민법 제 750조에 따라 은행의 고의나 과실로 인한 업무 처리 결과 고객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은행이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하지만, 은행의 고의 또는 과실 여부를 묻지 않고 은행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은 이유없이 사업자의 손해배상범위를 제한하는 조항에 해당된다고 봤다.
특히 시중은행의 지점에 설치된 고객 전용 소형금고인 대여금고의 경우 은행의 손해배상범위가 배제됐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대여금고 약관 면책 조항에 따르면 '신고인감 또는 서명을 육안으로 주의 깊게 대조하여 틀림없다고 여기고 임차인용 열쇠를 가진 자에게 대여금고를 열람하여 발생한 어떠한 사고는 은행이 그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적시됐다. 만약 은행이 인감 또는 서명을 통한 본인 확인 후 발생한 사고에 대해 은행의 고의 또는 과실여부를 묻지 않고 책임을 배제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고객의 고의 또는 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천재지변, 전쟁, 테러 또는 은행의 통제 범위 밖의 사유로 인한 정전, 화재, 건물의 훼손 등 불가항력으로 인한 경우'에 발생한 손해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조항도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위험을 고객에게 떠넘기는 조항에 해당된다고 공정위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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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정위의 시정 요청에 응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 불공정 약관이 시정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관련 정보 부족 등으로 소비자의 이의 제기가 쉽지 않은 은행·상호저축은행의 불공정 약관에 대해 시정을 요청하여 금융소비자들의 권리를 강화하고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