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애저컨테이너서비스(ACS)를 2020년 1월31로 종료한다. 그 대신 쿠버네티스서비스용 애저컨테이너서비스(AKS)가 애저의 유일한 매니지드 컨테이너서비스로 남게 된다. 최근 엣지의 브라우저 엔진 개발 포기 선언 등 핵심 기술 개발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가 급격히 줄어드는 양상이다.
최근 미국 지디넷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쿠버네티스를 활용하는 ACS 개발에 집중하고 자체 기술로 개발한 기존 ACS를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AKS는 2017년 가을부터 시작된 서비스로, 구글에서 개발해 오픈소스로 내놓은 쿠버네티스 기술을 컨테이너 오케스트레이션에 사용한다.
ACS는 2015년 소개된 서비스고, ACS는 메소스피어와 도커스웜을 컨테이너 관리체계로 활용한다. AKS 출시 당시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는 ACS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지난 3월 "ACS는 몇가지 점에서 점차 쓰이지 않게 될 것"이란 공식입장을 냈다. 서비스 종료일을 특정하지 않았었다.
지난 5일 마이크로소프트는 ACS 종료일을 2020년 1월31일로 공식화했다. 이날 이후 모든 ACS API는 차단된다. 새 클러스터 생성이나 기존 클러스터의 확장, 업데이트 등을 할 수 없다. 사용자는 삭제할 현재의 클러스터를 목록화해 지울 수 있게 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ACS 사용자에게 다른 솔루션으로 이전할 것을 추천했다. 쿠버네티스 사용자라면 AKS로 이전하고, 도커 사용자라면 애저 솔루션 템플릿의 도커 에디션으로 이전하라고 조언했다. DC/OS로 ACS를 사용중이라면 메소스피어 DC/OS 엔터프라이즈나 오픈소스 솔루션 템플릿으로 옮기라고 밝혔다.
메소스피어, 도커 등은 컨테이너 오케스트레이션 시장에 먼저 나왔지만, 후발주자인 쿠버네티스에 주도권을 내준 상태다. 쿠버네티스는 순식간에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대부분에서 컨테이너 관리체계로 활용하게 됐다.
이달초 마이크로소프트는 AKS 버추얼노드의 퍼블릭프리뷰를 공개했다. 애저 컨테이너 인스턴스의 컨테이너 기반 컴퓨트 용량과 AKS에서 제공되는 쿠버네티스 API를 함께 사용하게 해주는 서비스다. 쿠버네티스 API와 서버리스 컴퓨팅의 이점을 함께 누릴 수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ACS는 애초부터 클러스터 오케스트레이션에 외부 엔진을 써온 것이기 때문에 자체 기술 폐기라 보긴 힘들다. 이번 사례는 도커, 메소스피어, 쿠버네티스 등 집중투자 기술을 저울질하던 것에서 쿠버네티스쪽으로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몇년 째 핵심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것에서 발을 빼왔다. 컨테이너 영역에서 최근 눈에 띄게 마이크로소프트의 주도가 사라지고 있다.
지난 3월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의 PaaS 엔진인 '애저 서비스 패브릭' 원천 기술을 '서비스 패브릭'이란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서비스 패브릭은 애저의 PaaS를 마이크로서비스로 전환하고, 칼 휴이트의 엑터 모델 프로그래밍을 접목했다. 대규모(hyper-scale) 서비스 구축과 운영 시 안정성 및 확장성을 제공하는 개발 플랫폼으로 묘사된다. 컨테이너 기반의 마이크로서비스 인프라에서 오케스트레이션, 패키징, 배포, 애플리케이션 및 컨테이너 유지보수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쿠버네티스와 유사하다.
윈도판 컨테이너 기술로 개발했던 '드로브릿지'도 도커 포맷에 자리를 내주고 전면에서 사라졌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10의 기본 브라우저인 '엣지'를 오픈소스인 크로미엄 기반으로 재개발한다고 발표했다. 렌더링 엔진인 '엣지HTML', 자바스크립트 엔진인 '차크라' 개발을 포기한다고 밝히진 않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엣지HTML의 폐기는 확실한 것으로 점치고 있다.
IT기업이 핵심 기술을 오픈소스로 내놓을 땐 여러 이유 때문이다. 오픈소스 정신에 입각한 선의로 외부에 좋은 기술을 공유하는 사회적 기여인 경우와, 내부 개발 역량에 한계를 느껴 더 광범위한 외부 커뮤니티의 역량을 활용하려는 경우다. 혹은 오픈소스 생태계를 주도해 영향력을 높이려 핵심 기술을 외부에 공유하기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근 행보를 단순히 독자 기술 개발 포기로 단정하긴 힘들다. 과거처럼 기술과 지적재산권을 독점하던 회사에서 벗어났다는 것만 확실하다.
서비스 패브릭의 오픈소스화, 애저 컨테이너서비스의 독자엔진 포기, 엣지HTML 엔진 포기 등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자 생태계 구축에 나서지 않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과거처럼 자바의 대항마로서 '닷넷'을, 넷스케이프의 대항마로서 '인터넷익스플로러'를 공격적으로 내놨던 것을 떠올리면 천양지차다. 마이크로소프트는 IT 기술 생태계 격전지의 중심에서 벗어나 '프로슈머' 정도의 위치로 이동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소스에 전향적인 입장으로 변신하면서, 오픈소스 SW 생태계는 과거에 누리지 못했던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 정도의 회사가 외부 커뮤니티에 편승하면, 생태계 전반의 다양성이 축소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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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마이크로서비스란 컨테이너보다 한차원 더 높은 플랫폼에 있어선 마이크로소프트의 의지는 남아있다. 최근 선보인 '애저 서비스 패브릭 메시(Mesh)'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남은 의지를 보여주는 단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에 대한 투자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그 투자 지점이 어디로 바뀔 지, 기존 핵심 기술 R&D 투자에 얼마나 역량을 유지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