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SK텔레콤 MNO(이동통신) 사업 부서는 유난히 바쁜 1년을 보냈습니다. 요금제, 약정할인, 로밍, 멤버십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 서비스'를 잇따라 내놨기 때문입니다.
17일 해외 로밍 데이터 무료 통화를 발표하면서 SK텔레콤은 올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던 '8대 고객가치혁신' 도입을 마쳤습니다.
8대 혁신에는 박정호 사장의 의중이 반영됐습니다. 지난 2월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2018'에서 박 사장은 "MNO에 극심한 변화를 요구했다"며 "가치를 주지 않는 낙전수입은 과감히 걷어내 가입자에 돌려주라고 했다"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로밍의 문제점을 강조했죠. "해외 데이터, 통화 이용에 대해 인터넷 사업자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하겠다는 논의 없이 어정쩡한 상황에서 MNO 사업자들이 욕을 먹고 있다." 데이터 통화 앱, 메신저 앱 등보다 못한 로밍 서비스의 현실을 짚어낸 지적입니다.
SK텔레콤이 올해 선보인 8대 고객가치혁신은 다음과 같습니다. 로밍 관련 서비스가 3개나 됩니다.
▲무약정 가입자 포인트 지급&선택약정 위약금 구조 개선
▲최적 요금제 제안 시스템
▲통화·데이터 로밍 요금 인하&과금 체계 변경
▲멤버십 연간 할인 한도 폐지
▲플래그십 폰 대여 제도 'T렌탈'
▲신규 LTE 요금제 'T플랜'
▲괌 사이판 전용 로밍 상품 'T 괌·사이판 패스'
▲T전화 해외 데이터 요금 면제
이 중 업계, 소비자의 반응을 종합해 이름값 하는 혁신과, 애매한 혁신, 그렇지 못한 혁신을 분류해봤습니다.
■약정·로밍 과금 개편, 낙전수입 확실히 줄였다
8개 안 중, 경쟁사 관계자가 반짝였던 혁신으로 가장 먼저 지목한 것은 지난 3월 도입된 약정 제도 개편이었습니다.
특히 선택약정할인 제도에 대한 합리성을 크게 높인 점을 평가했습니다. 기존 제도에서 약정을 오래 유지할수록 오히려 위약금이 증가하던 것을, 약정 기간 절반을 채우고 난 이후에는 위약금이 감소하도록 조정했죠. "고객의 실질적 애로사항을 해소해 비용 부담을 줄인 개편이었기에 정말 혁신적으로 느껴졌다"는 평입니다.
경쟁사인 KT도 지난 9월 이 시스템을 채택했습니다.
이와 함께, 무약정 가입자에 대해서도 요금 납부에 활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같은 달 도입한 로밍 요금제 개편도 같은 의미에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음성 통화 로밍에 대해 기존 분당 과금 체계를 초당 과금 체계로 개선해 가입자가 이용한 통화량에 비례하는 요금을 낼 수 있게 됐죠. 현 시점에 이르러서는 해외 데이터 통화(MVoIP)가 지원됨에 따라 이 개편의 의미가 다소 퇴색되긴 했지만요.
데이터 로밍은 요금을 기존 1MB 당 4천506원(패킷 당 2.2원)에서 563원(패킷 당 0.275원)으로 87.5% 인하하고, 일 데이터 상한을 5천원으로 했습니다. 가입자가 해외에서 무심코 앱을 업데이트하는 등의 실수가 발생해 '과금 폭탄'을 맞게 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개편안들은 자사 가입자의 불만을 합리적으로 해소해주기 위한 SK텔레콤의 고민이 엿보였습니다. 이용자가 기꺼이 지불할 의사가 없는 비용은 걷지 않겠다는 결단이 보입니다.
■ 아쉬움 남는 괌·사이판 로밍&멤버십 개편&요금제 추천제
취지는 좋게 평가할 수 있지만, 파급력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남는 '혁신'도 있었습니다.
도입된 순서대로, 최적 요금제 제안 시스템부터 짚어볼까요. 이 시스템은 가입자 유형을 480가지로 나눠 최적의 요금상품울 추천한다는 것이 핵심인데요. 이후 7월 출시된 LTE 요금제 T플랜 5종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남습니다.
최적 요금제 제안 시스템을 내놓을 당시에는 소비자가 알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요금제와 부가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효용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T플랜 5종으로 요금제가 단순화되면서 가치가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앞서 박정호 사장이 2월 MWC 2018에서 "고객이 실감할 수 없는 어려운 요금제 대신 옷 사이즈처럼 '라지, '스몰' 등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요금제 개편을 시사했던 것을 감안하면 최적 요금제와 T플랜 5종의 출시 순서가 바뀌었으면 어땠을까요.
멤버십 연간 할인 한도 폐지는 가입자에게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같이 도입된 'T데이' 행사도 가입자가 매달 다양한 할인을 이용할 수 있죠.
다만, 많은 소비자들이 할인 포인트가 남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통 큰 멤버십 제도가 도입됐다면 더 반가웠을 일입니다.
괌·사이판 로밍 상품의 경우 SK텔레콤이 현지 이통사에 350억원을 투자하는 등 전략적 제휴를 통해 개발했습니다. 비싼 로밍 요금 대신 국내와 같은 요율로 데이터, 음성을 이용하고, 여러 가지 멤버십 할인도 즐길 수 있습니다. 별도 신청 없이도 해당 지역에 방문 시 바로 이용이 가능합니다.
괌, 사이판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긴 하지만, SK텔레콤의 혁신을 더 많은 소비자가 체감하려면 보다 많은 지역으로 확대되길 바랍니다.
■ 지각 출시로 빛 바랜 'T플랜'·'해외 데이터 통화'
부족한 혁신도 있었습니다. 고객가치혁신이란 이름을 달고 출시됐지만, 오히려 '낙전수입(?)'을 가져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T렌탈은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전략 스마트폰 구입 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월 8천원~1만5천500원의 할인을 제공하는 대신, 약정 기간이 끝나면 단말을 반납해야 합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2년 약정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총 19만2천원~37만2천원의 할인이 제공됩니다.
쉽게 말해, 소비자가 SK텔레콤에 중고 단말을 2년 뒤 넘기기로 약속하고 할인을 받는 것이지요. 따라서 할인금액이 2년 뒤 중고폰 시세보다 커야 소비자는 이득입니다.
2년 전 전략 스마트폰의 시세를 통해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초이스에서 제공하는 중고폰 시세 조회 서비스에 따르면, 출시 2년을 채워가는 갤럭시S8의 경우 최저 등급 매물의 가격이 35만1천원입니다.
똑같지는 않겠지만 SK텔레콤은 갤럭시S9에 대한 2년 약정 T렌탈 할인 총액으로 18만원을 책정했습니다. 소비자는 2년 뒤 갤럭시S9의 중고폰 가격이 18만원 이하여야만 구매하는 것보다 렌탈이 유리해지는 것이죠.
T플랜은 3사 중 가장 늦게 출시됐습니다. SK텔레콤 만의 가족결합 장점이 돋보이긴 했지만 지각 출시되면서 타사 요금제에 대응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었죠. SK텔레콤이 주도한 혁신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마지막으로 어제 선보인 해외 무료 통화입니다. SK텔레콤이 "세계 최초"라는 표현까지 거론하며 서비스 경쟁력에 자신감을 나타냈습니다.
그럼에도 '부족' 평점을 매긴 이유는 역시 지각 출시로 빛이 바랬기 때문입니다.
이미 인터넷 메신저를 통한 통화 앱은 수년 전 등장했습니다. 또 로밍 대신 저렴한 가격을 이유로 포켓 와이파이나 현지에서 유심 등을 구입해 사용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물론 이통사 입장에서는 수익 감소와 카니발리제이션이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또 경쟁사들은 아직 출시조차 못한 상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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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성화되는 모바일 서비스 생태계 흐름에 맞춰 데이터 중심의 통신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소비자, 콘텐츠 업계, 이동통신 업계 모두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법이었다는 것을 늦게 깨달은 탓이죠.
때문에 늦었지만 SK텔레콤이 카카오톡 등 데이터 통화 앱 서비스보다 편의, 통화 품질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한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