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블록체인이 실생활에 쓰이지 않으면 블록체인 경제가 다 무너질 것이라 생각한다"(신현성 티몬 의장 겸 블록체인 결제 시스템 테라 대표)
"이쪽(블록체인)에서 굉장히 많은 활동이 일어나고 있는데, 내가 과연 쓰고 있는 게 뭔가 생각해 보면 없다. 이런 의구심을 해결하려면 일반인들이 쓰는 서비스가 나와줘야 한다"(한재선 카카오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 대표)
올해 블록체인 업계에는 '일반 사용자가 실생활에서 쓰는 블록체인 서비스가 나와야 한다'는 과제가 주요 아젠다로 부상했다.
이런 요구에 따라 송금, 결제, 게임, 커뮤니티, 공유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이 접목된 탈중앙화애플리케이션(디앱·dApp)이 개발됐고, 내년 대거 정식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내년부턴 본격적으로 블록체인이 실생활에 파고들 것이라 전망되는 이유다.
이들 디앱들은 블록체인 기술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취하면서, 사용자가 개인키 같이 복잡한 블록체인 기술을 몰라도 쉽게 쓸 수 있도록 사용성과 편의성을 높여 사용자를 끌어 모은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더불어 디앱을 뒷받침하는 인프라인 '플랫폼 블록체인(메인넷)'이 성능문제를 상당부분 개선해, 트래픽이 몰려도 원활한 서비스 운영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일상에 스며들 블록체인 킬러 서비스는 무엇?
많은 전문가들은 특히 송금 및 결제, 게임 분야에 블록체인 킬러 서비스 등장을 주시하고 있다.
암호화폐를 이용한 송금은 블록체인 서비스 중 가장 확실한 사용사례로 꼽힌다.
암호화폐는 지갑 주소만 있으면 국경에 구애 없이 자유롭게 개인 간 전송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암호화폐 지갑은 복잡한 주소와 개인키 때문에 일반 사용자들이 쓰기 다소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최근 등장한 암호화폐 지갑은 간편송금 서비스 같은 쉬운 사용자경험을 탑재해, 주목받고 있다. 루트원소프트가 만든 비트베리가 대표주자다.
비트베리는 카카오계정으로 로그인하고,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통해 다양한 암호화폐를 송금할 수 있게 했다. 최근엔 해외 외국 사용자도 이용할 수 있도록 구글 계정 로그인을 추가했다.
토큰 이코노미가 작동하는 모든 디앱은 암호화폐 송금 기능이 필수적으로 필요한 만큼, 암호화폐 지갑이 발전함에 따라 디앱 사용성 향상도 기대된다.
비트베리는 역시 외부 서비스가 API(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를 통해 암호화폐 지갑을 연동할 수 있는 '기업용 비트베리 API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내년 초 정식 버전을 출시할 예정이다.
암호화폐를 이용한 결제 서비스는 기존 신용카드 방식보다 수수료를 낮추고, 사용자들에게 추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산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 분야 대표주자는 테라다. 우선 기존 신용카드 수수료(2~3%)보다 크게 저렴한 0.5%의 수수료만 내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또, 사용자가 늘어나는 만큼 할인 혜택을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구조라는 점도 이커머스 업체들이 테라 결제를 도입할 동기가 된다. 테라 코인을 결제에 쓰는 사람이 늘어나면 가격 안정을 위해 통화량이 늘리게 되고, 추가 발행된 코인은 다시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으로 돌려주는 구조다.
테라는 이미 티몬, 배달의민족, 야놀자, 한화갤러리아, 큐텐, 캐러셀 등 국내외 인기 이커머스 서비스와 결제 시스템 도입을 위해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사용자 기반이 수천만 명 이상이다.
블록체인이 접목된 게임은 아직 뚜렷한 강자는 없지만, 기대감은 가장 높은 분야다. 인터넷과 모바일이 처음 등장하고 확산을 이끈 서비스가 게임인 만큼, 블록체인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기대다. 또, 게임 내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는 게임 머니, 포인트 등이 암호화폐로 쉽게 전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넵튠, 게임엑스코인(GXC), 웨이투빗 등이 블록체인 기반 게임 분야에서 내년 본격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외에도 커뮤니티 서비스 (TTC프로토콜, 코스모체인), 헬스케어(메디블록, 휴먼스케이프), 공유경제(블루웨일, 위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접목한 서비스들이 출시될 예정이다.
■플랫폼 블록체인 진화...대기업 메인넷에 주목
디앱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네트워크 인프라인 '플랫폼 블록체인(메인넷)' 발전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블록체인은 네트워크 내 모든 노드가 동일한 데이터를 공유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대량의 트랜잭션이 발생했을 때 원활하게 처리하기가 어렵다는 태생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올해 이런 문제를 풀고자 하는 플랫폼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많이 시작됐다. 특히 내년에는 카카오, 라인, 두나무 등 대형 기업들이 만든 플랫폼 블록체인이 먼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플랫폼은 공통적으로 속도와 쉬운 사용성, 개발 편의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빠르고 안정적인 디앱 인프라를 제공하고, 디앱 개발사들이 개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개발 도구, 개발 환경도 지원해 블록체인 서비스 대중화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 블록체인 클레이튼은 1초 안에 블록생성부터 확정(트랜잭션이 취소되지 않는 상태)까지 이뤄지도록 성능을 개선한 게 특징이다. 이를 위해 합의가 필요한 작업은 책임감이 강한 서비스 사업자들로 이루어진 합의 노드(CN)에서 처리하되, 합의에 대한 요청과 결과 확인은 일반에 공개된 레인저 노드(RN)도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채택했다.
클레이튼은 지난 10월부터 제한된 파트너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넷을 운영하고 있다. 메인넷은 내년 상반기 정식 오픈될 예정이다.
현재 동영상스트리밍 서비스 왓챠가 주도하는 콘텐츠 프로토콜, 요리 레시피 앱 해먹남녀의 힌트체인을 포함해 18개 디앱이 클레이튼 파트너로 참여를 확정했다. 이들 서비스는 내년 클레이튼 메인넷 출시에 맞춰 상용화 서비스를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내년 1월 출시를 목표로 루니버스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두나무는 루니버스를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으로 정의한다. 디앱 개발에 필요한 네트워크 노드 구축부터 토큰 발행까지 모두 루니버스 플랫폼에서 서비스로 형태로 제공하겠다는 얘기다. 아마존웹서비스(AWS)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가 앱 개발에 필요한 인프라와 개발 생산성 도구를 모두 제공하는 것과 비슷하다.
박재현 두나무 블록체인 연구소 람다256 소장은 "루니버스를 출시하는 배경에 대해 "디앱 개발자들이 본연의 서비스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궁극적으로 일반 유저들이 매일 쓰는 디앱이 나오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루니버스는 현재 80여 개 이상의 업체와 파트너 체결을 논의 중이다.
개발 플랫폼을 지향하는 만큼, 디앱 업체에 블록체인 요소 기술을 제공하는 '솔루션 파트너'도 확보하고 있다. 탈중앙화 거래소 올비트, 암호화폐지갑 비트베리, 플랫폼 블록체인 아이콘, 게임 특화 블록체인 플랫폼 매그니스 등이 참여한다.
디앱 파트너로는 국내 여가 플랫폼 '야놀자'가 눈에 띈다. 블록체인 전문 개발사 키인사이드가 루니버스 위해서 여행레저 통합 리워드 플랫폼을 구축하는데 야놀자가 합류하기로 했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도 블록체인 플랫폼 링크체인을 내년 업그레이드해 선보일 예정이다.
라인은 암호화폐 링크가 단일 코인으로 쓰이는 디앱 생태계 구현에 방점을 찍고 있다. 단일 코인 링크로 거대한 토큰 이코노미(기여도에 따라 암호화폐로 보상받는 경제 시스템)를 작동시켜, 사용자에 혜택을 돌려주고, 서비스 충성도를 높이는데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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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체인은 각 디앱이 체인을 분리해서 운영해 처리 성능을 높이면서, 체인과 체인 간 가치나 정보가 서로 교환될 수 있도록 아키텍처(구조) 업그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버전과 구분해 업그레이드된 구조의 체인은 '릴레이어'버전이라고 부르며, 내년 메인넷을 공개할 예정이다.
현재 라인은 프라이빗 형태로 운영되는 블록체인 위에서 자체 디앱 2개(포캐스트, 위즈볼)를 올리고 일본에서 서비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