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3C TAG, 웹표준 중복·비효율 없애는 역할"

[인터뷰] 한국·아시아 첫 TAG 멤버 문상환 씨

컴퓨팅입력 :2018/12/16 10:48    수정: 2018/12/17 20:52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W3C) 표준은 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가능하면 같은 일을 하는 표준을 여러개 만드는 것보다 단일한 표준을 갖고 일하는 게 효율적이다."

민간 웹표준화단체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W3C)의 테크니컬아키텍처그룹(TAG) 활동을 하고 있는 문상환 씨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 2월부터 TAG 참여자(participants)로 활동하면서 W3C 표준 검토와 한국 등 아시아지역 회원사의 표준화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TAG는 2001년부터 W3C에 있었다. W3C의 다양한 웹기술 표준을 '서로 잘못 꼬이지 않게' 만드는 기술자문가 집단이다. TAG 참여자 10중 6명이 선거를 통해 선출돼 2년간 활동한다. 이밖의 4명 중 1명은 웹 발명자인 팀 버너스 리 W3C 디렉터고, 그가 나머지 3명을 '임명'한다.

지난해 TAG 참여자가 된 문상환 씨도 선거를 통해 선출된 기술전문가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지역 안에서 최초 사례다. 구글의 알렉스 러셀(Alex Russell), 마이크로소프트(MS)의 트래비스 릿헤드(Travis Leithead), 2명이 당시 그와 함께 선출된 TAG 참여자들이다.

이 3명의 TAG 참여자 임기가 내년 2월 만료된다. 이에 따라 W3C 자문위원회의 연례 TAG 참여자 선거가 진행 중이다. 현재 활동중인 3명은 재선 후보로 등록되고, W3C 회원사가 추천한 새 후보도 등록될 수 있다. 지난달 추천 기간이 끝났고 이달 초부터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TAG 참여자 선거는 웹기술을 다루는 여러 민간 기업과 기술 전문가 등의 이해관계에 중요한 이벤트다. 누가 TAG 참여자로 선출되느냐에 따라 특정한 새 웹기술이 다른 표준과 조율되고 전체 '웹 아키텍처'에 맞물려 돌아갈지를 좌우할 수도 있다.

전체 기술산업 시장에서 웹의 기능과 역할이 끝없이 확장되고 있는만큼, TAG의 역할도 점점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투표는 내년 1월3일까지 진행된다.

문상환 씨는 인터뷰를 통해 일반적인 TAG의 주된 역할과 활동 성격, TAG 참여자 선거가 진행중이란 점, 선거가 산업계에 중요한 이유, TAG 참여자로서의 경험, 웹기술 생태계 안에서 최근의 관심사, W3C 회원사나 웹 기술을 활용하는 업계인들을 향한 당부의 말 등을 남겼다.

2017년 2월부터 W3C TAG 멤버가 된 문상환 씨. 한국·아시아 지역 기반 멤버는 그가 첫 사례다. 그는 현재 한국의 컴퓨터비전기술 전문 스타트업 오드컨셉 기술이사로 일하고 있다.

문상환 씨와 주고받은 문답을 아래에 정리했다.

■ "웹표준 다루는 수많은 개발자, 더 효율적으로 일하도록"

- 웹표준화단체 W3C 내의 TAG란 무슨 조직인가

"TAG는 웹을 하나의 SW로 보고, 그 SW의 아키텍처를 설계하는 집단이다. W3C에서 생산된 모든 표준을 리뷰한다. 기술적인 중재 역할을 한다. W3C가 아닌 다른 그룹에서 웹보다 먼저 좋은 표준을 만들어 놨다면, 그 쪽이 표준화한 걸 W3C에 가져와 쓸 수 있도록 요청도 한다.

표준간 중재나 타 그룹 요청은 예를 들어 W3C안의 그룹간 서로 다른 규격의 표준을 들고 왔을 때, 또는 자바스크립트를 표준화하는 ECMA같은 타 표준화그룹에서 가져온 걸 써야 할 때. 노드JS(Node.js) API와 W3C API를 통합 API 플랫폼으로 통일한다든가 하는 작업도 있다.

요컨대 W3C 규격(spec)을 활용하는 개발자와 벤더들이 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역할이다. 수많은 똑똑한 사람들에겐 가능하면 같은 일을 하는 표준을 여러벌 만들어내는 것보다 단일한 표준을 갖고 일하는 게 효율적이니까."

- TAG 참여자로서의 본인의 역할을 설명한다면

"API 설계와 전반적인 감수를 맡고 있다. 하드웨어와 미디어 관련 API에 초점을 맞춰 활동했다. 과거 브라우저개발회사 오페라 소속이었는데, 당시 TV용 브라우저 엔진을 다루는 업무를 했던 경험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TAG라는 그룹의 역할 자체가 전반적인 웹표준 기술을 보기는 봐야 하는 성격을 띤다. 그래서 HTML, 웹컴포넌트(Web Components), 보안 등 핵심 웹표준 기술도 함께 본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의견이 있어도 영어로 잘 표현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W3C 회원사들로부터 나온 의견을 듣고 (TAG 회의에서) 영어로 소통하는 다리(bridge) 역할도 한다."

- TAG 참여자들의 역할이 왜 중요한가

"요즘 W3C 표준을 만드는 분과 활동간에 기술적인 가이드를 필요로하는 경우가 많다. 그 쪽에서 필요로하는 자문을 제공할 수 있는 집단이 TAG다. TAG는 분과의 요구를 받아 해당 표준에 피드백을 해주기도, 관심사에 따라 직접 찾아가 의견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TAG 인원은 제한돼 있다. TAG가 전반적으로 보더라도 각 멤버는 결국 자기가 (발전하길) 원하는 분야, 웹 표준에서 필요한 분야가 어디냐, 미디어냐, 접근성이냐, 이런 식으로 관심사가 있다. 그러면 각 분과에는 해당 표준에 관심을 갖고 끌어줄 멤버가 있는 게 유리하다."

- 표준화 과정에 TAG의 도움이 부족하면 어떻게 되나

"각 표준 규격이 웹이라는 전체 플랫폼과 전반적으로 잘 붙어 있어야 하는데, TAG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 따로 놀 수 있다. 웹RTC 표준이 그랬다. 각 표준의 편집자(editor)도 이런 리스크를 상쇄, 완충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필수(의무)가 아니다.

표준을 맡고 있는 편집자마다 성향이 다르다. 정말 편집자 역할만 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경우 표준화그룹에서 나온 결과를 규격에 집어넣기만 하는 사람도 있다. 또 웹표준은 워낙 방대해 그 범주의 규격을 다 소화할 사람은 드문데, 애초에 그걸 해야하는 집단이 TAG다."

- 왜 한국·아시아권 TAG 멤버가 희소한가

"일단 관심 문제 같다. 대부분 개발자에게 웹은 업무를 위한 툴이니까. (표준을 신경쓰기보단) 그렇게 접근하는 이들이 많다. 웹표준에 관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관심을 갖는 특정한 표준 하나만을 본다.

전체 지형을 다 보는 사람은 원체 드물다. 그러긴 어렵다고 생각한다든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나는 웹에 대해 그 이상을 생각하고자 한다. 나는 웹이 더 잘 되길 바라는 게 있어서, 인생의 10년 이상을 웹에 바쳤지만.

언어적 장벽도 작용할 것이다. 활동을 하려면 기술력이 좋아야 할뿐아니라 영어도 해야 한다. W3C에선 굉장히 똑똑한 사람들이 영어로 빠르게 말한다. 그걸 소화하고 이해해 반론까지 해야 하는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 "웹으로 딥러닝 가능해지지 않을까 기대"

- 그간 TAG 활동 중 기억에 남는 사례는

"한국에서 LG전자가 제안한 '스페이셜내비게이션(spatial navigation)' 표준화, 일본에선 소니가 요청한 게임패드(입력장치) 관련 규격의 초기작업 등에 관여한 것 등. 제안이나 요청한 쪽의 의견을 듣고, 그들과 W3C 커뮤니티 안에서 다른 사람들을 연결시켜 주는 역할도 했다."

- LG전자 스페이셜내비게이션은 어떤 표준인가

"웹앱을 개발할 때 TV리모컨을 쓸 수 있게 해 준다. 콘텐츠의 포커스를 움직이거나 API로 내비게이션 방향을 정하는 식으로. 웹브라우저 벤더에겐 관심이 작겠지만, 실제 TV 제품을 만드는 LG전자엔 의미가 크다. 리모컨만으로 TV에서 웹콘텐츠 접근이 가능하게 만들어 주니까."

- 아직 개발되고 있는 웹표준 중 관심이 가는 부분은

"구글이 웹 영역에 네이티브 수준의 API를 올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프로그레시브웹애플리케이션(PWA)은 그 밑바닥 작업이다. PWA는 단지 오프라인 구동이 아니라, 순수 웹기술만으로 앱개발을 가능케 한다는 게 핵심이다. 미래 웹의 방향에 의미가 크다.

웹에서 딥러닝 모델을 쓸 수 있게 해주는 표준(Web Neural Network API)이 제안돼 있다. 웹GL(WebGL) 손주뻘 표준인 웹GPU(WebGPU) 표준도 개발중이다. 웹GPU는 기존 웹GL의 잘못된 설계를 바로잡았고, 컴퓨팅까지 가능해 이걸로 딥러닝이 가능하지않을까 기대되고 있다.

■ 2019년 2월부터 활동할 TAG 3인 선거 투표 진행중

- 그간 어떻게 TAG 활동에 참여하게 됐는지

"나는 선출된 TAG 멤버다. W3C 회원사들이 투표를 해서 멤버 일부를 선출한다. 이 그룹은 전체 10명인데, 그중 1명은 팀 버너스 리 의장이다. 그리고 그가 직접 3명을 TAG 멤버로 지명한다. 나머지 6명을 시기별로 몇 명씩 선거를 통해 선출하는데, 나는 그 중 하나다.

2016년 12월 진행된 선거를 통해 선출됐고, 지난 2017년 2월부터 활동해 왔다. TAG 멤버 임기는 2년이다. 내년 2월까지 활동할 수 있다. 지금은 재선 기간이다. W3C는 또 지난 11월 한달간 회원사들로부터 나를 포함한 선출 후보자 추천을 받았고, 12월 현재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TAG 선거 후보가 되려면 W3C 회원사 추천을 받아야 한다. 대상이 '기술적으로 역량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식으로. 추천된 후보가 반드시 회원사 소속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나는 오드컨셉(Odd Concepts) 소속이지만 2년전 아카마이(Akamai) 추천 후보로 참가해 선출됐다."

- W3C 회원사들과 웹 생태계 참여자들에게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은

"TAG 선거를 통해 멤버를 선출하는 방식은 브라우저 벤더 중심인 W3C에서 다양성을 보장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지금 웹표준을 활용하는 사람들에겐 이런 이슈가 고려되지 않지만, 웹 생태계 안에는 마이너리티의 목소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브라우저 벤더들이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해석하는 시장의 수요와 별도로 아시아에는 이러저러한 니즈가 있다는 것을 조율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뭔가 표준화되기 전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고치고, 다국어 지원도 고려하는 식으로 움직이게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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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W3C 회원사들이 독립적으로 표준화에 참여하고, 제대로 기여할 수 있는 흐름이 자리잡길 바란다. 그런 걸 시작하려면 프로세스나 접근방식에 가이드가 필요하다. 또 웹 전체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리고 공유해 줄 역할도 필요하다.

웹에서 부족하다고 느끼는 점들, 해결돼야 한다는 요소들이 있다면 TAG와 소통해 주기 바란다. 그런 것에 의미가 많다. 워낙 많은 애플리케이션 벤더와 유즈케이스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중 반복되는 이슈는 표준이 해결해 줘야 한다. 필요하면 트위터로 연락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