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이동통신 산업을 둘러싼 키워드는 통신비 인하 정책과 5G 상용화로 통한다. 5년마다 되풀이된 대선 공약 여파를 겪고 있지만 통신비 인하에 따른 영향은 어느 해보다 컸다. 5G 상용화 주니 과정도 이전 세대의 이동통신 기술 방식 변화와 큰 폭의 변화를 예고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통신비 인하 정책은 올해도 진행형이다. 각종 요금 인하 정책에 따른 수익성 감소는 누적되면서 더욱 커졌다. 선택약정할인율 상향부터 취약계층 요금감면은 새 정부 계획대로 이뤄졌고, 정부의 보편요금제 법안 도입은 이통사의 대대적인 요금제 개편으로 이어졌다.
동시에 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위해 숨가쁜 일정을 달려왔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정부와 국내 이통사의 목표에 준비 일정은 촉박해졌다. 이에 따라 올 한해 설비구축 제도 개선부터 주파수 공급 계획과 경매가 일사천리에 이뤄졌다. 이후 장비 선정과 조기 망구축, 기업고객 대상 서비스 상용화까지 완료했다.
가계통신비 부담 절감이라는 새 정부의 정책 의지는 완고했다. 5G 통신 상용화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인프라를 꾸리겠다는 정부의 뜻도 흔들림이 없었다.
이통사의 수익 감소와 대규모 투자를 동시에 꾀한 셈이다. 두 마리 토끼를 한 손에 잡기보다 어려울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한해 동안 두 가지 일을 마친 이동통신 업계는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여러 가지 문제를 겪어야 했다.
■ 이동통신 산업 수익 곤두박질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주력 사업은 단연 LTE를 비롯한 무선사업이다. 회사 전체 매출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다.
통신비 인하 정책 여파는 무선사업 성과를 직접적으로 깎아내렸다. 지난해 9월 상향된 25% 선택약정할인율의 영향이 가장 두드러졌다. 약정할인율 상향 효과는 누적돼 나타난 반면 취약계층 요금감면은 시행 직후 곧장 분기 실적을 악화시켰다.
실제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SK텔레콤의 무선사업 매출은 단 1년만에 8.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이통 3사 평균 매출 감소는 5.8%에 달했다.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의 하락은 더욱 두드러졌다. SK텔레콤은 최근 발표된 실적인 3분기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8.8% 급감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6.5%, 9.5% 감소했다.
지난 1년여 간 무선사업의 부진은 지속됐지만, 통신비 인하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민간회사의 서비스 요금을 정부가 법으로 정하고 2년마다 뜯어고치겠다는 보편요금제는 끝내 국회로 돌아갔다. 헌법을 위배하는 요소가 많은 터라 국회 내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기는 어려웠다.
특히 이통 3사가 보편요금제가 제시한 음성 통화량이나 데이터 제공량을 상회하는 요금제를 내놓으며 약 4년만에 LTE 요금제 재개편을 단행했다. 보편요금제 도입 명분이 사라진 셈이다.
하지만 국회는 국정감사 과정에서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다시 꺼내들었다. 지난 19대 국회부터 법안 발의만 거듭되고 국민의 이목이 쏠린 국정감사 시기에만 다뤄지는 단골 소재다. 수년전 논의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논쟁만 일으키는데 그쳤지만, 소비자의 혼란만 키웠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이밖에 일부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들은 30% 선택약정할인율이나 보편요금제 도입을 주장키도 했다. 법에 정해진 약정할인율 산정 방식도 무시하고 소비자 편익을 더욱 줄어드는 요금제가 필요하다는 억지 주장까지 난무한 셈이다.
■ 숨가쁜 5G 상용화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5G 통신 상용화를 앞두고 이통사의 수익은 급감했다. 수익성이 계속 떨어졌지만 5G 상용화를 위한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빨라졌다.
새해 초 이동통신 3사 CEO의 첫 행보는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의 회동이었다. 당시 유영민 장관은 이통사 CEO와 만난 자리에서 필수설비 공동활용 공동구축 화두를 꺼냈다. 5G 설비구축을 앞당기기 위한 제도 개선 의지부터 내비친 것이다.
한달여가 흐른 뒤 이통사 경영진과 유영민 장관은 글로벌 통신업계가 모인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다시 모였다. 다른 나라의 5G 준비상황을 보고 세계 최초 상용화를 위한 논의를 재차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필수설비 제도 논의 개선이 한창인 가운데 정부는 5G 상용화를 위한 또 다른 행보를 이어갔다. 이동통신에 필수적인 주파수를 공급하기 위한 제도적 기틀부터 마련했다.
지난 5월 확정된 5G 주파수 할당계획의 준비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5G 글로벌 표준이 만들어지기 앞서 글로벌 조화를 고려한 주파수 대역을 골라야 했다. 공공기관이 이미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와 혼간섭 등 기술적인 준비도 빠른 시일 안에 마쳐야 했다. 총량제한 또는 균등배분 등의 할당방식을 두고 이견도 정리해야 했다.
주파수 할당계획 공고 이후 한달여 뒤 시작된 주파수 경매도 숨가쁘기 진행됐다. 최종 낙찰가 3조6천억원에 달하는 만큼 이통 3사는 치열한 눈치 싸움 이후 경매 이틀차에 자존심보다 실리, 주파수 양보다 질을 선택하는 결과를 보였다.
5G 주파수를 확보한 이통 3사는 12월 첫 전파 송출에 앞서 망 구축이라는 본격적인 상용화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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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구축에 앞서 5G 장비 벤더 선정이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당초 내년 3월 5G 스마트폰 출시에 맞춰 상용 서비스 개시를 계획했지만, 모바일 라우터 서비스로 상용화 시기를 올해 12월로 앞당겼다. 예상했던 일정보다 세달여 빠르게 장비를 공급받고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장비 선정을 완료한 이통 3사는 지난달 5G 주파수 첫 대가를 납부하고 이달 1일 자정을 기해 기업고객 대상 5G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했다. 약 1년 만에 수익성 부진이라는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 여기까지 달려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