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두 곳이 국내에 설립된 지 1년 여가 흘렀다. 정부는 국내은행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자들의 은행 소유 지분 제한을 풀어주는 은산분리를 단행하고, 내년에는 또 다른 인터넷전문은행을 인가할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리, 모바일 뱅킹의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이 은행업계를 바꿔놨다고 판단한 셈이다. 지디넷코리아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혁신을 꾀한 플레이어를 직접 만나 인터넷전문은행 개설을 준비 중인 기업에 영감을 줄 수 있도록 '인터넷전문은행 혁신 플레이어를 만나다'를 세 편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주]
케이뱅크의 해외송금 서비스는 지난 11월 1일 금융의날에 금융위원회로부터 금융 혁신공로 표창을 받았다. 복잡한 해외송금 절차를 간소화했다는 점에서 고객 편의를 대폭 확대했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지난 4월 케이뱅크가 선보인 해외송금 서비스는 송금 국가와 금액, 받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의 정보만 입력하면 된다. 이 정보만 입력하면 해외 계좌가 해당 국가 계좌체계와 맞는지, 해당 은행의 지점 주소 정보를 자동으로 불러와준다. 실생활에서 생소한 해외 은행명과 주소,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코드 등을 직접 입력하지 않아도 돈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이 배경 뒤에는 기술로 절차를 단순화하고 고객 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해외송금의 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인 케이뱅크의 사업전략팀의 해외송금파트 성종현 파트장·최석민·이가영 매니저를 최근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케이뱅크 사옥에서 만났다.
■ 핀테크 요소 담아…수십만~수백만개 글로벌 은행 정보 DB화
해외송금에 대해 성종현 파트장은 '금융서비스가 아니다'라는 파격적인 관점을 제시했다.
성종현 파트장은 "해외송금을 금융서비스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돈이라는 물건을 해외에 있는 누군가에게 배송하는 관점으로 봤다"며 "물건을 사고 결제하고, 배송지를 정하고 배송과정을 추적하는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을 우리가 해보자는 얘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반 금융서비스에 비해 해외송금은 고개들이 복잡하기 때문에 압박감을 많이 느낀다. 스위프트 코드는 사실 안해봤다면 생소한 개념"이라면서 "이것을 바꿔나가는 과정이 해외송금을 혁신하는 주요 포인트라고 잡았다"고 했다.
성 파트장은 "일반 계좌이체가 떠오르더라. 이체할 때 이체하는 은행의 주소와 받는 사람의 전화번호, 주소를 몰라도 된다. 받는 은행과 계좌번호만 알면 되지 않나"면서 "하나라도 제거해보자는 얘기가 나왔고 최석민 매니저와 논의하면서 그방법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인터넷전문은행에서 기술을 넣어 핀테크적인 색깔을 담아가는 것이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케이뱅크는 해외송금의 과정을 줄이고자 송금 가능 국가의 은행 주소와 스위프트 코드를 체계화했으며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었다. 고객들이 해외 은행의 주소와 코드를 검색하고 입력하지 않아도 된 것이다. 케이뱅크에서 해외 송금이 가능한 18개국(미국·캐나다·호주· 뉴질랜드·영국·독일·프랑스·싱가포르·홍콩·오스트리아·아일랜드·벨기에·핀란드·이탈리아·네덜란드·스페인·포르투갈·룩셈부르크)인데, 수십만개에 대한 정보를 내부시스템에 녹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과정 중에서 최석민 매니저는 "프랑스 은행 데이터를 모으는게 가장 힘들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지점의 이름을 보면 해외송금이 가능하다 등을 유추할 수 있는데 프랑스는 그렇지 않더라"라며 "호주랑 뉴질랜드, 캐나다의 은행 정보를 분류하는게 정말 명쾌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이가영 매니저는 "기업들의 외환을 다루는 곳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다. 개인의 해외송금보다 액수가 훨씬 많다"면서 "스위프트 코드가 맞는지 확인하려고 세계 은행들의 스위프트 코드가 적힌 엑셀파일에서 일일이 검색해 검증 절차를 진행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 "기존 은행보다 강점? 기술에 대한 호기심"
이들은 케이뱅크의 최대 강점을 '기술에 대한 호기심'으로 꼽았다. 성종현 파트장은 "사업 초창기에 계획을 내자 '시도해봐라'라고 흔쾌히 수락받았다. IT에 호기심이 많아서 도전하는 것에 대해 내부 저항이 없다"고 설명했다. 성 파트장은 "기존은행은 저항감이 크다. 만약 이 같은 서비스를 내놓더라도 기능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것일 뿐이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최석민 매니저 역시 "금융선진국이라 꼽히는 스위스는 중국과 다르게 현금 사용률이 높다. 이미 덩치가 커져버린 상태라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느리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다"며 "시중은행도 의사결정이 느린 부분이 있다. 케이뱅크는 반면 속도가 빨라 언젠가 더 잘 되지 않을까 추측해본다"고 말했다.
■ 일본·중국까지 넓힐 것…안전 해외송금 목표
해외송금파트는 유학생 송금 등을 눈여겨 보고 있다. 아직 해외송금 서비스 커버리지가 아닌 중국과 일본의 서비스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도 논의 중이다. 성종현 파트장은 "케이뱅크에서 해외송금하는 게 역시 쉽고 편하다는 인식을 갖게끔 할 것"이라며 "하나를 잘해야 두 개를 잘할 수 있다. 다섯 개를 동시에 다 잘할 순 없다. 잘하는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또 해외송금을 더욱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자동화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지를 지속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성 파트장은 "현재 수취을 검증하는데 인력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이를 머신러닝을 활용해서 자동화할 수 있는지를 고민 중"이라면서 "자금세탁방지 리스크도 데이터가 쌓이면 인공지능을 접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내 은행 외에도 다양한 핀테크 업체들도 해외송금 서비스를 눈여겨 보고 있는 가운데, 성종현 파트장은 '안전성'을 케이뱅크의 최대 장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성 파트장은 "사업 초기에는 시행착오가 있긴 했다. 반송비율로 이를 따지는데 입력했던 정보나 시스템에 착오가 생겨 해외송금이 되지 않은 케이스였다"며 "지난 달 30일 기준으로 보니 반송비율은 1% 수준이었다. 즉, 99%가 문제없이 송금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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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현 파트장은 "보유하고 있는 사용자 경험을 지속적으로 차별화할 것"이라면서 "핀테크 업체보다는 케이뱅크에서 해외송금을 하는게 그래도 신뢰할 수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든 서비스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고객들이 신뢰와 서비스의 정확성으로 만족하면 은행의 최대 장점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