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시장이 수십조인데 클라우드 사업자 '빅투(big 2)'가 (매출) 수천억대인 걸로 안다. 공공부문을 제외하면 여전히 널리 쓰인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소비양상은 약간 달라졌다. 이제 게임, 스타트업, O2O 등 산업이 발전하면서 클라우드 소비 규모 자체가 크고 있다."
에쓰씨케이(SCK)의 이진철 상무가 지난 몇년새 국내 시장의 클라우드 소비양상이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서 1천개 이상 파트너의 구축형 솔루션을 팔던 IT유통사 SCK를 클라우드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에서 생존하고 성장할 방안을 찾고 실행하고 있다.
이 상무는 지난 2014년 하반기 SCK(당시 'SBCK') 영업3본부장 이사로 입사했다. 그는 2015년부터 구축형 시스템의 수요는 서서히 줄어들더라도 일정부분 남고, 점차 클라우드 도입을 실현할 수 있는 기술 및 컨설팅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 전망, 그에 맞는 전략을 실행해 왔다.
하지만 보수적인 국내 IT시장 전반의 경향을 극복하기 쉽지 않았다. 그는 1년반만에 전략을 수정했다. 레거시는 놔 두고, 특정 분야에서 서서히 커가는 클라우드 수요를 잡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추격 중인 마이크로소프트(MS)를 핵심 파트너 삼았다.
SCK는 MS 클라우드서비스프로바이더(CSP) 인다이렉트 파트너 자격을 갖춰 MS애저 클라우드서비스 채널 역할을 수행 중이다. 1년반전 신설된 '클라우드사업본부'의 주 임무다. 이 상무가 클라우드사업본부장을 맡아 회사의 클라우드 비전을 MS애저 기반으로 실현하고 있다.
이 상무는 MS애저 파트너로서 국내 리셀러 및 독립소프트웨어제공업체(ISV) 파트너와 함께 신흥 수요를 공략할 계획이다. 총판사로서 공동판매는 기본이고, 리셀러에 부족한 클라우드기반 솔루션 역량을 보완해 수익성을 높이고, 실질적인 소비유형을 발굴한다는 구상이다.
이 상무와의 인터뷰를 아래 문답으로 정리했다.
- 국내 클라우드 소비 확산이 글로벌 대비 늦은 편인가
"클라우드서비스 사업자의 (국내) 실적 수치를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다만 상식적으로 보면 이렇다. 한국 IT시장이 수십조인데 클라우드 사업자 '빅투'가 (매출) 수천억대인 걸로 안다. 공공부문을 제외하면 클라우드가 여전히 널리 쓰인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소비양상은 약간 달라졌다. 시장 초기에 클라우드를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 고민할 땐, 기존 IT인프라 영역을 전환하는 시장에 들어가기 힘들었잖나. 전사적자원관리(ERP)나 공급망관리(SCM)같은 업무를 클라우드서비스에 올리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 국내 추세는, 쓴만큼 지불하는(Pay as you go) 모델을 쓸 수밖에 없는, 그래서 클라우드서비스를 쓸법한 산업 자체가 발전했다. 대표적인 게 게임사다. O2O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도 많이 늘어났고. 실제 소비층이 다들 그런 비즈니스에 적용하고 있다.
우리는 먼저 (레거시 인프라, 프라이빗과 퍼블릭 클라우드를 모두 고려한) 하이브리드 인프라 수요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말이 좋았을 뿐이었다. 고객에게 하이브리드는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분리되는 상태로 비쳤다.
클라우드는 클라우드고 온프레미스는 온프레미스, 이런 한계가 있었다. 그걸 느끼기까지 1년반이 걸렸다. 전략을 바꿨다. 1년 반 전에 클라우드서비스를 맡을 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이후 MS애저에 집중해 왔다."
- IT유통사 관점에서 국내 클라우드 소비행태를 묘사한다면
"클라우드 트렌드 안에서 대형 솔루션 벤더의 장악력이 커졌다. 어도비가 대표적이다. (직접판매 창구) 다이렉트몰과 (간접판매 창구) 파트너를 다 클라우드 체제로 전환했잖나. 진정한 '유틸리티'가 됐고 그러면서 시장도 많이 확대했다.
MS는 말 할 것도 없고, 오토데스크도 풀 서브스크립션으로 넘어가고, 다른 해외 사업자도 마찬가지. 큰 곳이 더 커지는 듯하다. 아무래도 (유통) 파트너, B2B 셀러들 입장에서 좋은 그림은 아니다. 솔루션 소비 창구가 전엔 하나뿐이었는데 이제 여럿이라, 고민들이 많을 거다.
대형 솔루션 벤더가 자체 마켓플레이스를 도입했듯, SCK는 서드파티로서의 마켓플레이스 체제를 도입했다. 물론 서브스크립션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다. MS 오피스365, 오토데스크, 드롭박스같은 대형 벤더 솔루션을 우리 마켓플레이스에도 올렸다.
KT나 SK텔레콤같은 통신사업자도 기업고객 대상으로 비즈니스솔루션 유통창구를 운영한다. 이처럼 B2B 총판이나 리셀러들이 접근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해졌다. 클라우드와 맞물린 서브스크립션 소비흐름에서 고객에게 얼마나 가깝게 다가가느냐로 경쟁하는 것 같다."
- SCK의 클라우드사업본부 구성과 현황이 궁금하다
"클라우드사업본부 안에 '애저 사업부'와 '애저클라우드 팀'이라는 두 조직이 있다. 각각 민간부문과 교육부문 시장을 나눠서 클라우드서비스를 적용하는 사업을 수행한다. 전체 규모로 보면 (조직개편 전에 담당했던) 영업3본부 대비 운영 인력이 2배 가깝게 늘었다.
아직 공공부문 업무 인프라에 망분리를 적용해야 하는 등 제약이 엄격해 민간클라우드 도입이 쉽지 않았던 것처럼, 학교도 그렇다. 관련 정책이 확정적으로 다 나온 게 아니어서(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학교에는 비업무적으로 민간클라우드를 쓸 수 있는 작업도 많다.
사실 클라우드사업본부 밖에 공공시장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조직은 또 따로 있다. 그 팀은 물론 클라우드사업 관점이 아니라 전체 IT영역 관점에서 공공시장을 상대한다. 우리도 공공부문을 들여다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은 민간부문과 교육부문에 주력한다."
- MS클라우드 생태계 안에서 SCK의 역할이 뭔가
"SCK는 MS 클라우드 채널이다. MS 용어로는 CSP 인다이렉트 파트너다. MS 클라우드를 유통하고 싶어하는 리셀러가 있다 치자. CSP 인다이렉트 파트너가 하는 일은, 이 리셀러가 자기 고객에게 클라우드라는 밸류를 전달하면서 관련 역량 부족으로 생기는 간극을 메우는 거다.
그 리셀러가 MS 솔루션을 직접 고객에게 팔고 1대1 관계로 지원업무까지 책임질 수 있지만, 우리가 채널로서 줄 수 있는 가치가 몇 가지 있다. 첫째로 마케팅 지원이다. 리셀러가 자기 보유고객에게 클라우드 밸류를 전달하면서 고객과 처음 만나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둘째는 기술 지원이다. 구축형 솔루션 리셀러는 VDI, 네트워크, 서버 등 개별 영역을 특기로 내세울 수 있다. 하지만 클라우드는 기본적으로 DB, 네트워크, 서버 등을 함께 제공하는 복합모델이다. 복합적인 '테크니컬컨피턴시'가 부족한 리셀러에게 채널과의 협력이 도움이 된다.
셋째는 SCK의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리셀러들이 비즈니스를 다양한 파트너와 고객 대상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오토데스크 툴 리셀러는 제조, 건설, 미디어, 게임 업종의 렌더팜과 같은 인프라가 필요한 곳에 비교적 저렴한 클라우드 적용을 제안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SCK는 매니지드서비스플랫폼(MSP) 성격의 자체 플랫폼을 갖고 있고, 파트너들에게 이걸 제공한다. 측정, 과금 플랫폼이다. 리셀러가 고객에 제공한 솔루션을 얼마나, 어떻게 쓰고 있는지, 얼마를 청구할지 알 수 있게 해준다. 더불어 기술지원, 공동판매도 돕고 있다."
- 1천곳 이상 파트너들이 모두 발맞춰 움직이긴 어려울텐데
"일단 모두 MS애저 클라우드서비스 유통하는 리셀러 파트너로 등록은 돼 있다. 다만 활발히 움직이는 곳은 그 중 수십곳 정도다. 지금도 적은 편은 아니다. 활발한 파트너 수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그리고 MS 인다이렉트 파트너중엔 우리가 매출, 고객수 모두 1등이다."
- 올해 경험한 클라우드 수요를 기반으로 내년 어떤 전략을 가져갈지 얘기한다면
"글로벌 시장 놓고 보면 AWS는 연간 수십% 성장하고 MS는 거의 전년대비 2배 수준이 된 걸로 안다. 한국도 출발점이 다를 뿐 성장률은 그와 비슷하다고 본다. 우리 매출도 그에 연동하고 있다. 연초대비 연말 예상치를 보면 오히려 글로벌 대비 성장률이 높기도 하고.
내년 전략이라면 첫째로 내년에 클라우드 기반의 선도적인 활용사례를 늘리고 넓히는 게 먼저다. MS애저 서비스에 월단위로 사례가 수십개씩 올라온다. 블록체인이다 고성능컴퓨팅(HPC)이다 머신러닝이다 인공지능(AI)이다 그런 10가지쯤 범주가 있다. 이걸 넓히려 한다.
둘째로 우리가 지향하는 시장을 늘려야 한다. 물론 공공, 민간 모두 지향하지만 민간부문에서는 스타트업같은 조직 특성에 따라 특정한 유형의 클라우드 사용방식이 강한 영역이 있다. 그런 걸 발굴하는 게 목표다. 더불어 새로 팀을 꾸린 교육부문 영역도 강화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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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ISV와의 공동판매를 확대하려 한다. 단순 라이선스 판매할 때엔 (우리와 ISV의 관계에) 거리가 좀 있었지만 이제 B2B 커버리지를 보유한 곳과 협업이 중요해졌다. 우리 파트너 중 리타게팅, 디지털마케팅 전문 ISV가 있는데, 월마다 클라우드 고객을 몇 곳씩 만들어내고 있다.
클라우드는 정직한 비즈니스다. 모두 새로운 기회를 얻기 위해 쓴다. 빨리 테스트하고 민첩하게 움직이는 데 필요하다. 관건은 그런 모델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내느냐, 기술을 갖췄느냐, 많이 보급하느냐다.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유닉스로 잘 되던 일은 유닉스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