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하지 못하거나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들을 인공지능(AI)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 보조 역할을 하고 있다.
건축설계 분야에도 AI 기술이 접목되면서 계획 설계 때부터 용적률과 일조량을 계산해 보다 효율적인 건물을 짓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 같은 AI 기반 건축설계 솔루션을 가진 기업 중 하나가 바로 텐일레븐이다.
2014년 3월 설립된 텐일레븐은 AI 기반 건축 자동 설계 솔루션 ‘빌드잇’을 개발, 아파트와 빌라 등 주거 공간 위주의 계획 설계를 돕고 있다. 웹서비스로 제공되는 빌드 잇은 지도상에 간단히 폴리곤을 그리고, 건축에 필요한 여러 정보들을 입력하면 30분 내로 용적률과 일조량이 높은 조건대로 3차원 설계도를 그려준다.
보통 건축설계사가 하면 5일 정도 걸리는 업무를 1시간 내로 단축시켜주는 것이다. 특히 시간이 지남에 따라 햇볕이 드는 방향과 그림자가 어디로 지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다. 건축주는 이를 보고 건물 디자인과 위치 등을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설계할 수 있다.
텐일레븐이 주목하는 시장은 25조원에 달하는 국내 건축서비스 시장 중, 2조원 규모를 차지하는 건축 계획설계 시장이다. 이 중 AI 건축 계획설계 시장은 1천억원 정도로 파악되는데, 여기에서 텐일레븐이 선도 기업이 되겠다는 각오다.
이호영 대표가 수장을 맡고 있는 텐일레븐은 처음 게임 회사로 설립됐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 시장의 경쟁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때마침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가 발주한 ‘도시기상정보 3차원 가시화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지금의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게 됐다. 3차원 지형정보와 3차원 건물 모델링 정보를 바탕으로 풍향과 풍속에 따라 오염물질 정보를 파악하는 서비스를 개발했고, 이는 국제GIS학회 논문에 게재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텐일레븐은 여러 정부 과제 등을 수행하면서 용적률과 일조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건물 배치 자동 추천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술을 개발해냈다. 기존 일조량 분석 기법은 2차원 폴리곤을 생성한 뒤 건물을 구축하고, 건물의 층간을 분리한다. 그리고 지붕 등 외관을 모델링하고 창문 위치를 모델링 해야 한다. 끝으로 동호수를 직접 입력한다. 문제는 이 같은 작업을 위해서는 숙련된 모델링 전문가가 필요하고,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더구나 모의 영역을 설정하는 기능이 없어 모의 영역을 평지로 가정하고 시뮬레이션 하기 때문에, 또 주변 건물 정보를 고려하지 않아 시뮬레이션 정확도가 낮다.
반면 텐일레븐의 빌드잇은 AI 기술을 활용해 건물을 배치하기 때문에 일조시간이 연속 2시간 또는 총 4시간 이상이 안 되면 탈락한다. 여기에 사용되는 AI 기술은 생명체의 진화 과정을 모방한 ‘유전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두 부모의 유전자 중 하나를 무작위로 자식이 물려받은 뒤, 우월한 개체는 살아남고 열등한 개체는 도태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용적률과 일조량의 균형을 맞춘 건축 설계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 같은 작업은 전문가 없이도 30분 이내 가능하다. 일조량에 대한 파라미터만 입력하면 그에 맞는 최적의 건물 배치가 자동으로 제안된다. 또 원하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다양한 경우의 수로 제안해 건출설계사는 배치에 대한 설계안을 선택만 하면 된다. 3차원 지형공간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지형의 고도 값이나 건물의 높이 값이 적용된 정확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텐일레븐 빌드잇의 비즈니스 모델은 컨설팅 비용에 따른 수익화다. 무료회원에게는 고도의 기능은 제한되지만 면적 제한 없이 3번의 시뮬레이션을 제공한다. 이 고객이 컨설팅을 의뢰하면 정해진 기준에 따라 비용을 받는 방식이다. 또 다른 수익화 모델은 유료 연회원을 받아 포인트 차감 방식으로 면적에 따른 시뮬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주요 고객사는 한국감정원, LH SH 공사, 대형건설사, 건축설계사무소 등이 될 수 있다.
텐일레븐은 지난 9월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2018년 부동산서비스산업 창업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또 국토교통부 R&D 과제와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향후 3년 간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30억원 정도의 자금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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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일레븐은 정부가 추진하는 노후 주택 도시재생 사업에 빌드잇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하나의 성공사례로 발판 삼아 건축 계획설계 시장을 개척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추후에는 건물 설계 단계부터 벽, 구조물, 창 면적 등을 추출해 이를 건자재 유통업체로 넘기면, 유통업체가 현장에 납품해 조립만 하면 되는 구조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호영 텐일레븐 대표는 “국내 건축 계획설계 시장이 2조원인데, AI 건축 계획설계 시장이 1천억원이다. 이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며 “건축 분야에 IT 기술을 접목한 미국 회사인 ‘카테라’란 회사가 소프트뱅크로부터 1조원 투자를 받은 성공사례를 목표 삼아 텐일레븐도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건축 솔루션 회사로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