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통신구 화재를 계기로 ‘통신재난 관리체계 개선 TF’가 공식 출범했다. 연말까지 통신재난 대응체계 문제점을 점검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야심찬 출범에도 불구하고 앞길은 만만치 않다. 연말까지 한달 남짓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신재난 재발방지책과 신속한 대응을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하는데 촉박하다는 뜻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7일 오후 통신재난 TF를 구성, 정부 과천청사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TF 단장은 민원기 과기정통부 차관이 맡았다. 또 박윤규 전파정책국장이 제도개선반장, 이영미 중앙전파관리소장이 실태점검반장 역할이 주어졌다.
회의 첫날부터 정부 예산보다 민간 통신회사에 재원 부담을 전가하는 식의 대책이 나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실태점검 계획, 재발방지책을 한달 만에?
TF는 앞으로 제도 개선과 실태점검 쪽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정부의 통신시설 재난관리 등급체계 개선, 사고유형 별 대응 매뉴얼 마련, 재난발생 시 우회로 확보 등 통신사 간 사전 협력체계 구축 등 통신시설 안전관리 강화를 제도적 개선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실태점검은 예상된 수순이다. 당장 화재가 발생한 KT 아현지사 같은 D등급 국사도 정부의 점검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실태점검과 함께 제도 개선에 무엇보다 이목이 쏠린다. 통신재난 재발 방지책과 발생 시 대응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를테면 500미터 미만 통신구에도 화재방지 시설을 설치하도록 관련 제도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KT 아현지사 통신구가 150미터 미만이라 소방시설이 충분치 않았다는 지적을 받은만큼 제도 개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이밖에 재난관리 등급체계 개선, 대응 매뉴얼 마련, 우회로 확보 등의 제도 등도 이참에 손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내 대응책 마련이란 목표 때문에 일정에 쫓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 제공은 무엇보다 중요했던 문제지만, 요금 인하 정책과 5G 조기 상용화 정책에만 집중해온 비판은 피할 수 없다”면서 “이미 사후약방문이란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한달 만에 제도를 고칠 일이 아니라 내년에도 계속 정책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 공공재 성격 어떻게 봐야하나...
가장 큰 관심은 통신을 공공재로 보는 접근에 달렸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26일 통신 3사 CEO 긴급 대책회의 자리에서 “통신은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한 삶에서 매우 중요한 공공재라는 관점에서 판단하고, 모든 것을 근본적으로 다시 준비해야 한다는 숙제를 받았다”고 말했다.
통신 서비스는 공공성을 가진 공공재 성격이 짙고, 국가 자원인 주파수를 활용하는 측면에서 공공재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공공재 성격의 서비스를 민간회사에 책임을 미루는 것이란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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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재난 TF의 제도 개선 방안이 나온다면 결국 통신사가 수용하게 될텐데 이에 대한 재원 분담 계획이 나오기는 어려워 보이고, 현재 예산 국회가 진행되고 있지만 관련 예산 책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통신사가 공공 자원으로 상업 행위를 하더라도 공공재의 안전 책임을 전가하기만 한다면 결국 백업망 추가 구축 등의 투자 재원은 소비자의 요금에서 얻어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책적으로 공공재 성격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면 정부가 민간회사의 지위를 고려해 별도 지원책도 함께 내놔야 합리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